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티의 플랜B -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의 비밀
나희선(도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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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친구들이 부럽다는 단순한 감정은 아니었다. 돈이 없어서 창피하다는 감정도 아니고 내 처지를 비관한 것도 아니었다. 돈보다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자투리 시간에 쇼핑을 하는 친구들의 시간은 아주 알차 보인 반면, 마냥 기다리는 있는 내 시간은 아무 가치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돈이 있음으로써 어떤 이의 시간은 가치 있어지는구나.’ 그 장면에서 나는 천천히 사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 돈으로 인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p.15

 

최초, 최고, 유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1세대 크리에이터 도티, 이 책은 구독자 25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고 있다. 8년 전 취업준비생이던 당시 700점도 넘지 못한 토익 점수에 스펙이라고는 전혀 없었기에 자기소개서에 한 줄을 써넣기 위해 시작한 것이 유튜브였다. 구독자를 1,000명만 모아서 쓰면 모자란 스펙이 조금은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취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한 1인 미디어는 국내 최고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의 공동 창업자로 성장한다. 도티는 이른바 1세대 크리에이터라 그가 유튜브라는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만 해도 참고할 만한 롤모델이나 지식이 거의 없었다. 그러니 바닥부터 직접 겪으며 수업이 고민하고 좌절하는 모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순위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그만큼 유튜브가 우리에게 일상이 되었고, 유튜브를 통해 스타가 되는 것이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연예인들조차 방송만큼의 비중으로 유튜브를 통해 개인 채널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유튜브라는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노는 것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같이 느껴지더라도, 실상을 보면 그게 전부는 아니다. 모든 연령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를 꿈군다. 그렇다면 크리에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1인 미디어 시작을 위한 모든 노하우를 담고 있다.

 

 

크리에이터에게는 꾸준함과 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중요한 차원을 넘어 채널을 존재하게 하는 원료와 같다. 크리에이터의 역량에 맞게 편성하더라도 꾸준히 해야 채널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월, 수, 금요일에만 업로드 하더라도 1년이고 2년이고 지속적으로 하려면 웬만한 성실함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꼬박꼬박 일기 쓰는 것도 힘든데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 올리는 일은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래서 재능보다는 성실함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내 경우에는 무조건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게 주효했다.     p.144~145

 

도티는 스스로를 방송에 썩 재능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말한다. 연예인 지망생도 아니었고, 정말 평범하게 살아온 사람이라 초반기 영상은 눈 뜨고 보기 힘들 만큼 엉망이라고. 그러니 도티 TV가 처음부터 특별한 재능과 사람들을 끄는 힘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의 성공이 '왕도 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계발된 재능이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덕분이 아니었다는 점은 보통의 일반인들에게 용기를 줄 것 같다. 무엇보다 '재능보다는 성실함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마인드가 참 좋았다. 1인 미디어에서는 크리에이터가 정체성이고 브랜드인데, 크리에이터의 성실함은 엄청난 재능을 뛰어넘는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도티의 플랜A는 메이저 언론사에 취업해 방속국 PD가 되는 거였다. 하지만 언론고시를 볼 자신도 없었고, 좋은 기업에 입사한다는 계획은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플랜B를 준비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재능과 꿈을 발견하게 된다. 그렇게 몇 년을 쉼 없이 매일 컨텐츠를 만들어냈던 도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과 공황장애를 겪게 된다. 도티와 인간 나희선 사이에서 불안과 좌절감에 빠졌을 때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플랜B였다. 플랜B는 플랜A가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차선책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자 또 다른 희망이었던 것이다. 구독자 250만 명의 크리에이터는 무엇이 다른지 그 비밀이 궁금하다면, 유튜브 크리에이터를 꿈꾸고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자신만의 플랜B를 발견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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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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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기계와 결합한 존재란 아이언 맨 슈트를 입고 하늘을 날거나 온갖 화려한 차종으로 변신하는 모빌리티를 타는 존재가 아니라, 낡은 철제 수동 휠체어를 탄 이들, 오래된 전동 휠체어를 타고 배터리가 방전될까 걱정하는 이들, 3일에 한 번씩 신장 투석기에 접속하고 4시간씩 혈액의 노폐물을 걸러주느라 스케줄 조정에 곤란을 겪는 이들이다. 그러므로 '사이보그가 되어서' 스스로를 온전한 존재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언젠가 도래할 첨단의 기계와 결합하거나 기계 없이도 '정상적인 몸'이 될 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계들과 더 안전하고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p.63

 

김초엽 작가에게 후천적 청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독자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력 손상을 가지고 있다고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장애를 잘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청각장애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당사자가 알리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장애'이니 말이다. 그 외에도 심리적인 문제, 내부장애, 만성 통증 등의 보이지 않는 장애는 지속적으로 '의심'을 받는다. 주변인들이 즉각적으로 인지할 수 없고, 혹은 장애 상태를 잊어 버리거나, 당사자가 경험하는 고통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애가 드러나지 않는 것과 장애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편한 것일까.

