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1 조선 천재 3부작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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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인물인 추사 김정희를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역사 기록으로 줄거리뿐 아니라 주인공이 태어나고 살았던 시대적 배경도 알고 읽는 이야기. 기록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인물과 역사 사이의 풍경과 사정을 작가의 묘사에 기대어 읽는다. 20년 전에 나온 책을 새로 펴냈나 보다. 표지가 산뜻하다. 


김정희는 추사체로 유명하다. 그림으로는 유배지인 제주도에서 그렸다는 세한도가 있다. 해남 대흥사에 가면 무량수각 현판이 김정희의 글씨로 남아 있다. 나는 다 보았으나 특별한 감흥을 가진 적은 없다. 교과서에 나온 인물 중 한 사람, 조선 후기의 괜찮았다는 선비이자 예술가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이 소설로 이제서야 제대로 만난다. 


1권을 읽었을 뿐인데 답답한 마음이 그지없이 깊어진다. 천재로 살았어도 고단했구나, 천재라 더 고단했겠구나, 배움이 높아도 깨달음이 깊어도 재능이 뛰어나도 실력이 넘쳐도 기쁨이 모자랐겠구나 싶다. 자신의 쓸모를 알아주는 임금을 만나지 못하는 신하의 슬픔이라니,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여 그 보람을 바칠 임금을 얻지 못한 백성으로서의 한이라니. 이래서 내가 조선 후기 배경의 글을 싫어한다. 참으로 쓸데없는 감정이입이다.


그럼에도 읽는다. 읽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조금이라도 엉터리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했던 사람 중의 한 분에 대한 이야기이니, 이런 인물을 놓치지 않고 이야기로 들려주는 친절한 소설가가 우리에게 있으니, 기꺼이 읽어야 할 일이다. 역사는 사실을 기록하고 소설은 진실을 담아 전한다고도 하였고.   


정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자꾸 보게 된다. 누가 괜찮은 정치가인지 누가 나쁜 정치가인지. 사리사욕과 부정을 저지르는 정치가가 누구인지, 왜 그런 정치가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역사는 길고 이름도 길게 남는데 현실은 짧으니 영광은 내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일까. 


2권에서는 무슨 말을 더 해 주시려나.(우주님이 주신 여름 선물)

시를 모르는 사람의 삶은 건조합니다. 시를 모르면 세상 살아가는 진짜 맛과 멋을 모르게 되고, 닥쳐온 역경을 지혜롭게 이겨내지 못하게 됩니다. <시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선인들의 좋은 시를 만나면 줄줄 외어 머리에 담아버려야 합니다. 좋은 문장도 마찬가지로 줄줄 외어버려야 합니다. 머리에 들어간 좋은 문장이나 시는 그 사람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알 수 없는 영혼의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히는데, 그 불은 자기의 삶을 한층 빛나게 하고 더불어 세상을 밝혀줍니다. - P101

아, 외롭고 답답하고 슬플 때면 하늘을 쳐다보라는 말을 추사에게 해줄 것을 깜빡 잊었구나. 텅 빈 하늘, 태허, 그것은 얼마나 좋은 위안처인가. 우리들이 온 곳도 그 텅 빈 곳이고 돌아갈 곳도 그 텅 빈 자리 아닌가. 텅 빔은 큰 깨달음을 낳고, 큰 깨달음은 텅 빔을 향해 나아가는 것인데. - P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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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5 2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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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6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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