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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자 이야기
조경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작가가 쓴 예전(2004년) 작품집이다. 이 가운데 한두 편을 읽었을 수도 있겠는데 아무런 기억이 없다. 제목은 남지 않고 작가의 이름만 생생하다. 작가의 초기의 글을 좋아했다고 기억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그 즈음에 멀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그랬을 것 같은 짐작이 든다.
초반의 두 작품은 좋았다. 그래도 표제작인 '국자 이야기'와 '나는 봉천동에 산다'. 사소한 것들을 묘사하는 방식에 나는 쉽게 빠져드는 편이고 이런 서술을 좋아한다. 인물의 성격이든 인물 간의 관계든 갈등의 요소든, 아주 하찮은데도 엄청 중요하게 여겨지도록 이끌어들이는 글의 힘과 사고 범위를 존중한다. 대단한 것 자체보다 작고 약한 것을 거대한 의미로 바꿔 내고 삶이 향하는 방향과 연결하는 작가의 능력을. 내가 바라는 방향이라면 더더욱. 내게 국자는 무엇이며 봉천동은 어디에 해당될까. 스스로에게 물어볼수록 흥미로워진다.
이후의 글들은 읽어 나갈수록 내 취향과 자꾸 멀어져 갔다. 소재가 못마땅하든 배경이 시시하든 갈등이 지긋지긋하든. 문체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니 읽고 싶은 마음이 사라져가는 느낌을 고스란히 받아들여야 했던 읽기였다. 작가의 이름을 걸고 내 의식을 달래 보았으나 끝내 포기하고 말았다. 정독이 되지 않았다.
이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더 섭섭하다. 좋아하는 작가의 좋은 글은 읽을수록 좋은 법인데. 따져 보니 작가의 최근 작품도 안 읽었다. 작년에 이상문학상도 수상했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