 

한국의 등록된 장애인 인구는 작년 봄 기준으로 261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퍼센트가 살짝 넘는다. 결코 적은 수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일상에서 장애인을 마주치는 일은 흔치 않다. 왜냐하면 장애인들이 오랫동안 집과 시설에 격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보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을 전공한 소설가 김초엽과 사회학,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김원영이 각기 보청기, 휠체어라는 테크놀로지와 밀접하게 결합하여 살아온 경험을 토대로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초엽 작가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김원영 변호사는 휠체어를 타며 생활하고 있으므로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점에서 '사이보그적인' 존재일 것이다. 이들은 사이보그라는 상징을 통해 자신들의 경험과 자기 정체성을 반추해본다.

 

 

우리는 타인의 삶이 각자 너무나 고유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잊는다. 어떤 주관적 세계는 그 세계를 직접 경험하며 살아가는 사람조차도 전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인간 보편의 삶에 대한 해석이 수도 없이 주어져 있지만 결국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한 삶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처럼, 그 보편의 해석조차 갖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 세계를 설명하는 일이 훨씬 더 힘들다. 여기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 생겨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p.260

 

나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장애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실제 삶에서 기계와 연결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보청기와 휠체어라는 보조기기가 생각보다 값이 비싸고, 불완전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실의 기계는 피부를 짓무르게 하고, 온갖 염증을 일으키고, 끊임없이 잔고장이 나며, 지속적인 관리와 전문가의 점검을 필요'로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의 삶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이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사이보그의 매력적인 이미지는 다양한 매체에서 활발하게 소비되지만, 실제로 기술과 결합해 살아가는 장애인 사이보그의 삶은 미래 담론의 중심에 놓이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기술은 해방일까, 혹은 억압일까, 사이보그는 현실일가, 아니면 비유일까'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나에게 이 책은 정신이 번쩍 들게 할 만큼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책은 김초엽 작가와 김원영 변호사가 각자 따로 5챕터의 글을 써 전체 10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마지막에 두 사람이 만나 함께한 대담의 페이지로 마무리가 된다. 두 사람은 성별도, 전공도, 나이도, 장애 유형도 확연히 다르다.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여성과 걸을 수 없는 몸을 가져 어린 시절부터 휠체어와 함께 했던 남성의 경험 또한 완전히 다르다. 평소에는 보청기를 잘 착용하지 않는 김초엽은 휠체어를 신체의 일부로 느끼며 그 미적 가능성을 탐구하는 김원영에게 호기심을 느끼고, 김원영은 장애 권리 운동의 자장 안에서 활동하느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그런 경험 없이도 장애학의 관점을 체화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김초엽의 시각을 놀라워한다. 이들의 경험과 시각이 교차하는 지점도 흥미로웠고, 장애와 과학기술의 복잡한 관계에 대한 통찰도 인상적이었다. 장애가 손상된 몸을 가진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며, 장애가 단지 결핍으로만 규정되지 않는 세상을 바래본다. '우리의 불완전함은 때로 다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준다'는 김초엽 작가의 말이 여운처럼 남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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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는다 - ‘하기’보다 ‘하지 않는’ 심플한 정리 규칙 46 스타일리시 리빙 Stylish Living 22
스도 마사코 지음, 백운숙 옮김 / 싸이프레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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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는다.' 소문난 정리의 달인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실천하고 있는 규칙 중 하나다. 방금 막 사 온 물건, 외출할 때 들고 나갔던 가방, 인터넷 쇼핑몰 택배 상자, 갈아입은 옷, 빈 페트병 등 모든 물건을 '바닥에 두지 않는다/' 이 규칙만 잘 지켜도 집이 한결 깔끔해진다. 물론 처음에는 마땅히 둘 곳이 없어 난처하고, 임시방편으로 바닥 대신 책상이나 선반에 물건을 올려두기도 한다. 하지만 절대 바닥에 물건을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데에 의미가 있다.     p.37

 

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물건은 계속 늘어나고, 치우고 버려도 어느 순간 돌아보면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그러다 한번 마음먹고 시간을 내어서 정리를 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원상태로 되돌아가는 덕분에 정리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도 드물다. 그렇다면 대체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정리를 잘하는 사람은 무슨 특별한 방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정리수납 컨선턴트 스도 마사코는 미니멀리스트가 될 필요도, 꼼꼼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것만큼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정하는 게 전부라는 것이다. '하기' 규칙이 아니라 '하지 않기'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는 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은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데 비해 뭔가를 '하지 않는 정리'라니 신선하기도 했다. 이 책은 46가지의 ‘하지 않기 규칙’을 정리•청소•수납 별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거주 환경, 생활습관, 가족 구성에 따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적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팁들이라 정리와 청소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다.

