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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의 인사 ㅣ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평점 :
세주가 동하에게 인사를 남겼다. 세계의 끝을 보러 간다며 냉장고와 책과 화분을 남기고. 세주가 남긴 인사는 서늘하고 인사를 받은 동하는 애틋하다. 젊음이 이래서야 싶은데, 이러하지 않은 젊음을 만나보기 어려운 시절이라 내 마음이 더 쓸쓸해진다.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견딜 만큼의 시련이어야 하는 것인데, 견뎌서 새 날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이어야 하는데...
길지 않은 세 편의 글. 동하와 세주가 번갈아 화자로 나온다. 동하가 먼저 1인칭 시점으로, 다음에 세주는 3인칭 시점으로, 마지막으로 동하가 다시 1인칭 시점으로. 작가는 어떤 의도로 시점을 달리 했을까? 궁금해서 내 방식대로 해석해 보는데, 드러내어 말할 생각은 없다. 나는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므로 속으로만 헤아린다. 작가가 이렇게 하라고 했던 것마냥. 동하의 마음은 다 알아채고 세주 마음은 다 몰라도 된다는 듯. 아무리 애써도 우리는 남의 마음을 다 알아낼 수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동하의 편이 되고 싶어진다. 세주는, 음, 새침떼기이고 만나는 사람을 속상하게 하는 쪽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마다 품고 사는 아픔은 다를 것이다. 아픔이 있든 없든 크든 작든 개개인의 몫이고 다른 이가 함부로 뭐라고 재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르니까, 모르면서 아는 척 해서는 안 되니까. 이해는 다음 단계의 절차다. 그나마 얼마나 이해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 모른다는 점, 서로의 사정을 서로가 알아줄 수 없다는 점, 이것이 우리의 관계를 자꾸 어긋나게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알려고 애를 쓰는 한, 알기 위해 관심을 기울이는 동안에는 사는 맛을 얻게 될지도. 2020년대의 젊은이들이여, 청춘에서부터 이렇게 고달파서야.
갑자기 내가 주인공의 나이 때에 고민했던 바를 떠올려 보았다. 그 시절에 읽은 소설들도 찾아 보았다. 이 먼 거리감이 세대 차이의 증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의 우리 소설을 더 부지런히 읽어야겠다는 다짐에 힘을 보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