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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4 29호 - Vol 29 :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 ㅣ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29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5년 1월
평점 :
이 여름, 내 정신을 키우는 글을 읽는다. 철학을 읽고 철학을 배우며 삶을 돌아본다. 다 산 것 같아도 아직 살아갈 날이 남아 있고 살아도 살아도 배워야 할 것들이 많다. 끝이 없을 것을 아는 내가 기특하고 다행스러워진다. 적어도 나는 잘못 사는 쪽으로 기웃거리지는 않을 것을 믿는다.
이번 호의 주제는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인간'이다. 그러게, 왜 이렇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일까, 우리 인간들은. 그냥 늘 살던 대로 해 온 대로 하고 살면 안 되나? 동물처럼, 식물처럼, 원시 우주의 생명체들처럼, 그렇게 하지 않고 진화해 온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유전자? 호르몬? 본성? 내가 구해낼 답은 아니고, 그러려니 물어 본다. 도대체 우리 인간은 왜 이런 것일까 하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까지.
새로움을 향한 욕망은 갈등을 낳는다. 갈등은 변화를 일으킨다. 변화는 발전의 요인이 된다. 퇴보의 원인이 되는 변화가 생길 때도 있지만. 이 흐름을 알겠다. 그런데 의문이 남는다. 새로움으로 이루어내는 변화가 발전이기는 한 것일까?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지배자 혹은 권력자의 입장에서 원하는 발전은 아니었던가? 인류는 새로움을 이용하여 무수한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왔다는데 이 기술로 사람들의 삶이 전보다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여전히 누군가는 희생되고 있기만 한 것을. 새로움에 희생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섬뜩한 생각을 이제야 이 책을 읽고서 해 본다.
새로움 역시 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 새로운 쪽으로 나아가는 게 자연스럽고 누구도 말릴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것이 마냥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 속의 작가들이 들려 주는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위험한 요소들도 함께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도파민의 노예로 살고 있는 처지에서는 스스로 인정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럼에도 읽고 깨달아야만 할 일이니.
이 잡지를 읽고 있는 동안에는 나를 아주 거대한 구조 속 보이지 않는 작은 점으로 여기는 통찰을 할 수 있다. 이 생각을 하면 꽤 근사한 기분이 된다. 드러나지 않아도 충분할 존재의 의의를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살아 있고 글을 읽고 있으며 글을 쓰기도 하고 이웃을 생각한다. 괜찮은 이웃을 생각한다. 정의롭고 용감하며 비겁하지 않은 사람들. 고맙다. 이들 덕분에 내 삶이 지금 이만큼 안전한 것이니.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했다. 이런 선물, 퍽 좋다.

후회 많은 사람이든 후회 없는 사람이든, 모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고전적 해법은, 우리가 먼지에서 왔고 결국에는 먼지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 P20
어쩌면 러브크래프트의 소설 속 진정한 공포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일 수도 있다. - P64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우리가 동물적 존재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스스로 생각을 통제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그만큼의 통제력이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내 자신의 선택에 행사하는 통제력은 생각 이상으로 미미하다. - P73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갈등과 불화는 필수적이다. 새로움은 충돌하는 힘들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서부터 비롯하기 때문이다. - P99
우리는 대립하는 힘들이 충돌과 갈등을 반복하다가 나름의 해결책에 도달하는, 끝없는 새로움과 창조의 과정, 한마디로 삶의 흐름에 몸을 싣는 수밖에 없다. - P100
우리가 무에서 유의 창조라는 절대적 개념을 버리고 새로움을 점진적이고 사회적인 맥락에서 받아들이자는 것이다. - P122
철학은 혼자 할 수 있나요? 혼자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아무리 탐구해도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내가 착각하는 거면 어쩌지? 잘못된 논리의 트랙으로 가는 건 아닐까? 다른 관점이 있진 않을까? 이런 의심의 순간에 조금이나마 숨통을 트여주는 건 오직 타인밖에 없어요. - P153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위안이 있다.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들에게만 구원이 있다. 고독이 아편처럼 달콤하다고 해도, 타인들은 지옥이 아니다. - P169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종류의 ‘기쁜 기쁨’(사랑·우정), ‘슬픈 슬픔’(미움·복수), ‘기쁜 슬픔’(음주·게임), ‘슬픈 기쁨’(철학·운동)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깊은 사유 없이 인생을 그저 살아내기만 한다면 너무 쉽게 ‘슬픈 슬픔’에 휩싸여, 혹은 ‘기쁜 슬픔’에 취해 삶이 쉽게 불행해질 수 있다. 반면 철학을 공부한다면 ‘기쁜 기쁨’을 찾아내고, ‘슬픈 기쁨’을 견디는 과정을 통해 조금이나마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삶을 만나지 않을까 자신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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