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5 - 듄의 이단자들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3000년이 넘도록 아라키스를 지배한 레토2세가 물러나고. 레토2세를 폭군으로 부른 이들(혹은 단체)이 그 다음의 지배권을 갖기 위해 벌이는 미묘한 갈등 관계와 그로 인한 싸움들이라니. 개인은, 개인의 삶은, 어쩌면 전체 역사 구조에서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것일까. 종의 유지가 아무리 중요한 생명의 과제라고 해도, 나는 낱낱의 개인의 삶에 가치를 매기고 싶은 쪽이라. 한낱이라고 불리든 말든.


여러 집단이 등장하고 각 집단의 이익을 위한 인물들이 나서고 이 인물들이 제 집단의 이익을 위해 서로 간의 눈치를 보면서 협상을 해 나가는 과정. 재미있고 흥미진진하다. 현대 역사의 이익 집단이나 국가나 기업을 대입해 넣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 것이려니, 저절로 끄덕여진다. 전쟁과 권력과 이익과 이기심의 본질에 관하여. 이를 생각하기 위해 이 긴 글을 읽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쨌든 이 모든 시간들이, 한 인간으로서는 겪을 수 없는 긴 이야기들이 내 하찮은 의식을 흔들어 놓기에는 충분했으니까. 그것도 내 삶을 겸허하게 돌아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로.


사람은 어떨 때 상상하게 될까를 많이 떠올려 보았다. 지금의 처지가, 조건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를 내가 원하는 대로 바꾸고 싶기는 한데 내 힘으로는 도저히 안 되는 일이라고 여겨질 때, 말이 되든 말든 과학적으로 기술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든 말든 해 보는 상상이라면. SF적 상상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소설로 어느 정도 짐작한다. 내가 맞게 짐작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또한 내 상상의 영역이므로 기꺼이 허락하련다.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설정, 사람이 죽지 않도록 먹어야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그걸 또 만드는 어떤 존재가 있어야 한다는 설정, 인간의 정신과 육체적 경험을 대대로 이어받는다는 설정, 우수한 유전자만으로 사람을 교배시킨다는 설정, 이런 일에 직접 참여하기 위한 계급과 권력을 갖기 위해 취하는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상상까지. 작가는, 자신이 살던 시절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해 보았던 것일까. 2차 대전 이후의 냉전 시대라니 어느 정도 짐작해서 알 것도 같다.  


5권에 이르니 시간에 대한 내 인식이 살짝 달라진 느낌이다. 우리네 한 평생이 길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또 한편으로는 잠깐이기도 하다는 것. 내가 지금 살아 있다는 것은 이 우주에 어떤 자리로 작용하는 것일지.  


'아트레이데스' 가문이라는 조건을 다루는 작가의 태도가 신경에 거슬린다. 가문, 유전자, 혈통... 이게 인간 집단 사회에서는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은데, 특히 지배하는 쪽 입장에서, 6권에서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y에서 옮김202306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