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한 가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힘, 그게 술이라고 해도 근사해 보인다. 만화의 주인공 와카코는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표현한다면 ‘기-승-전-혼자 술’이다. 좋은 일이 있어도 술, 힘든 일이 있어도 술, 더워도 술, 추워도 술...... 어떤 상황에 놓이든 그 상황에 어울리는 술과 안주를 찾아 마신다. 그 적절한 선택이 부러울 지경이다. 이 정도라면 견디지 못할 힘든 상황은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일이 끝나고 술 한 잔 하면 되겠다, 싶으면 설레기까지 하지 않을까.
나에게 술은 맥주, 소주, 막걸리, 와인. 이게 다다. 이 중에 내가 즐겨 마신다고 할 수 있는 것으로는 맥주가 유일하다. 다른 술은 맛이 없다. 맛도 없는 것을 분위기 잡는다고, 싸다고 일부러 마실 이유는 없다. 이제는 그러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 맥주만 남는다. 맥주에는 튀김 안주가 어울린다고 와카코는 말한다. 그렇지, 어울리지, 같이 먹으면 맛있지. 와카코가 맥주를 마시는 편에서는 유독 내 입맛도 살아나곤 한다. 나도 이렇게 먹어 보고 싶다, ‘푸슈’ 하면서.
와카코가 마시는 다른 술들, 일본 술은 차게, 미지근하게, 따뜻하게도 마실 수 있게 나눌 수 있는 모양인데, 이 정도의 선택지는 즐거움일 수도 있겠다. 선택 사항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면 그때그때의 사정에 따라 재미있게 고를 수도 있을 테니까. 안주가 무엇인가에 따라 술을 고를 수 있다니.
퇴근하고 혼자 한 잔, 시간 내서 일부러 한 잔, 스스로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 한 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기념으로 한 잔, 한 잔...... 술 한 잔이 그리운 건지, 혼자만의 공간과 여유가 그리운 건지. (y에서 옮김201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