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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ㅣ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평점 :
이 작가의 마법 세계는 대체로 고단하다. 무엇 하나 쉽고 수월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남보기에 아무리 그럴 듯한 마법사라도 이렇게 험한 과정을 거치고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라면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 소설은 엄청 매력적이다. 나더러 직접 가 보라고만 하지 않는다면, 이렇게 한 발 떨어져 구경만 하는 세상이라면 더할 수 없이 흥미를 일으키는 곳이다.
작가는 마법이 통하는 세상에서도 인간이 저지르는 나쁜 일이 그대로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남자와 여자의 차별 문제나 제 아이조차 학대하는 문제나 폭력으로 다른 이의 생명을 구속하는 문제 등등. 앞선 책에 비해 마법의 농도는 옅어지고 우리네 현실의 문제들은 구석구석에서 도드라지며 드러나고 있다.
한마디로 맥풀린다. 정녕 이럴 수밖에 없는 일인가 싶은 절망감마저 생긴다. 마법사라면 모름지기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주인공 마법사마저 마법의 힘을 다 빼앗긴 채 악한 마법사에게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의 깊은 의미는 어디까지 닿아 있나 궁금해졌다.
태초에 용과 인간은 한 종이었다고 한다. 둘은 같은 언어를 썼다고 하는데 인간이 그 말을 잃고 서로가 쓰는 말이 달라지면서 위험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용을 이런 모습으로 그려 내는 작가의 상상력이라니. 동양 쪽 용과 서양 쪽 용의 본질에 대해 알아본 바는 전혀 없지만 상당히 낯설고 신비로우면서도 정감이 간다. 용이나 인간이나 같았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테하누는 사람의 이름이다. 본 이름을 알아내는 게 이 소설에서는 중요하다. 책이 끝날 때쯤 알게 되는데 그 길고도 험한 여정이 왜 있어야 했는지까지 한꺼번에 알아차리게 된다. 다른 사람을, 다른 생명을 괴롭히고 학대하는 세상의 모든 병든 영혼은 이 소설에서처럼 벌을 받았으면 좋겠다. 소설이 현실에게 건네는 위로다.(y에서 옮김2020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