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의 코인 세탁소
박현주 지음 / 엘릭시르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작가에 대한 탐구를 시작해야겠다. 글이 아주 내 취향이다. 글에 대해 말하는 것이 글을 읽는 나를 말하는 것이 되는 독서 체험, 제대로 하고 있다.

오컬트. 오컬트(occultism 오컬티즘)는 물질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숨겨진 지식"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화자인 재인은 오컬트에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탐구 능력도 꽤 있으며 관련되어 있는 이런저런 문제까지도 해결한다. 오컬트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재인의 추리 탐구 능력에 매력을 느끼다 보니 오컬트라는 영역까지 흥미로워지려고 한다. 확장과 심화를 맛본다.

4편의 소설, 즉 4건의 중심 사건이 있고 이들은 재인이 살고 있는 건물의 1층에 있는 코인 세탁소와 이어진다. 정확하게는 재인이 세탁소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들이 이어진다고 해야겠다. 어떻게 어떤 연유로 이어지는지는 글을 읽고 알아내야 하는데 무섭지는 않으나 약간 괴기스러운 장면과 연결된다. 괴기스럽다는 느낌부터 독자마다 다르게 받아들이겠지만 내게는 그랬다. 오컬트가 이렇게 오묘한 장르였다고? 맛보기로만 보여 주는 것 같은데 내 수준에서는 제대로다.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문제이자 핵심이다. 잘 어울리면 평화롭고 어울리지 못하면 갈등을 일으키게 되고 한 쪽이 다른 쪽에 정직하지 못하게 되면서부터 오해가 생기고. 작가는 작고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갈등의 요소를 붙잡아 보여 준다. 사람이란 이렇게도 편협된 존재인 셈이다. 자기 생각, 자기 이익, 자기 만족, 나이가 든다고 해서 나이따라 나아지는 게 아닌 자기 중심적 태도, 버릴 줄 모르거나 버리지 않거나. 화자 재인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 사이에 깃든 이런 모습을 밝히는 장면이 썩 마음에 들었다. 이 작가의 글을 이제야 읽은 게 섭섭할 정도로.

화자에게 헌은 어떤 사람으로 어떤 관계로 나아가게 될까. 시리즈라고 했으니 계속 나올 이야기라는 뜻이겠지? 기대가 많이 된다.

타인에게서 공통점을 찾고자 하는 열의도 일종의 기질이다. - P235

어떤 부분은 말하고 어떤 부분은 말하지 않는 게 눈치가 있는 거죠. - P29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