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0 소설 보다
강화길.서이제.임솔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세 편의 우리 소설. 모처럼 세 편 모두에 만족감을 느낀다. 강화길은 관심이 생기는 중이고, 서이제와 임솔아는 낯선 상태다. 여기서부터 좋은 감정이 이어져 간다면 내게는 더 풍요로운 독서의 세계가 열리는 셈이겠지.

세 편을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한다면 강화길은 '가족', 서이제는 '영화', 임솔아는 '죽음'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흔하고 일상적이며 지루한 소재들이지만 작가의 솜씨에 따라 신선하게 읽힐 수 있고 이번 책의 세 작품은 성공한 듯 보인다.

세 작품은 희망이나 낙관적인 시점에서 거리가 멀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마치 요즘의 세상 같다. 예전에는 현실보다는 소설이 그리고 있는 세상이 대체로 암울해 보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소설 속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답답하다. 더 좋아진다는 느낌은 어떻게 해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이제는 막막하기만 하다.

강화길의 글은 가족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한다. 가족이라고 늘, 모두, 서로가 서로를 따뜻하게 품는 게 아닌 탓이다. 어떤 가족은 가족이면서도 남보다 못하기도 하니까. 그럼에도 끝내 벗어날 수는 없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이래저래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이 울타리의 높낮이에 대해 고민을 더 해야 할 시대이다.

서이제의 글은 영화를 다루지만 영화 대신에 많은 것들을 대체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쉽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일과 돈을 버는 일 사이의 고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랜 세월 우리에게 답이 없는 문제로 주어진 것인데 풀고자 애쓰는 이들이 여전히 시달리고 있는 현실이어서 답답하기도 안타깝기도 하다.

두 편에 비해 임솔아의 글은 수월하게 읽히지 않았다. 작가는 화자에게 어찌하여 그런 맥빠지는 병을 앓게 했을까?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보고 겪는다는 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받는 일인 걸까? 분명해 보이지 않는 온갖 증상들에도 읽는 맛이 살아 있다는 게 특별했다. 어떤 모호함은 짜증 대신에 매력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 소설이 그러했다.

김봉곤 소설가의 일이 문화계 뉴스로 떠올라 있다. 우리의 소설가를 적극 응원하고 싶은 내 입장에서는 많이 서운한 일이다.(y에서 옮김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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