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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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울물에서 시냇물로 시냇물에서 강물로 강물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우리네 삶도 과연 이러할까? 글쎄, 확신이 안 선다. 누구는 그렇게 흐를 테지만, 강물처럼 흘러서 바다에 닿겠지만, 바다에서 다시 영광스럽게 되돌아오기도 하겠지만 누구는 흐르지 못할 텐데, 강물이 되기는커녕 물 속 바위에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기도 할 텐데, 글을 읽는 내내 답답했다. 아름다운 풍경이 강조될수록 그 안에 있는 사람의 모습은 더 하찮아 보였다.


17살의 소녀 화자, 빅토리아. 어려서 엄마와 오빠와 이모를 잃고 아버지와 남동생과 이모부와 살면서 집안 살림을 맡아야 했던 빅토리아. 여성으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오로지 혼자 겪으면서 자라야 했던 빅토리아. 강물처럼 살겠다는 윌을 만나 윌에게 빠져들면서 빅토리아는 자신이 어떤 강물로 들어가고 있다고 여겼을까? 그 강물이 고맙기는 했을까?


소설은 내가 예상하는 대로 흐르지 않았다. 빅토리아도 내가 예상하는 방향으로 살아주지 않았다. 작가가 인물을 다루는 방식이 내가 기대하는 바와 어긋나면서 조금씩 실망을 느꼈다. 배경과 주제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것인가? 배경이 되는 시대를 묘사하는 솜씨에는 감탄을 했지만 각 인물들의 행동과 의도가 단순하게 처리되고 있는 것만 같아 많이 아쉬웠다. 그렇게 간단하게? 흐르는 강물에 맡겨 버리는 건가?


윌을 처리하는 방식, 빅토리아가 아이를 낳은 후의 상황을 서술하는 대목, 빅토리아와 아버지와 세스가 만나고 헤어지는 장면들, 빅토리아와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참 명료하게 해결되고 있었다. 복잡하지 않아서 실망할 수도 있구나, 소설이구나, 소설이니 더 복잡해도 좋았을 텐데, 삶도 이렇게 단순해질 수 있는 것일까? 강물에 삶을 맡길 수만 있다면?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태도로?


아쉬워서 투덜거려 본다. 윌이 그렇게나 빨리 사라지지만 않았어도 빅토리아가 아이와 그렇게나 빨리 헤어지지만 않았어도 작가에게 이렇게나 섭섭하지는 않았을 테니. 올 여름 가뭄이 심해서 강에 흐르는 물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삶은 참 예측하기 힘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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