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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평점 :
지구를 떠나 화성에 사는 일과 우리나라를 떠나 외국에 사는 일과 어릴 적 고향을 떠나 타향에 정착하는 일은 얼마나 닮아 있고 얼마나 다를까.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낯선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일은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바꾸어 놓게 될까. 나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주어지는 환경은 또 미묘하게 다르게 작용할 텐데.
여섯 편의 소설. 답은 없고 물음만 있는 소설. 화성이든 외국이든 하다못해 다른 지역에서 살게 되든 삶에 대한 기본적인 각오를 생각해 보게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살아 남을 것인가. 무엇보다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무엇을 그리며 무엇에 매달리며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얻고 사는가. 용서는, 이해는, 사랑은, 할 줄 아는 삶인가. 본능에서 얼마만큼 인간 쪽으로 넘어와 있는가.
화성에서의 삶에 대한 상상이 아주 현실적이어서 SF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냥 언젠가, 얼마 후에, 지구를 떠나서, 더 이상 지구에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돈 많은 사람들이 화성으로 이주하게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게 자연스러워서 도로 의아할 정도로. 지구는 여러 모로 참 엉망이고 인간의 욕망은 화성도 지배하겠다는 생각이 드니까 거부감도 없었고.
‘위대한 밥도둑’을 특히 재미있게 읽었다. 단 하나의 음식이라. 주변 사람들과 놀이처럼 수다를 떨어 보았다. 딱 하나만 평생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 답을 찾는 데에도 각자의 인간성과 욕심과 처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으니.
작가 덕분에 화성에서 며칠 흥미롭게 살았다. 나는 화성에 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지구에서, 우리나라에서, 지금 우리 동네에서 계속 살아야겠다.(y에서 옮김202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