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설 보다 : 봄 2025 ㅣ 소설 보다
강보라.성해나.윤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3월
평점 :
세 편 중 한 편을 챙긴다. 윤단의 남은 여름. 아직 오지 않은 올해의 여름, 남은 봄에 읽는 막막하고도 답답한 여름 이야기. 그런데 이게 매력이다. 답답하기 그지없는데도 작가가 꾸며 놓은 이 여름에 머물러 있고 싶은 것. 버려져 있는 파란색 소파에 나도 앉아 있어 보고 싶은 것. 여름 끝자락에서 절망에 지쳐 있어 보고 싶은 것.
지난 겨울에 계엄이 있었고 이번 봄에 대통령을 파면했고 새 여름이 온다. 이 여름은 소설 속 남은 여름과 얼마나 다를까. 달라질 수 있을까? 작가가 다가올 여름에 대한 글을 한 번 더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까지 생긴다. 현실에서 이루어지기 어려운 소원을 나는 자꾸만 소설에서 구한다. 이렇게 소설로 내 세상을 엮는다. 구멍 숭숭 비 술술 바람 휘잉, 못마땅한 시절이다. 그래도 살 준비를 할 수 있어 이만큼에 안도하는 내가 기특하다.
책 표지가 예쁘다. 이제서야 예쁘게 보인다. 막상 샀을 때는 어두침침하게만 보였는데, 봄이어도 봄이 아니었는데. 올해는 이래저래 봄을 넘기는 시간이 지독하게 무겁고 독하였다. 여름을 산뜻하게 반기고 싶어진다. (y에서 옮김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