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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프로젝트
클레어 풀리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살짝 속은 느낌이다. 진실이라는 말의 무게에 졌다고 본다. 진실이라는 것, 진실을 말한다는 것, 진실을 밝힌다는 것이 늘 어디에서나 사람과의 관계를 낫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아버렸다고 해야 하나. 진실을 거짓으로 바꾸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되겠지만 진실을 숨긴다거나 굳이 밝히지 않는 경우도 우리네 복잡한 삶에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 소설에서만 얻은 것은 아니고.
소설의 전개 과정은 퍽 흥미로웠다. 진실 프로젝트라는 공책을 마련해서 각자의 진실을 릴레이처럼 노트에 적어 나가는 일. 누가 읽게 될지도 모르는데 자신의 지난 삶과 속사정을 낱낱이 드러낼 수 있다는 것, 이것만 해도 대단한 용기이기는 한데. 게다가 남의 진실을 다 알아낸 후 그에 더해 내 진실을 밝힌다는 것? 나는 어째 무모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으니. 소설의 끝에 다가갈수록 이런 내 생각은 더 단단해지기만 했고.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소설 속 사정이라고 하니 그런가 보다 받아들이기는 하면서도.
작가의 이력이 색다르다. 논픽션 작가인데 이 책이 첫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인물의 성격을 구현한 것에 아쉬움을 많이 느꼈다.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는 인물 6명이 진실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자신의 진실을 밝혀 놓았는데 문제를 해결 과정이 단순해지면서 나로서는 그다지 납득되지 않았던 탓이다. 이렇게 쉽게 사람이 변한다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진실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남의 진실을 쉽게 봐 버렸다고 해서? 게다가 라일리와 모니카와 해저드의 관계 변화는 황당하게만 보였다. 에이, 아무리 소설이라도... 싶은... 뭐, 소설인데 어때서?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정보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넘치는 시대다.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더 많다. 특히 사생활 정보에 대해서는. 안다고 다 이해되는 것도 아니고, 이해하기 위해 다 알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진실도 마찬가지가 된다. 식자우환의 상태를 겪지는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