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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4 26호 - Vol 26 : 상실, 잃는다는 것에 대하여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26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4년 4월
평점 :
이 잡지를 읽고 있으면 적어도 읽는 동안에는 내가 꽤 괜찮아진 듯한 기분이 된다. 이 책을 읽고 있다는 것, 책에서 다루는 내용에 대해 생각해 본다는 것, 생각에 끝내 그치고 말지라도 내 행동에 반영해 보겠다고 다짐을 한다는 것. 어쩌다가 한번이라도 좋으니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면서.
이번 호의 주제는 상실이다. 잃는다는 것. 물질을 잃고 시간을 잃고 사람을 잃고... 잃으면서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되나? 잃어 본 나는 잃기 전과 어떻게 달라졌나? 더 나빠졌을까,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무엇보다 내가 알아차리기는 했을까?
많은 대목에서 걱정이나 염려보다 위로를 얻었다. 상실이라는 게 꼭 아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상실은 대상이 무엇이든 우선 싫고 피하고 싶은 감정이다. 애도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일이야말로 잘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해야 하지만 하지 못할 때도 생기고, 할 수 없을 때도 있었던 것 같고, 상실로 인해 자포자기하려는 마음을 느껴본 적도 있고, 산뜻하게 극복한 게 아니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걷혀갔던 기억도 있고. 그냥 살아왔던 것이리라. 살아 있어서 살고, 살아나서 살고, 다들 사니까 나도 살고.
나를, 나의 일부를 잃어가는 것에 관심이 많아지는 때다. 자연스럽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가질 것은 또 가질 것. 젊지 않아서 지금은 또 얼마나 다행스럽고 고마운지. (y에서 옮김20250129)
우리 뇌는 잠재적 이익보다 잠재적 손실에 더 민감하도록 진화했고 이러한 특성은 지금까지도 쭉 유지되고 있다. - P9
인간의 정신은 나쁜 것을 기억하고 외려 좋은 것은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생각은 떨치기 힘든 법이다. - P12
인생은 단순히 사랑하고 그 사랑을 잃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살면서 비틀거리고, 낭패를 당하고,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바라건대 대다수의 인생에는 이익이 더 많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 인생에는 좋은 것이 나쁜 것보다 더 많으며,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렇더라도 나쁜 부분은 여전히 나쁘다. - P28
노년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권이 있다. 날마다 감사하겠다고, 나이가 들수록 세상 경험을 쌓아 현명해진다고 생각하겠다고, 불가능을 갈망하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 P35
애도를 통한 자기 이해는 개인의 가치관, 관심사, 책임감을 직시하고 성찰하는 ‘양심적 자기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애도는 현실적으로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고,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경험이다. 애도만큼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심오하고 절박하게 인식하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한다. - P56
노화는 빠르거나 느리게, 눈에 띄거나 띄지 않게 진행된다. 그것은 천하무적이다. 그러니 혐오감을 버리고 어떻게든 노년을 친구로 삼아보면 어떨까? - P85
변하는 세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살피고 또 살펴야 한다. 도자기는 건조되고 변형되며, 폭풍은 방향을 바꾸고, 바이러스는 돌연변이를 일으킨다. 그러나 주변 환경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변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품고 있던 지식이다.
……
기억이란 고정된 과거를 보존하고 그것을 쉽고 빠르게 떠올리는 과정이 아니라 연결되고 연마되고 진화하는 우리의 일부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식을 쌓아놓고 재사용함으로써 기꺼이 삶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기억의 진화에 적응해야 한다. - P95
우리는 모두 죽게 되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것.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죽느냐, 그 과정에서 무엇을 얻느냐이다. - P137
우리가 잃는 것은 그 사람의 귀한 가치, 살아 있었더라면 함께 했을 미래의 만남과 대화의 가능성뿐만이 아니며,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에게 소중한 한 사람을 잃는 데 머물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일부도 함께 상실한다. 부모님이나 배우자, 혹은 무척 소중한 친구가 세상을 떠날 때, 그들은 우리의 일부도 함께 안고 떠난다. 소중한 이가 죽으면 실로 우리의 일부도 죽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 자신은 말 그대로 꽤 작아진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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