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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2 - 듄의 메시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2권은 권력 다툼에서 승리한 폴이 전 우주를 통치하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든(10000년이 지났다고 해도), 통치 대상이 얼마나 넓든(우주 전체라고 해도), 권력을 지키고자 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권력이라는 게 그럴 수밖에 없는 성질의 것이긴 하지, 100%의 만족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게 아니니.
폴은 고뇌한다. 1권에서 본 어리고 풋풋하면서도 강했던 이미지는 시간을 훌쩍 넘어서 고단한 어른의 이미지로 바뀌어 있다. 이래서야 통치자가 되고 싶겠는가. 아니지, 그래도 이게 좋으니까, 이걸 좋다고 여기니까, 그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정치를 하려는 것이겠지. 자기만이 세상을, 시민을, 지구를, 우주를 구할 것이라고 믿으며 착각하면서.
정치하는 이들이 가엽다고 여겨지는 때가 종종 있다. 어쩌다 그런 사명을 갖고 이 세상에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위대하면 위대한 대로, 하찮으면 하찮은 대로 정치하는 개인의 생에 연민을 느낀다. 반대쪽 사람들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기까지 하면서 누리려는 권력욕이란 무엇인가. 더러는 본인의 의지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집착으로 인해 권력의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경우도 보는데, 내 그릇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경지다.
위대한 사람은 위대한 대로 각자의 몫이 있는 것일까. 폴이 챠니와 함께 얻고자 한 평범한 삶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일까. 폴이 우주를 다스리는 능력을 접고 챠니와 어느 한갓진 시에치에서 평범한 시민으로 산다면, 이는 우주 차원에서 낭비가 되는 것일까. 그렇다면 현실의 우리 모습은 어떠한가. 누가, 어떤 정치가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SF소설을 읽고 있을 뿐인데, 그것도 꽤나 오래 전에 나온 소설을, 나는 자꾸만 우리네 현실을 떠올린다. 변하는 게 없어서 지긋지긋하고 또 그래서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진화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원자폭탄마저 막을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해도, 사람의 본성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이 모든 게 소설 속 이야기이기만 하다면 좋으련만. (y에서 옮김2022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