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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를 넘어 - 칼 세이건 이후 우주와 인간의 새로운 이야기
세라 알람 말릭 지음, 고현석 옮김 / 흐름출판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19세기 말, 인류는 우주에 대한 이해에서 눈부신 도약을 거듭하며 마침내 수많은 자연현상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들을 손에 넣게 됐다. 뉴턴 역학은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현상에서 행성의 궤도 운동에 이르기까지, 지상의 물체와 천체의 움직임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견고한 틀을 제시했다. 뉴턴 이후 인류는 우주가 광대하고 정교하지만 대체적으로 이해와 예측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우주관을 가지게 됐다. p.69
어린 시절에 나를 가장 매혹시켰던 것은 블랙홀을 비롯해서 우주와 관련된 분야였다. 무한대의 우주란 끊임없는 이야기 거리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었고, 천문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신기할 만큼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학과 천문학에 관련된 정보들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과학잡지 Newton을 꽤 오래 읽었는데, 전문적인 지식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페이지를 넘기면서 만나는 사진들만으로도 신나는 시간이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 한참 우주에 빠져 살았던 그 시기가 다시 떠올랐다. 그만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주의 암흑물질 연구자이자 입자물리학자인 세라 알람 말릭의 첫 번째 책이다. ‘코스모스를 넘어’라는 한국어판 제목처럼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그 이후를 만나볼 수 있는, 우주에 관한 가장 최신 정보들을 담고 있다. 기원전 7세기 무렵 종교적 목적과 실용적 목적 모두로 하늘을 관찰했던 바빌로니아인들의 고대 우주부터 시작해 뉴턴 역학의 19세기와 양자역학이 탄생했던 20세기 초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난 2,000년간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었던 우주의 히스토리를 살펴본다. 재미있는 것은 모든 시대의 인류가 우주의 비밀에 한 발 더 다가섰다고 믿으며 오만을 품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밤하늘에 빛나는 항성들, 그 빛을 받는 행성들 그리고 우리의 상상 너머로 펼쳐진 은하들이 전체 우주의 겨우 5퍼센트에 불과하며, 나머지 95퍼센트는 여전히 우리의 이해를 완강히 거부한 채 어둠 속에 잠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주를 여행할 수 있다면, 항성 주위를 도는 눈부신 행성들에서부터 새로운 태양이 태어나는 거대한 가스와 먼지의 기둥들, 나선과 타원을 그리며 춤추는 은하들 그리고 중력이 모든 것을 삼켜 아무것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의 어두운 소용돌이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숭고한 아름다움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한때 우리는 이 찬란한 존재들이 우주라는 광대한 무대를 채우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우주가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인류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p.157
모든 건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 물론 그때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여전히 우리는 아는 게 많지 않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빅뱅'이 일어났고,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그 기원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는 사실은 아직도 놀랍다. 물론 그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아직 확정적인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하니 말이다. 고대인들이 별들을 관측해 그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우주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인간의 우주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우리는 과거의 인류가 바라보던 하늘과 같은 하늘 아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현실 속에 존재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은 또 다른 현실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의심의 여지없이 '진리'라고 믿는 것들조차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후 완전히 새롭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인류가 오랜 세월에 걸쳐 수행해온 탐구와 그 성취,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고 우리가 속한 우주를 헤아리려는 모든 노력이 우리를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20세기 중반까지 우주는 인류에게 단지 신화의 영역이거나 천문학적 탐구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우주는 단순한 탐험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도달 가능한 공간, 인간이 거주 가능한 공간까지 확장되어 가고 있다. 우주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지구를 넘어 달과 화성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다음에 이어질 획기적인 도약은 생물학적 제약에서 벗어나 우주 속에서 디지털 존재로 이행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다. 우리의 시작을 가능케 한 수십억 년의 진화, 우리와 긴밀한 연대를 이루며 살아온 무수한 생명들과 그 여정을 간능케 한 이 행성을 기억해야 한다. 우주를 향한 인류의 시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미래로 나아갈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