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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시 ㅣ 일상시화 1
서윤후 지음 / 아침달 / 2024년 6월
평점 :
고양이의 마음을 우리는 모른다. 시의 마음도 모른다. 시인이 되면 시의 마음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나 여겼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 책을 통해 끄덕여 본다. 그렇겠지, 고양이도 시도 쉽사리 마음을 내어 주지는 않겠지? 그게 쉬웠다면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를 사랑하고 시를 쓰지는 않았을 테니까. 모르고 있어서 알고 싶어서 우리는 더 매달리고는 하는 게 아닌지.
이 시인의 시집인줄 알고 빌렸는데 산문집이다. 시집을 다시 찾아보아야겠다. 고양이와 같이 살면서 시를 쓰는 시인의 독백. 절묘하게 어울린다, 시와 고양이와 시인이. 우리집에도 시와 고양이가 있는데 시인이 없다. 이참에 시인 흉내를 내고 싶다. 우리 고양이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우리 고양이가 제 마음을 조금만 알려 준다면, 우리 고양이가 나를 불러 준다면, 나는 아주 쉽게 시인이 될 듯도 한데. 까마득하다. 우리 고양이는 능청스러운 태도로 나를 보았다가 멀어질 뿐.
시인의 마음에 대해서도 섣불리 짐작해 본다. 확인받을 일은 없으므로 내 착각으로 끝날 것이다. 상관없다. 시인의 마음이든 고양이의 마음이든 결국 내 마음이다. 내가 보는 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내가 믿는 대로, 시는 읽힐 것이고 고양이는 장난을 칠 것이며 나는 이대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모처럼 든든해진다. 내 가까이에 고양이와 시가 이토록 건강한 모습으로 있어 주다니. (y에서 옮김20250516)
외로움이 어울리는 영혼은 없다. 외로움이 되어가는 영혼만 있을 뿐. - P17
과거의 안내자나 슬픔의 관광 가이드가 될 때도 고양이 집사라는 사실은 잊지 않는다. - P19
안간힘으로 삶을 버틴다는 말은, 불행한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무언가를 바꾸고 있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힘이다. - P25
나를 지나간 나의 시들이, 한 시절의 얼룩을 중얼거리는 중이라면 그 중얼거림이 돌고 돌아 누군가의 혼잣말을 부축해주었으면 좋겠다. - P34
지금도 시를 좋아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다.
- P65
나는 언제나 주는 쪽에 있으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면 받는 쪽에 더 오래 있었다. - P70
우리를 움직이게 만드는 모든 사랑의 아른거림이
사실 나는 좋아요
헷갈림으로 서로의 뒷모습을 완성할 수도 있으니까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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