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 - 속임수는 어떻게 생존 전략이 되었는가
리싱 선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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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물의 세계에서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이토록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는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는 윤리적인 선호, 명예로운 규범, 가치 체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실용적으로 진행되는 비도덕적이고 무자비한 과정이다. 진화는 친사회적인 협력과 반사회적인 술수를 구분 짓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률을 높이는 것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 결과 인간의 사회적 감수성으로 보면 뻔뻔하고 비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물의 세계에서는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번성하고 있다.               P.33~34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널리 알리기 위해 부정직한 전략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자화자찬, 남의 공로를 빼앗기,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기, 사회적 자격, 경력 등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뇌물을 주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물질적인 대가를 위해 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기도 한다. 신종 보이스 피싱과 전자 금융사기, 다단계 사기, 애정을 미끼로 한 결혼 사기 등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속임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보도된다. 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쉽게 속는 걸까. 그리고 무엇 때문에 남을 속이는 걸까. 속임수 기법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는 그 동안 꽤 많이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자연도 인간처럼 속임수를 쓴다면 어떨까.


식물은 가짜 신호를 번쩍이며 유혹하고, 새들은 노련한 포커 플레이어처럼 허세를 부리며, 물고기들은 수중에서 연극을 벌인다. 심지어 미생물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 음모를 꾸민다. 생명체들이 속임수를 쓰는 이유는 비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살아남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먹이를 얻고, 포식자를 피하며, 짝을 찾고, 자손을 남기려 애쓰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힘이나 속도가 아니라, 때로는 교묘한 술수다. 속임수를 하나의 창의적인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는 순간, 자연 세계는 거대한 사기극을 펼치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 이 책은 생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을 넘나들며 생명체가 감각과 인지의 빈틈을 파고들며 진화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센트럴워싱턴대학교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 리싱 선은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속임수와 속임수 대응 전략 사이의 끊임없는 군비 경쟁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사회적 지능과 예술 같은 복잡한 속성이 출현하도록 촉진한다. 속임수라는 촉매가 없다면, 우리 세상에는 생물학적, 문화적 다채로움이 사라져 상당히 지루해질 것이다. 여전히 속임수에 대해 착잡한 감정이 든다면,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한다. 특정 유형의 속임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이 주제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인류라는 종에서 나타나는 속임수와 자기기만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p.206


이 책을 읽는 내내 생물학적 세계 어디에나 사기꾼과 부정행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원숭이들은 교미하려고 상대에게 몰래 다가가며, 주머니쥐는 포식자에게 쫓기면 '죽은 척'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경쟁자들을 겁주어 쫓아내려고 거짓 경보음을 내며, 변장의 귀재인 양서류와 파충류는 자신의 피부색을 주변 색과 비슷하게 바꿔 몸을 숨긴다. 이러한 생물들의 사례를 들자면 끝도 없을 정도로, 동물 세계에는 속임수와 기만 행동이 많았다. 뇌나 뉴런이 없는 식물들 또한 그러한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난초는 수분 매개자들이 선호하는 먹이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는 짝짓기 기회를 노리는 수컷 수분 매개자를 기만하고 속이는 것이다. 식물이나 균류 같은 복잡한 유기체뿐만 아니라 단세포 생물 또한 속임수를 쓴다.


생물의 세계에서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이토록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속임수의 드넓은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속임수를 진화적 전략으로 해석하며, 생명의 복잡성과 다양성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사회의 거짓과 정보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자연의 속임수를 거짓말이라는 제1법칙과 기만이라는 제2법칙으로 정리했다. 의사소통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위조하는 거짓말의 생물학적 본질과 상대의 인지적 편향과 약점을 무기로 삼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자연의 속임수를 이해하게 되면, 인간 사회의 속임수 패턴도 보인다는 사실이다. 속임수를 생명 전반에서 반복되어온 보편적인 생존 전략으로 이해할 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기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한 사례들을 충분히 살펴본 뒤, 속임수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어떻게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어 진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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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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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세기 말, 인류는 우주에 대한 이해에서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며 마침내 수많은 자연현상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을 손에 넣게 됐다. 뉴턴 역학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에서 행성의 궤도 운동에 이르기까지, 지상의 물체와 천체의 움직임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견고한 틀을 제시했다. 뉴턴 이후 인류는 우주가 광대하고 정교하지만 대체적으로 이해와 예측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우주관을 가지게 됐다.                p.69


