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원에 빚을 져서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4
예소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평점 :
작년 여름에 [소설 보다]에서 이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기억해 낸 것이 아니고 기록을 찾아봄).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인데 내 기록으로는 인상에 남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늦게나마 내가 놓쳤을 수도 있으므로 수상자로서의 이름을 따라 찾아읽은 책이다. 이 출판사에서 펴낸 핀 시리즈 중의 한 권, 분량은 적고 책은 아담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소설의 소감을 적어 보자면, 내게 막 인상적이지는 않다. 세 여자의 이야기. 서로 친하게 지냈는데, 친한 줄 알았는데도 사이사이 틈이 있고 오해가 있으며 갈등이 일어나는 관계를 헤아려 보게 하는 소설. 삶이라는 게 온통 이러하지 않나? 나도 너도 우리도 그들도. 서로서로 좋아한다면서도 싫어하고 이해한다면서도 오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무시하고. 어느 한 사람 완전한 이도 완벽한 이도 없으니, 다 모자라고 어리석고 서툴고 편협되어 있으니. 사람이란 존재 자체가 이런 특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내 안의 흠이나 네 속의 결점이나 거기서 거기, 누가 더 낫고 못하고도 없다.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일이다, 생이라는 것이. 맞추었다가 어긋났다가 다투었다가 어울렸다가, 적어도 내 사정이 네 사정이 될 수도 있고 네 처지가 내 처지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만 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은 한결 수월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을.
세 여자 중 한 명이 사라지고 남은 둘이서 한 명을 찾아나서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소설이므로. 현실의 나라면? 장담할 수가 없어서 부끄러워진다.
작가의 소설 [사랑과 결함]도 읽어보아야겠다. (y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