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6 - 듄의 신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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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의 책을 다 읽었다는 보람? 같은 건 안 든다. 그냥 길고 긴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다. 아무도 점검해 주지 않는 나만의 숙제로. 읽는 중에 영화도 보았고 감탄도 했고 기대도 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마무리짓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데, 번역본도 여기까지라는데, 책을 끝냈어도 끝난 느낌이 안 들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만 듄을 떠나 내가 살고 있는 세상으로 오겠다, 온다, 왔다. 만 년 이후의 세상이라도, 먼먼 우주의 어딘가라고 해도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 약간의 실망을 안고서.  

SF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책 저런 책을 돌다가 이 작가의 책을 본 것이었다. 잘했고 그만큼 만족스럽다. 분량만 해도 어지간히 길었으니 읽었다는 성취감이 크다. 세상의 어떤 이는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에 이런 거대한 상상을 하고 있었단 말이지. 지금 우리는 어떤 상상을 하고 있을까? 상상하는 데에 도무지 재주가 없는 나로서는 신기하고 부러울 따름이다. 

과학기술이 점점 더 발전하게 되면 정녕 인간의 마음을 다스리고 제어할 수 있게 될까? 다른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을 읽는 일이나 그 마음을 통제하고 결정하기까지 하는 일, 힘이 더 세고 덜한 것을 마음 통제력으로 확인하는 일 따위들. SF 속 세상에서 기계나 장치는 발전할 만큼 발전시킨 것 같고 마음 혹은 뇌 구조 영역이 남은 듯한데. SF 작가들이 뇌과학이나 심리학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될 만큼.

사람을 복제시키는 기술, 복제시키면서 기억까지 저장시키는 기술, 그래서 죽어도 다시 깨어나 영원히 살아간다는 설정. 나는 그런 삶을 바라지는 않겠다. 영원히 산다는 게 상이 아니라 벌이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도 알고 있고. 우리의 삶이 가치로울 수 있는 것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 

폴의 생애, 레토 2세의 생애는 긴 이야기 안에서 생동감이 퍽 강했다. 레토 2세의 시대가 끝난 이후로는 혼란한 상태가 이어졌는데 6권에 이르기까지 확실해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없애려고 궁리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의 집단처럼, 마치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처럼. 누가 세상의 주인인지 각각의 역할을 맡고 있는 이마다 할 말은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세상의 주인 같은 것 안 하고 싶다. 나는 내 삶의 주인일 뿐. 다른 삶의 주인들과 손을 맞잡고 살아가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구할 일은 다른 이에게 맡기지, 뭐. 아, 해서는 안 될 사람이 하겠다고 나서는 그 꼬락서니는 말려야 하는데......(y에서 옮김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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