어린 시절에 나를 가장 매혹시켰던 것은 블랙홀을 비롯해서 우주와 관련된 분야였다. 무한대의 우주란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고,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기할 만큼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과 천문학에 관련된 정보들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과학잡지 Newton을 꽤 오래 읽었는데, 전문적인 지식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페이지를 넘기면서 만나는 사진들만으로도 신나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한참 우주에 빠져 살았던 그 시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주의 암흑물질 연구자이자 입자물리학자인 세라 알람 말릭의 첫 번째 책이다. ‘코스모스를 넘어’라는 한국어판 제목처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 이후를 만나볼 수 있는, 우주에 관한 가장 최신 정보들을 담고 있다. 기원전 7세기 무렵 종교적 목적과 실용적 목적 모두로 하늘을 관찰했던 바빌로니아인들의 고대 우주부터 시작해 뉴턴 역학의 19세기와 양자역학이 탄생했던 20세기 초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2,000년간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었던 우주의 히스토리를 살펴본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시대의 인류가 우주의 비밀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믿으며 오만을 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밤하늘에 빛나는 항성들, 그 빛을 받는 행성들 그리고 우리의 상상 너머로 펼쳐진 은하들이 전체 우주의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하며, 나머지 95퍼센트는 여전히 우리의 이해를 완강히 거부한 채 어둠 속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면, 항성 주위를 도는 눈부신 행성들에서부터 새로운 태양이 태어나는 거대한 가스와 먼지의 기둥들, 나선과 타원을 그리며 춤추는 은하들 그리고 중력이 모든 것을 삼켜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어두운 소용돌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숭고한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때 우리는 이 찬란한 존재들이 우주라는 광대한 무대를 채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우주가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류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p.157


모든 건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 물론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우리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빅뱅'이 일어났고,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놀랍다. 물론 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아직 확정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고대인들이 별들을 관측해 그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우주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의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리는 과거의 인류가 바라보던 하늘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현실 속에 존재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또 다른 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진리'라고 믿는 것들조차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후 완전히 새롭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행해온 탐구와 그 성취,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가 속한 우주를 헤아리려는 모든 노력이 우리를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우주는 인류에게 단지 신화의 영역이거나 천문학적 탐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주는 단순한 탐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도달 가능한 공간, 인간이 거주 가능한 공간까지 확장되어 가고 있다. 우주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다음에 이어질 획기적인 도약은 생물학적 제약에서 벗어나 우주 속에서 디지털 존재로 이행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다. 우리의 시작을 가능케 한 수십억 년의 진화, 우리와 긴밀한 연대를 이루며 살아온 무수한 생명들과 그 여정을 간능케 한 이 행성을 기억해야 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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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사텐이라는 시간 - 천천히 짙어지는 도쿄의 오래된 커피 공간
가와구치 요코 지음, 송유선 옮김 / 리틀프레스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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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젠가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현지인들로만 바글바글한 카페를 간 적이 있다. 아침 일찍 갔었는데, 토스트와 달걀 등을 커피와 함께 세트로 판매하고 있었고, 출근 전에 들른 직장인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브라운 톤의 세월이 묻어난 느낌이라 차분하고, 가성비도 좋았던 아침 식사로 기억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킷사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킷사텐이란 일본의 복고풍 카페를 부르는 말이다. 보통 세월이 묻어나는 노포 카페들로 우리나라의 다방같은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국내에서는 일본식 레트로 카페들을 킷사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킷사텐에서는 음료나 디저트뿐만 아니라 샌드위치나 나폴리탄 스파게티 등 식사 종류도 함께 판매하고 있어, 여행객들이 조식을 먹기 위해 들르기도 한다. 




