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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코와 술 4
신큐 치에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7월
평점 :
맛있다고 말하고 먹으면 더 맛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요즘에 들어서야 받는다. ‘맛있다, 맛있다’ 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르고 살았는데, 배가 고프니까 먹었고 목이 말라서 마셨는데, 맛있구나 하면서 먹고 마시니까 기분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나는 ‘맛있다’는 축복된 느낌을 모른 채로 쓸쓸히 생을 지나온 것은 아닐까.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나름 읽었던 요리 에세이들, 요리 기행서들,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맡기는 듯한 마음으로 즐겁게 읽고 넘겼는데 이제야 맛의 기쁨을 알아채다니, 참 오래 걸렸다 싶다. 만화 주인공 와카코는 여전히 혼자서 잘도 찾아다니며 마시고 있다. 맛있는 안주와 그에 맞는 술 한 잔. 비싸거나 귀하다거나 고약한 안주가 아니라 쉽게 찾아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들을 안주로 삼고 그날의 피로를 풀기도 하고 성과를 자축하기도 하면서.
이 영향 때문인지, 나도 하루를 맥주 한 잔으로 마감하는 일이 최근에 잦아졌다. 술집까지 갈 수는 없으니 집에서 캔맥주로 대신하는데, 의외로 흐뭇해진다. 와카코의 ‘푸슈’를 따라 해 볼 만큼의 안주 형편이 되는 것은 아닌데, 한 잔의 술을 마시는 시간만큼 혼자 하루를 돌아본다는 뜻에서 대견스럽다고나 할까. 헛되지 않았구나 싶은 안도감이라고도 할 수 있겠고.
이제 와카코의 술은 이 책으로 다 본 셈이고, 나만의 술만 남게 되었구나. 맥주 안주에는 튀김이라는 말, 알았으면서도 또 새로워지는 권고. 이만한 술친구라면 달리 부러울 게 없다. (y에서 옮김2016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