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4 - 듄의 신황제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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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의 폭과 깊이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넘어 불멸의 존재로 살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이후를 상상해 보는 일. 예전에는 참 쓸데없는 상상 놀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는 아니다. 무척, 꼭 필요한 일이다. 이 상상이 현실을, 답답하고도 막막해서 불만일 수밖에 없는 우리네 현실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바꾸어야 할 때도 생겼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으므로. 


레토 2세는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과 과거 조상들의 모든 기억력을 갖추고서는 모래벌레의 힘과 기술까지 얻는 존재가 된다. 3000년을 살아남았다고? 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권력을 갖춘 존재로서 한낱 인간의 수명을 뛰어넘어 영원한 듯한 존재로서 산다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어떤 것일까. 어떤 일을 할 수 있고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어쩌면 아무 일도 안 할 수도 있을 것만 같은데.(불멸의 존재라면 막연하지만 그리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순전히 내 상상의 범위 안에서.)


일상에서는 쉽게 붙잡을 수 없는 개념들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골몰했다. 물, 모래, 신, 존재, 사랑, 명령, 복종, 저항, 고독, 군대, 군인, 일기까지. 이 소설이 쓰여진 시대(1960년대)에서도 소설 속 이런 모습으로 상상해야 했던 미래라면, 지금과 무엇이 다를 것이며 이후로 맞이할 우리의 미래와 또 얼마나 달라질 수 있겠는지. 레토는 '황금의 길'을 보여 주려고 그토록 애를 썼건만 신을 의심하고 신에 저항하는 인간은 그저 감옥으로만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시오나와 던컨은 5권에서 어떻게 살려고 하는 것일까.  


긴 이야기였다. 레토 2세의 이야기는 어려웠지만 읽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다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한 마음은 그대로 흘려 보내고 내게 와 닿는 감각만 이어 붙였다. 그래도 근사했다. 사막이 점점 다르게 보이고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y에서 옮김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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