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필로소퍼 2023 23호 - Vol 23 : 산만한 시대를 위한 변명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23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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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을 읽고 좋은 글을 옮겨 쓰고 있으면 내가 괜히 좋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실천은 아직 안 했지만 금방이라도 곧 할 것 같은 착각도 들고. 이건 나쁜 현상일까? 실천까지는 멀고 실천한 듯 착각만 남는……


이번 호의 주제는 ‘산만한 시대를 위한 변명’이다. 산만하다는 게 늘 안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건 큰 수확이다. 사람이 내내 집중만 하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그 일이 아무리 좋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집중할 때 집중하고 이 귀한 집중의 시간을 위하여 산만함으로 뇌를 풀어 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호기심이라는 게 산만한 특성에서 비롯되는데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등.


잘 알고 있는 듯 여겼던 낱말에 담긴 깊고 풍부한 의미, 특히 내가 몰랐거나 잘못 알았던 의미까지 포함해서 더 많은 의미를 파악하는 일이 아주 흥미롭다. 낱말 하나에도 철학이, 세계관이, 우주가 담겨 있음을, 그러니 우리가 알아야 할 대상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다는 말인지. 조금도 심심할 시간이 없다.


이번 호부터 우리나라 작가 세 분의 글을 싣기로 했다고 한다. 나로서는 낯선 이름들이었다. 확 잡아당기는 글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산만한’ 주제와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읽는 동안 공을 들였는데 괜히 그랬다는 느낌이다.


책 안의 그림들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y에서 옮김20240101)  

타인과의 상호작용에는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은둔자가 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여행을 그만두고 속을 만한 상황을 아예 피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쉽게 속는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위험을 무릅쓰고 열린 마음으로 기꺼이 남을 도우려는 사람은 대단히 귀한 존재이다.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믿는 것은 매우 가치 있는 태도다. 따라서 타인이 도움을 요청할 때 기꺼이 도우려는 보편적인 인간성이 소수의 범죄자 때문에 사라져서는 안 된다. 설령 쉽게 산만해지는 바람에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가끔 속는다 해도 그것은 남을 도우려 할 때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생각하자. - P24

연구에 따르면, 몰입 활동에 많은 시간을 쏟을수록 행복감도 높아진다고 해요. 편안하게 느끼는 활동보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약간 어려운 활동에 참여할 때면 조금 더 도전 의식이 자극되는데, 바로 그게 주의를 집중시키는 겁니다. 그 결과 몰입 활동 이외의 생각은 머릿속에서 비워지는 거지요. 일상의 불안이나 걱정뿐만 아니라 골머리를 앓던 큰 문제마저도요. 이는 우리의 감정 상태, 행복, 전반적인 만족감에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 P37

생각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일은 분명 잘 살아가는 데 필수지만, 우습게도 주의를 빼앗기고 산만해지는 것이 때로는 답일 때도 있다. 우리는 주의를 돌릴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들에, 다시 말해 내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고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에 주의를 돌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 P54

문명이 쇠할 때는 질서와 균형에 기반한 신뢰가 무너지고, 신뢰라는 닻이 사라지만 어둠과 두려움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한다. - P60

암흑기로 진입할 때 사회는 자원 감소와 같이 곧 닥칠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그에 대응하지 못하는 무능함을 보여준다. 시대에 어스름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깊이와 내용이 아니라 겉치레와 외양에 치중하게 된다. 지도자부터 시작해 모든 이들이 행동의 결과를 고집스럽게 외면한다. 주의력 부족이 만연한 현상은 암흑기가 임박했다는 확실한 신호다. 산만함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 P61

머지않아 기계가 사람만큼 똑똑해진다고 한다.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과연 누구만큼 똑똑해진다는 걸까?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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