보통 킷사텐들은 수십 년의 세월이 느껴지는 실내 공간을 갖고 있어 요즘의 화려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지만, 허름하면서도 빈티지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커피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면 킷사텐을 가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어렴풋한 커피의 향, 음식이나 디저트의 냄새, 사람들의 느긋한 모습과 조용한 대화 소리,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 음악, 온기 혹은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 등 냄새와 소리와 온도가 혼연일체 된 그 분위기를 '킷사의 향'이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이 설명만 듣더라도 킷사텐의 분위기가 어떤지 짐작이 될 것이다. '도쿄의 길목 아래, 이미 떠나간 이들의 소박한 기억과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의 활기가 한 킷사텐에서 교차하고 있습니다'라는 문장처럼 이 책은 여행 가이드이자 에세이처럼 읽히기도 해 더 좋았다.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일본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 말이다. 




이 책은 도쿄의 킷사텐 77곳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서와 휴식의 공간, 매력적인 한 접시, 재즈 킷사, 명곡 킷사의 시대 등 각 킷사텐의 매력을 중심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간다, 진보초, 주오선, 교외의 킷사텐으로 위치 별로도 정리했다. 도쿄 곳곳에 흩어져 있는 킷사텐을 따라가는 여정이 자연스럽게 떠나고 싶은 마음을 부추기는 듯한 느낌이다. 천천히, 고요한 공간에서, 시간의 밀도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커피를 음미하며 킷사텐의 풍경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책이었다. 


각각의 장소마다 위치와 휴무, 영업시간, 메뉴에 대한 소개가 별도로 수록되어 있고, 킷사텐의 분위기를 알 수 있는 사진들과 대표 메뉴의 사진도 볼 수 있어 도쿄에 방문하게 된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은 실용적인 책이기도 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서, 일부러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커피를 마시는 일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래서 '킷사텐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마음의 호사'라는 문구가 참 와 닿았다. 변함없이 가게를 이어온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바꾸는 게 귀찮을 뿐"이라는 답변을 들려주는 주인의 모습에서 묵묵하지만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고, 만약 내가 독서를 하고 싶은데 옆에 시끄러운 두 사람이 앉아 있다면 어쩌냐는 질문에 "사회란 그런 것"이라고 대답하는 주인의 인생관 또한 빙그레 미소짓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또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자신들의 경영 철학이 '일기일회'라고 대답한 킷사텐이었다. 일주일에 여섯 번 찾아오는 단골손님에게든,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든 이 순간은 단 한 번뿐이기에, 마음을 다해 정성껏 맞이하고 싶다고 말이다. 이런 마음으로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만들어 주는 곳이라면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신주쿠역 서쪽 출구에 있는 다지마야 커피점이다. 언젠가 도쿄에 가게 되면 꼭 가볼 예정이다. 이 책을 통해 여러 킷사텐을 가보며 오래된 커피 공간의 매력, 킷사텐이 줄 수 있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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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서아람 지음, 쏘우주 그림 / 다산어린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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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영양초등학교 급식은 누군가 급식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레전드 급식'으로 유명해졌다. 방송사에서 영양사 은빈쌤을 취재하겠다고 찾아와서, 짧은 인터뷰가 뉴스에 나가기도 했다. 메뉴부터 랍스터 버터구이, 수제 불고기 버거, 돈가스 덮밥, 베트남 쌀국수 등 단 하루도 같은 메뉴가 나오는 날이 없었고, 디저트마저 예술이었다. 망고 셔벗, 크림 찹쌀떡, 미니 팥빙수 등 영양가는 물론 맛은 어찌나 좋은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급식 시간에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금투성이 소시지가 나오는가 하면, 회오리 감자가 든 통이 갑자기 없어져 삶은 감자로 대체하기도 하고, 주방에 있는 국자가 모두 사라져 버려 종이컵으로 마라탕을 배식하느라 국물이 다 흐르고 난리가 난다. 급기야 이상한 메뉴들이 잔뜩 쓰인 식단표까지 등장하며 뒤죽박죽이 되어 버리는데, 이러다 통째로 사라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쇄 급식 테러'가 이어진다.


