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인간까지 속임수의 진화 - 속임수는 어떻게 생존 전략이 되었는가
리싱 선 지음, 김아림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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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생물의 세계에서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이토록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화는 소크라테스 같은 철학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진화는 윤리적인 선호, 명예로운 규범, 가치 체계에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실용적으로 진행되는 비도덕적이고 무자비한 과정이다. 진화는 친사회적인 협력과 반사회적인 술수를 구분 짓지 않는다. 생존과 번식률을 높이는 것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그 결과 인간의 사회적 감수성으로 보면 뻔뻔하고 비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생물의 세계에서는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번성하고 있다.               P.33~34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고 널리 알리기 위해 부정직한 전략을 다양하게 활용한다. 자화자찬, 남의 공로를 빼앗기,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아첨하기, 사회적 자격, 경력 등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뇌물을 주는 부정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물질적인 대가를 위해 남을 속이고, 사기를 치기도 한다. 신종 보이스 피싱과 전자 금융사기, 다단계 사기, 애정을 미끼로 한 결혼 사기 등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다양한 속임수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 보도된다. 대체 인간은 왜 이렇게 쉽게 속는 걸까. 그리고 무엇 때문에 남을 속이는 걸까. 속임수 기법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는 그 동안 꽤 많이 논의되어 왔다. 그런데, 자연도 인간처럼 속임수를 쓴다면 어떨까.


식물은 가짜 신호를 번쩍이며 유혹하고, 새들은 노련한 포커 플레이어처럼 허세를 부리며, 물고기들은 수중에서 연극을 벌인다. 심지어 미생물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 음모를 꾸민다. 생명체들이 속임수를 쓰는 이유는 비도덕적이어서가 아니라, 살아남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은 먹이를 얻고, 포식자를 피하며, 짝을 찾고, 자손을 남기려 애쓰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힘이나 속도가 아니라, 때로는 교묘한 술수다. 속임수를 하나의 창의적인 생존 전략으로 바라보는 순간, 자연 세계는 거대한 사기극을 펼치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 이 책은 생물학, 인지과학, 진화심리학을 넘나들며 생명체가 감각과 인지의 빈틈을 파고들며 진화해온 과정을 보여준다. 센트럴워싱턴대학교 생물과학부 석좌 연구교수 리싱 선은 이 책을 통해 자연과 인간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들어 준다. 




속임수와 속임수 대응 전략 사이의 끊임없는 군비 경쟁은 동물과 인간 모두에서 사회적 지능과 예술 같은 복잡한 속성이 출현하도록 촉진한다. 속임수라는 촉매가 없다면, 우리 세상에는 생물학적, 문화적 다채로움이 사라져 상당히 지루해질 것이다. 여전히 속임수에 대해 착잡한 감정이 든다면, 나 역시 그 생각에 동의한다. 특정 유형의 속임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판단하려면 이 주제에 대한 새로운 철학적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논의하기에 앞서, 인류라는 종에서 나타나는 속임수와 자기기만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p.206


이 책을 읽는 내내 생물학적 세계 어디에나 사기꾼과 부정행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매우 놀라웠다. 원숭이들은 교미하려고 상대에게 몰래 다가가며, 주머니쥐는 포식자에게 쫓기면 '죽은 척'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새들은 먹이를 발견하면 경쟁자들을 겁주어 쫓아내려고 거짓 경보음을 내며, 변장의 귀재인 양서류와 파충류는 자신의 피부색을 주변 색과 비슷하게 바꿔 몸을 숨긴다. 이러한 생물들의 사례를 들자면 끝도 없을 정도로, 동물 세계에는 속임수와 기만 행동이 많았다. 뇌나 뉴런이 없는 식물들 또한 그러한 전략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더욱 놀랍다. 난초는 수분 매개자들이 선호하는 먹이와 비슷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는 짝짓기 기회를 노리는 수컷 수분 매개자를 기만하고 속이는 것이다. 식물이나 균류 같은 복잡한 유기체뿐만 아니라 단세포 생물 또한 속임수를 쓴다.


생물의 세계에서 속임수와 부정행위가 이토록 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속임수의 드넓은 세계로 우리를 데려간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속임수를 진화적 전략으로 해석하며, 생명의 복잡성과 다양성에 대해,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 사회의 거짓과 정보 왜곡 문제에 대해서도 생물학적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들어 준다. 저자는 자연의 속임수를 거짓말이라는 제1법칙과 기만이라는 제2법칙으로 정리했다. 의사소통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정보를 위조하는 거짓말의 생물학적 본질과 상대의 인지적 편향과 약점을 무기로 삼는 부정행위에 대해서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자연의 속임수를 이해하게 되면, 인간 사회의 속임수 패턴도 보인다는 사실이다. 속임수를 생명 전반에서 반복되어온 보편적인 생존 전략으로 이해할 때,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기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러한 사례들을 충분히 살펴본 뒤, 속임수가 일상화된 세계에서 어떻게 더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시하고 있어 진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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