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작가의 좋은 글과 바람직한 생각을 읽는다. 읽는 마음이 내내 흐뭇했다. 읽고 있는 내가 대견했고, 글을 써 주시는 작가와 책을 내 주시는 출판사가 고맙게 여겨졌다. 못하겠다 했으면 오로지 독자 입장인 나로서는 영영 얻을 수 없는 기쁨이었을 테니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즐겁다. 시험 따위 없는, 그저 내가 원하는 공부라면. 알고 싶고, 알아서 어떤 식으로든 쓸모 있는 이가 되고 싶고, 쓸모없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지 알게 됨으로써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싶은 바람으로 하는 공부라면. 남이 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내고 구해서 익히고자 하는 공부라면. 어려워도 어려움만 있는 게 아님을, 어려움 뒤의 희열과 보람과 성취감을 알아버렸으니. 인문학이든 과학이든 인간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해 온 학문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내 능력이 너무도 하찮아서 앞선 이들이 연구해 놓은 것을 읽는 일만도 벅차다. 벅찬데 즐겁다. 세상에 이만한 유희도 즐거움도 달리 없을 듯하다. 끝이 없는 분야일 테니. 독자로서 한 분야 한 분야를 조금씩 핥아 보는 일도 어려운데 이 책처럼 두루 통합시켜 들려주는 작가가 있으니 그저 고마울 밖에. 재미있다고 유익하다고 신기하다고 놀랍다고 감탄하면서 읽었다. 작가가 뇌과학→생물학→화학→물리학→수학 순으로 구성한 이유를 알고 읽어도 모르고 읽어도 괜찮으리라 싶다. 읽기 시작하면 모든 지식이 정신없이 다가오고 정신없이 다가오는데도 낱낱이 파악이 되면서 이해도 되고 앞서 읽은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어도 다음 내용을 마주하는 데에 거부감이 들지 않으니. 담겨 있는 내용을 모조리 외울 작정이 아니라면 읽는 마음이 가벼워도 괜찮지 않을까. 특히 문과 쪽 사람이라면 이만큼의 폭도 대단히 넓힌 셈일 테니. 25일(화), 운이 좋아서 요조X유시민X장강명 북토크에 참여했다. 작가님의 말씀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내가 복이 많구나 여겼다. (y에서 옮김202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