급식을 너무 좋아해서 '두 번 급식'을 먹는 걸로 유명해서 두식이라는 별명이 붙은 두식과 모든 일에 적극적인 학습회장 수영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 경찰인 두식의 아버지에게 범인을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어보고, 두 사람은 흩어진 단서들을 조합하기 시작한다. 




두식은 편의점 뒤쪽 쓰레기장에 버려진 네모난 은색 통이 회오리 감자가 가득 든 통이라는 것을 발견한다. 마침 골목 끝에 누군가 휙 지나가는 듯했지만, 그림자밖에 보지 못했다. 그리고 온갖 알레르기로 급식에 불만도 많고, 보건실에 자주 가는 예민이, 유튜브로 급식실에 일어난 사건을 올리면서 구독자가 늘어난 다나 등 수상한 점이 보이는 용의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과연 연쇄 급식 테러 사건 수사대, 일명 급수대는 범인을 찾고 예전처럼 맛있는 급식을 먹을 수 있게 될까. 


의심이 가는 상황에 놓인 용의자를 불러서 심문을 하고, 결정적인 증거를 수집하고, 거짓말 탐지기를 사용하는 등 아마추어지만 아이들의 수사는 꽤나 적극적이고, 원칙을 따르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특히나 매일의 급식 메뉴가 아이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급식 메뉴를 둘러싼 소동을 그리고 있어 아이들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작품은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를 쓴 작가이자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이력을 가진 서아람 작가의 신작이다. 그래서 수사하는 절차와 수사하는 사람이 갖춰야 할 태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이야기가 탄생했다. 작품의 후반부에는 경찰에 대한 아이들의 궁금증도 따로 정리해두었다. 경찰은 어떻게 되는지, 경찰이 되려면 뭘 잘해야 하는지, 수갑은 언제 사용하는지, 검찰과 경찰의 수사는 무엇이 다른지 등등에 대한 궁금증을 극중 인물들의 통해 대답하는 형식으로 들려준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경찰과 수사에 대한 필수 정보도 배울 수 있어 더욱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다.


법과 정의, 사건을 쫓는 어린이를 위한 법학 동화 '우리들의 시작' 시리즈는 두 번째 책이다. <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에 이어 <우리들의 수사를 시작하겠습니다>가 이번에 나왔고, 곧 <우리들의 소송을 시작하겠습니다>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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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쿼터스
스즈키 고지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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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는 문득 기시감에 사로잡혔다. 어디선가 한 번 본 적이 있는 광경. 아니, 경치는 다르다. 한쪽은 도시 교외에 있는 주택가의 한구석, 한쪽은 인가가 흩어져 있는 동네에 외따로 자리 잡은 단독주택. 그저 자아내는 분위기가 비슷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15년 전,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폐가를 찾아갔을 때 감지했던 것과 똑같은 냄새가 주변에 가득했다. 그 원천은 집을 둘러싼 식물들이었다. 이상하리만치 무성하게 자란 식물들.              p.97


