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 프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7
이디스 워튼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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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한다. 할 때까지는 분명히 좋았던 점이 많았을 텐데, 하고 나니 자꾸 안 좋은 점이 생긴다. 심지어 자신이 결혼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한다. 이미 늦었지만. 어쩌면 좋단 말인가, 이 결혼이라는 것을.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말이 괜히 명언이 아니다. 


머나먼 미국 땅, 뉴잉글랜드라는 곳의 시골 마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정도 이전 시대. 그곳이나 이곳이나 그때나 지금이나. 서로 좋아서, 서로 더 잘 살려고 결혼을 하는 것일 텐데, 정략 결혼도 아니었는데, 다 알고서는 못할 것이 결혼이라고? 이러다가 결혼 제도 자체에 회의가 생기는 것은 아닐까? 안 그래도 요즘 사람들은 결혼 대신 동거를 선호한다고도 하던데. 이래저래 실패와 반복을 통해 사람 사는 모습도 달라지고 나아지겠지? 그렇게 되어야 할 텐데, 암담하다. 


남자 주인공 이름이 이선 프롬이다. 여자 작가가 남자 주인공을 내세워 애정도 희망도 없는 결혼 생활을 보여 준다. 남자 입장에서 보게 되니 남자도 딱하다. 여자 입장으로 보게 된다면 남자가 원망스러워질 테지? 결혼이라는 제도가 막연하게 남자에게 훨씬 유리했을 것으로 여겼던 내 가치관이 흔들린다. 불행은 한쪽에서만 느끼는 게 아닌 것이다. 결혼으로 불행해졌다면 피해자는 둘 다이다.  


결혼이 절대적인 약속이 되지 못하면서 이혼도 쉬워졌다. 더 이상 어느 한쪽이 참고 사는 시대는 아닌 것이다. 작가는 100년 후에도 이 소설이 현실처럼 읽힐 것을 예상하였을까? 어느 한 사람도 개운해지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묵묵히 살아 나가야 하는 처지가 맥빠지게 한다. 어느 대목에서 나는 위로를 얻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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