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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ㅣ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사랑이든 우정이든 징글징글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 것이든 남의 것이든 상관없이 좋다면서 사랑한다면서 집착하고 매달리고 증오하고 갈망하고.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내 안의 꺼림칙한 욕망을 만났다. 잘 숨겨 두었다고 여겼던, 들키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던, 내가 나마저 훌륭하게 속여 놓았다고 믿었던 사람을 향한 애증의 모습.
재미있고 또 재미있다. 겨우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스무살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겠다. 나 역시 이미 지나온 나이지만, 그때 그 나이 때에 내가 겪은 경험만으로도 온 세상을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하는 생각과 행동은 다 맞다고 생각했고 움직였으며 자신만만했다. 심지어 실수나 실패마저도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여길 만큼. 그래서 무모했고 어리석기도 했고 용감할 수 있었고 부질없는 일에 도전까지 했다. 때로는 릴라처럼, 더 자주 레누처럼. 먼 나라 소설을 읽는데 자꾸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있으니 소설을 읽는 일이 얼마나 달콤하면서도 성가시던지. 오그라들었다가 내밀었다가 부끄러웠다가 뻔뻔해졌다가, 참 황당하면서도 진실 가득 담겨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릴라는 결혼을 한다. 레누는 대학을 간다. 둘은 다른 길을 간다. 내가 가지 않은 길. 호기심은 남고 질투는 자라고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서로 앞에서 자신의 행복을 견준다. 견주는 줄도 모르고 좋아하는 줄로만 믿고. 좋아하는 마음은 충분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오랜 시간을 그렇게 같이 보낼 수는 없을 테니까. 우정은 어느 선에서 선의로 작동할 수 있을까. 어느 지점부터 호의는 악의로 건너갈까. 친구라면서, 사랑한다면서, 상대의 파멸을 기대하는 마음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는 자신을 변호하는 비겁한 심성은 어떤 본능으로부터 자라는 것일까.
갈 계획은 전혀 없지만 나폴리라는 도시가 참 궁금하다. 딱 한 번 가 본 적이 있는데도, 나폴리의 바다를 보며 감동을 받은 기억도 선한데, 한번 더 소설 속 작은 도시의 거리거리를 걸어보고 싶다. 레누가 다닌 대학이 있는 피사까지도.
다음 권으로 넘어갈 것이다. 릴라와 레누, 청춘을 지나는 둘은 얼마나 더 나를 애태울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