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완전판) -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2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읽었다. 다 아는 내용이다 싶으면서도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던 소설 중의 하나. 책을 잡기만 하면 이렇게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을. 하기야 이런 마음으로 미루어 둔 소설이 어디 한두 권인가 싶기는 하지만.
이 소설은 나만의 추억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언제였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내가 한창 라디오로 드라마를 들을 때니까 중학생 때였을 것이라고 여겨지기는 하는데 어쩌면 고등학생 때였을지도 모른다. 성우들이 멋진 연기로 들려 주던 일일연속극. 지금의 텔레비전 일일연속극 막장 드라마에 비하면 훨씬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던 프로그램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때 그 어느 날, 여름 납량 특집으로 만들어진 건지 그냥 추리극장으로 방송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을 제작해서 들려 주었다. 열 명의 손님이 초대된 섬에 열 개의 인형이 있었고 한 사람씩 죽을 때마다 인형도 하나씩 사라진다는 전개. 연속극은 하루에 한 명씩 죽는 설정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극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김없이 인형 노래가 흘렀다. 음산하고 처량한 목소리로 줄어드는 인형의 갯수를 말하던 노래.
나는 그 연속극을 끝내 다 듣지 못하고 말았다. 너무 무서웠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듣고 상상만 하는데도 얼마나 무서웠던지 모른다. 게다가 노래는 또 얼마나 대단했던지 지금까지도 그때 받은 인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때는 이 책이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라디오 드라마인줄로만 알았으니. 한창 시간이 흐르고 이 작가를 알게 되고 이 책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섣불리 읽지 못했다. 뭐가 그리 무서웠던 것일까. 내용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으면서.
오늘 비로소 이 소설을 읽고(범인이 누구였는지 미리 알고 읽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읽어낼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작가의 구성 능력에 감탄했다. 그 시대에 이런 소설을 쓰다니. 이렇게 재미있는 글을 남기다니. 전집에서 이제 두 권 읽었다. 흐뭇하다.(y에서 옮김2018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