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칭 포 허니맨 - 양봉남을 찾아서
박현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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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가의 글에 점점 더 빠져든다. 작가가 번역한 작품에 관심이 생긴다. 도서관 자료를 찾아본다. 많다. 기쁨이 서서히 차오른다. 올 여름은 이 작가와 함께 하게 될 듯하다. 썩 괜찮은 계획이다. 작가 자신의 소설과 번역한 소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내가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럴 만한 힘이 내게 있어 주기를. 


친구 셋, 영화감독 하담, 회사원 차경, 일러스트레이터 로미. 로미가 3년 전 제주에서 만나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양봉남을 찾아서 셋은 제주로 간다. 셋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제주로 간접 여행을 하는 기분까지 들었다. 몸은 편하고 마음은 충분히 들떠서 소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셋은 결국 양봉남을 만날 것이고 각자 어려운 사정을 겪기는 하겠지만 그것들은 내 어려움이 아니기도 하고 분명히 해결될 것이니 조마조마하게 읽는 마음이야 즐길 정도였다. 내가 딱 좋아하는 취향으로.


연애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내 마음과 당신의 마음은 언제 어느 선에서 딱 마주치는 것일까. 누가 먼저 알아챌까. 알아챘다고 해도 확신은 어떻게 하지? 내 마음이 당신을 향하는 밀도와 당신의 마음이 나를 향하는 밀도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고 믿었다가 서서히 금이 가는 것을 눈치채게 된다면 어떻게 모른 척 하지? 작가는 이 상황을 그리는 데에 탁월해 보인다. 연애하는 마음에 대한 내공이 깊은 걸까? 그렇다고 하니 그런 것도 같은데 내가 한 연애 경험은 모두지 보탬이 안 된다. 그래서 작가의 전개 방식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일지도모르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 남성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여성 인물들에 대한 것보다는 호의적이어서 도로 투박해 보인다. 장점은 확연히 돋보이고 단점은 그리 잡히지 않는 그럴 듯한 남성들, 그에 비해 여성들은 장단점이 세밀하게 드러나는데. 세상의 남자들이란 종족이 그리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삐딱하게 반응할 수밖에. 그런데 또 그렇게 한 겹 덮여야 연애가 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연애하는 사람들을, 연애하는 이야기를 쓰는 작가들을 존경하게 된다. 내가 안 하고 못하는 것을 진심을 다해 하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추리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도 내게는 아주 고마운 소설 장치다. 답을 알아낼 수 없어도 머리를 굴리게 하는 작가의 의도, 계속 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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