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투안의 무덤 어스시 전집 2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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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의 주인공은 테나다. 대무녀의 환신으로 태어났다고 하여 다섯 살에 가족들과 헤어지고 암흑의 땅으로 온 소녀. 대무녀가 되기 위한 일들만 십 년이 넘도록 배운다. 아무리 이야기라지만 참으로 고단하다 싶었다. 마법사든 마녀든 무녀든 이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기울여야 한다면 존경할 만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네 대학 시험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 아닌지.

 

테나는 다섯 살부터 무녀가 되도록 키워진다. 그 과정에 자신은 없다. 오로지 무녀가 되는 길뿐이다. 그런데 자신의 생이 그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는 계기, 마법사 게드와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상당히 신비하고 의미 있는 상징이자 전개였다. 주변에서 키우는 대로만 자라던 사람이, 내가 다른 이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이어야 한다는 의식을 깨닫는 순간을  마주했을 때의 혼란과 환희를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는지. 열여섯은 이른 나이일까, 충분한 나이일까?

 

환상소설이라는데 환상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는 소설 속 세계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다. 마법사의 어떤 마법도 막무가내로 부리는 게 아니라 더 믿음이 간다. 그래, 지도자가 되려면 적어도 자신의 생을 건 의지와 봉사가 있어야 마땅한 노릇이다. 권력과 재물에 눈이 멀어 다른 이를 구속하려는 이들은, 지금 세상에서도 용이 날아와서 잡아 먹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제 이익을 얻기 위해 이웃과 친구를 시기하고 모함하는 이들은 더더욱 천벌받았으면 좋겠고.

 

현실이 고달플수록 상상 속 세계는 넓고 깊어져 가는 것일까. 어쩌면 지금처럼 고달픈 현실마저 우리가 자초한 자만에 의해 만들어진 건 아닐까. 상상의 세계가 고난의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하나의 방향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는 소설의 순기능 하나에 기대고 싶은 날들이다. 

 

암흑의 땅을 벗어난 테나는 이제 어떤 생을 열어 보일 것인가. 겨우 열여섯 살인데. 아닌가? 열여섯이면 충분한가?(y에서 옮김2020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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