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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관 미스터리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희균 옮김 / 검은숲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논리만의 힘이 아니다. 기억력이 더 앞선다. 기억을 하고 있어야 논리도 가능하다. 이 사실을 얼마나 자주 잊고 사는지. 기억력이 얼마나 중요한 힘인지를.
독자인 나는 기억력 면에서 꽤 애처로운 처지다. 애써 기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는 한 읽고 나면 훌훌 사라지고 만다. 읽는 그 순간에만 앞뒤 사정으로 이해되면 만족한다. 그러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앞서 있었던 사건이나 증거나 증언들을 다시 되새겨야 할 때면 내 힘으로는 아무 것도 떠올리지 못한다. 엘러리가 말을 하고 나서야 그랬었지 싶고 어떤 때는 그랬었나 싶기도 하고. 이러함에도 추리소설을 읽는 내 취향은 끝도 없이 이어질 듯하다. 당연히 재미있으니까.
관이 소재다. 책 제목에 나오는 나라의 이름이 소설의 전개 과정에서 큰 역할을 맡은 게 아니라는 것을 이 시리즈 세 번째 책에 이르러 알게 되었다. 남은 책들도 이를 고려해서 읽게 될 것이다. 작가들이 소소한 재미를 위해 꾸민 장치의 하나라고 할 수 있으려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먼 나라의 이름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곤 하니까.
책 분량이 두꺼워서 아주 마음에 든다. 읽는 내내 남은 페이지가 두둑해서 사건이 어떻게 해결될지 궁금한 만큼이나 든든했다. 범인을 빨리 알아채지 못하는 답답함보다 도대체 어떻게 범인을 잡게 될지 알아가는 기대감이 더 컸으니까. 엘러리가 실수했다고 계속 한탄하는 그 판단조차 내게는 신기하게만 보이는 추론 과정이었고.
유명 화가가 그린 그림이 추리소설이나 비슷한 장르의 범죄 영화(드라마)에서 주요 소재로 쓰인다는 점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결국 돈이라는 것일 테니까. 화가 자신은 정작 알지도 못할 자신의 그림값. 누가 갖느냐 하는 게 이리도 관심의 대상이 될 줄이야. 진품도 가품도 따지고 보면 돈과 연결되어 일어나는 현상. 뭐라고 할 말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화가의 그림 한 점 갖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짐작으로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다음에는 어느 나라의 소품을 이용한 글을 읽어 보려나. (y에서 옮김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