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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9
라즈웰 호소키 지음, 이재경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3년 9월
평점 :
술 마시는 만화를 계속 보면서 리뷰를 올리다 보니 이러다가 자칫 내가 술을 권하는 사람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확실히 아니다. 난 그저 술 마시는 기분을 만화로 대신 느끼고 싶을 뿐이다. 실제로 술을 마시면 나로서는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상황을 더 많이 겪게 되어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대로 계속 눈으로 기분으로 술을 마실 생각이므로 오해가 생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오해를 끼칠 만한 처지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이번 호에는 타이베이에서 술을 마시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코로나 19가 유행하기 이전에 나왔을 책이니 그 시절이 짐작된다. 낯선 이국 땅이기는 하지만 본국에서 그리 멀지 않고, 또 같은 동양권이라는 가벼운 친숙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그곳에서 마시는 술맛도 남달랐을 것 같다. 해외 여행지에서 꼭 술을 마시고자 하는 사람이나 꼭 카페에 들러 보겠다는 사람이나 하다못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나 오페라 감상을 해 보겠다는 마음의 근원은 같은 게 아닐까. 장소가 어디든 자주 오기 힘든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무언가를 누려 보려는 의욕이라고 볼 수 있을 테니.
만화의 구성에도 꽤나 익숙해지고 등장인물들과도 많이 친해진 듯해서 정겨운 마음이 든다. 이제는 내가 소다츠와 함께 퇴근 후의 저녁 무렵에 술 한 잔씩 나누고 있는 것만 같으니. 가기 어려운 곳을 그리며, 하기 힘든 음주를 마음껏 상상하며, 계속 취하는 기분을 가져 보련다. 요즘 시절에 이것만 해도 퍽 고마운 노릇임을 되새기면서. (y에서 옮김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