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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끔찍한 남자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7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평점 :
이 책의 작가들이 쓴 책 로재나를 읽고 주인공인 마르틴 베크가 활약하는 내용의 시리즈가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을 빌려 본 것인데 시리즈의 하나라는 것만 알았을 뿐 전체 작품이 시간의 흐름대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다. 즉 1권을 읽고 7권을 읽은 것이다. 1권에서 젊게 나오는 마르틴 베크가 이 책인 7권에서는 나이도 들었고 이혼을 한 뒤 혼자 산다는 상황으로 등장한다. 아차, 조금 더 신경을 쓸 걸 싶은 후회를 했다.
벌어지는 사건 그 자체보다 사건이 일어난 곳의 배경 묘사에 시선이 더 집중되는 글이다. 가 본 적도 없는 멀고 먼 스웨덴의 곳곳이 궁금해졌다가 차츰 친숙해지다가 마침내는 글 안에서 인물들을 따라 돌아다니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현장감이다. 끔찍한 사건과는 별도로 낯선 공간 안으로 스르르 빨려 들어가는 기분, 어지간한 기행문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그래서 이제는 2권부터 순서대로 찾아 읽으려고 한다.
끔찍하다는 말의 뜻과 느낌, 이 책에서 본 끔찍한 묘사만큼 분명하게 인식해 본 적이 없었던 듯하다. 끔찍하게 살해된 사람이 나온다. 적절하다 혹은 적절하지 않다를 떠나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이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 더 싫다. 얼마나 원한이 맺혔으면 이런 끔찍함을 택했을 것인가. 이미 죽은 이는 죽어서 모를 것이고 자신이 저지른 끔찍함을 겪는 이는 살아서 보는 타인들일 뿐인데. 경고 그 이상일 테지.
경찰은 어떤 존재인가. 어떤 사람이 경찰이 되어야 하는가. 어떤 사람은 경찰이 되면 안 되는가. 경찰이 되어서 꼭 해야 하는 일과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인가. 하필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이 책을 읽고 있자니 끔찍하게 당한 피해자에게 조금도 동정이 생기지 않더란 말이지. 경찰도 사람이지만, 사람으로서의 약점을 갖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범죄추리소설이 마냥 산뜻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희생자 모두가 가여운 영혼이 아니라는 것, 이걸 인정해야 하는 게 참 아픈 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Y에서 옮김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