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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왕국 - 상 ㅣ 유산 시리즈 3
N. K. 제미신 지음, 박슬라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0월
평점 :
신이란 무엇일까 혹은 누구일까? 신이 있을까, 없을까? 있다고도 없다고도 증명할 수 없어서 믿는 대로 믿게 되는 대상이라는데. 이제까지 신이라는 것을 믿지 않고 있던 나는 이 소설이 더없이 재미있다. 신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작가의 상상을 따라가노라면.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존재하는 신이라면 필멸자의 한 사람인 나로서는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신과 악마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 매혹적이다. 더 제대로 살고 싶을 만큼.
화자는 신이다. 세 주신의 맏아들인 시에 신. 필멸자의 육체에 갇히고 만 신. 이건 도무지 신인지 인간인지 구분도 안 된다. 막장도 이런 막장은 없을 관계들이 이어진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들은 온순한 편이다. 제 본성대로 존재한다면서도 제멋대로인 신들, 신들의 싸움 때문에 필멸자도 피해를 입고 우주 만물도 피해를 입는데 반성보다는 회피하는 신들.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데도 이야기는 재미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가 없어 계속 읽게 된다.
모름지기 이야기라면 사랑과 질투와 권력과 욕망이 나와야 재미있게 되는데, 이 소설은 이 내용을 구현하는 데에 아주 충실하다. 사랑도 넘치게 하고 질투도 멋대로 하고 권력은 더할 나위 없이 누리면서도 잠재울 수 없는 욕망에 시달린다. 신이든 인간이든 악마든, 서로가 서로에게 사랑이 되고 원수가 되는 관계라니. 이 소설에서 만들어 낸 악마의 개념도 내 마음에 쏙 든다. 악마는 신과 인간 사이에서 나온 존재라는데 아주 그럴 듯하다. 나는 이제 악마가 귀엽게 여겨진다. 거참, 상상이 이렇게나 나를 바꿔 놓다니.
시에 신은 어떻게 될까? 이것이 다음 책에서 알게 될 사정이다.(y에서 옮김2025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