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 SF 앤솔러지
고호관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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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SF 작가들이 같은 뜻을 담아 쓰고 모은 작품집. SF라는 공통 장르를 기반으로 작가들만의 고유한 세상 한 면씩을 펼쳐 놓고 있다. 흥미로울 것이라고 기대했다. 낯익은 작가의 이름도 반가웠고 낯선 이름의 작가에게서는 새로운 만남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여겼고.

모두 20편. 다른 책에서 이미 읽은 작품도 있다는 걸 차례를 보고 늦게 발견한다. 작가 이름에만 집중하고 책을 빌렸던 것, 겹쳐서 실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리라고 여기며 책장을 넘긴다.

각각의 글은 길지 않아서 한숨에 읽는다. 한 작품을 읽었는데 머뭇거림이 일어나지 않는다. 좋은 징조는 아니다. 다음 작품으로 넘어가는 게 망설여져야 하는데, 이미 읽은 작품에서 맴돌고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단 얼마 동안이라도, 어서 넘기고 싶고 읽은 것을 잊어버리고 싶어진다. 애쓰지 않아도 곧 잊혀질 텐데 나는 괜한 수고를 한다.

전체적으로 암울하였고 음산했고 유쾌하지 않았다. 소재 탓인지 주제 탓인지 배경 탓인지 인물 탓인지. 이래서야 세상이 아름다울 수가 있나. 반어법으로든 역설법으로든 SF 장르가 지향하는 쪽에 SF가 지키고자 하는 쪽에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래서 더 어둡고 막막하고 절망적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쉽다. 작가 이름도 작품 제목도 내 것으로 들어온 게 없다. 마치 표지 그림들만 보고 만 듯한 기분이다. 눅눅한 세상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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