잠깐의 사랑으로 대형 출판사라는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잃고 딸의 친권만 간신히 사수해 겨우 입에 풀칠만 하는 처지가 된 게이코는 탐정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잡지 기자 시절에 얻은 취재력과 인맥으로 경험을 쌓아 탐정 일을 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모든 생활고의 원인을 만든 겐스케가 찾아온다. 함께 저지른 불륜이었는데 그는 사회적 제재를 받지 않고 일과 가정 양쪽을 지켜냈기에 두 사람의 사이에 좋은 감정이 남아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방세가 석 달이나 밀려서 사무소 유지조차 힘든 상황이었기에, 그가 가져온 일감을 덥썩 받아들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릴 적 친구의 부모로부터 혹시 존재할 지도 모르는 손녀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15년 전 아들이 갑작스럽게 병으로 죽은 뒤 실의에 젖어 사는 그들에게 갑작스럽게 꽃다발이 도착했는데, 아들에게 당시 연인이 있었기에 혹시 손주가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손주가 있는지, 없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사람 찾기의 일반적인 시세를 훌쩍 뛰어넘는 보수에 게이코는 15년 전 사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조사는 15년 전에 있었던 작은 신흥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연결된다. 단체의 이름은 '꿈꾸는 허브 모임'으로 식물을 주로 다루며, 온건한 교의를 표방해 인근 주민과 마찰도 없었고, 여성 신도만 모아서 조촐하게 운영하던 교단이었다. 사건은 당시 본부 시설에서 공동 생활하던 8명 중 7명이 정원 여기저기서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제삼자의 흔적은 전혀 없었고, 내부에 수상한 점도 없었으며, 부검을 한 이후에도 명확한 사인을 확정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다시 말해, 진화의 방향을 거꾸로 되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알기 쉬운 색의 변화는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경고를 통해 식물은 자신들의 의도를 전하려는 것이죠. 중요한 건 귀를 잘 기울여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겁니다. 식물이 인간에게 기대가 남아 있다면 몰라도, 이미 쓸모없다는 낙인을 찍었다면 끝입니다. 거추장스러운 인간을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난리법석을 피워도 이미 늦은 겁니다. 더는 손쓸 방법이 없어요.               p.253


TV 밖으로 기어 나오는 귀신이 나오는 《링》으로 세계를 공포에 빠뜨린 ‘호러의 제왕’ 스즈키 고지의 신작이다. '지구 생명의 역사를 식물의 시점에서 다시 본다면, 세계가 자아내는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세계의 구조를 근원부터 뒤흔들며 대담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이야기는 도쿄 도내의 한 맨션에서 의문사 사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집은 내부에서 자물쇠를 잠근 밀실 상태였고, 부검을 했지만 사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요코스카의 자위대 관사에서 비슷한 의문사가 또 발생한다. 돌연사한 두 남성은 모두 서른살 이라는 젊은 나이에 지병도 없었다. 이 사건은 15년 전에 있었던 작은 신흥 종교 단체의 신도들이 집단으로 사망한 사건으로 연결된다. 15년의 간격이 있는 두 사건에 공통적인 인과 관계는 무엇일까. 


탐정 게이고, 사건에 대해 르포를 썼던 작가 우에하라, 물리학자 츠유키, 주간지 기자 유리까지 네 사람이 함께 단서를 좇으며 사건의 실체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스즈키 고지는 존재하지 않는 문자로 기록된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책인 보이니치 필사본, 남극에서 채취된 얼음 속 미생물,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돌연사 등을 인류의 문명과 언어의 기원, 그리고 과학적 정보들을 토대로 매력적인 스토리로 탄생시켰다. 제목인 '유비쿼터스'란 어디에든 있다는 뜻이다. 지구 생명체의 총중량 중 99.7퍼센트를 차지하는 식물이 극소수인 동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면 어떨까. 스즈키 고지는 놀라운 상상력을 탄탄한 구성과 치밀한 전개를 통해 현실로 구축시켜 보여준다. 인간의 문명을 식물의 시점에서 다시 읽는 다는 설정만으로도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칠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스즈키 고지는 이 작품을 4부작 시리즈로 구성했다고 한다. 2부는 미국, 3부는 대항해 시대, 4부는 인류의 우주 진출을 그릴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 이어질 시리즈도 매우 기대가 된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차원의 공포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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