 

 

집이 말끔히 정돈되어 있다면 책장에 무슨 책을 얼마나 꽂을 지도 정해져 있을 확률이 높다. 책은 책장에 들어가는 만큼만 집에 들이고, 책이 늘어나면 읽지 않는 책과 오래된 책을 처분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또한 보관할 책에 관한 기준이 또렷하고, 책은 크기와 분야별로 정돈되어 있다. 즉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 어떤 책을 보관할지 명쾌한 규칙이 있다. 조그만 책장 하나에도 확고한 규칙이 있다면 당연히 생활 전반에 쾌적한 생활을 위한 규칙이 있을 것이다. 책장이 말끔하면 집 안이 말끔한 이유다.     p.74~75

 

한때 미니멀리스트스 혹은 심플하기 살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유행처럼 번졌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물건만으로 살기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공간 크리에이터'라는 전문가가 등장해 출연자들의 집을 비우고, 정리해 주는 티비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정말 넓은 평수에 사는 사람들도 집안 곳곳마다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이는 도저히 물건을 버리지 못 하겠다는 습관적인 부분도 있지만, 무엇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 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집과 수납공간의 크기는 정해져 있기 마련이고, 가지고 있는 물건이 수납공간에 들어갈 양보다 많으면 당연히 물건에 파묻혀 지내게 된다. 저자의 말 중에 물건에는 식품처럼 유통기한이 있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제때를 넘긴 물건을 꺼내 쓸 일은 거의 없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깝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리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는 것'이고 바로 그렇게 눈앞의 물건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 책은 물건을 절대 바닥에 두지 않는다, 충동적으로 청소를 벌이지 않는다, 대량구매는 하지 않는다, 집안일은 생각하면서 하지 않는다, 24시간 이상 물건을 방치하지 않는다, '언젠간 입겠지'는 입지 않는다, 싸다는 이유로 옷을 사지 않는다, '정리를 위한 수납용품'은 사지 않는다, 종이류는 마냥 쟁여두지 않는다, 거실에 물건을 방치하지 않는다, 마음이 편한 집은 색이 과하지 않다, 온 가족이 쓰기 편한 참여형 수납을 만든다... 등등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규칙들과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필요한 규칙들을 보여주고 있다. ‘하는 정리’에서 ‘하지 않는 정리’로 생각을 전환하기만 한다면, 정리와 청소가 결코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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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의 멋진 하루 웅진 세계그림책 212
앤서니 브라운 지음, 공경희 옮김 / 웅진주니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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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코끼리 어니스트는 엄마와 가족들과 함께 살았다. 매일 코끼리들은 걷고 먹고 마시고 자는 일상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이런 일들 말고도 다른 세상이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글은 너처럼 작은 꼬맹이가 갈 곳이 아니라는 엄마의 말에도 불구하고, 어니스트는 몰래 정글로 들어간다. 알록달록한 색깔, 눈부신 빛, 이상한 검은 그림자들로 가득한 정글 속은 멋졌다. 처음 보는 풍경에 반한 어니스트는 깊고 깊은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어 버리고 만다. 어니스트는 무사히 길을 찾아 가족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이 책은 앤서니 브라운이 40년 전 작가 지망생 시절 처음 구상했던 아기 코끼리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노년의 거장도 한 때는 그림책 작가를 꿈꾸던 지망생 시절이 있었다. 20대 후반의 앤서니 브라운은 축하 카드에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였다. 그는 그림책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코끼리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구상한다. 앤서니 브라운이 처음으로 쓰고 그린 <코끼리>는 당시에는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지만, 40년이 훌쩍 지난 뒤 이렇게 그림책으로 완성이 된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코끼리에게 정글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다. 게다가 만나는 동물들은 모두 어니스트에게 관심이 없다. 고릴라도, 사자도, 하마도, 악어도 성가시게 굴지 말라며 외면한다. 길은 찾을 수가 없고, 아무도 안 도와주는데 어떻게 엄마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어니스트는 무섭고, 슬프다.

 

하지만 앤서니 브라운은 '너는 반드시 길을 찾을 거야'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타자에게 관심 없는 무시한 동물들을 지나 어니스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누구일까. 작은 친절이 누군가에게는 삶을 구원하는 단 하나의 희망이자 빛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책이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책장에 꼭 한 권쯤은 있을 법한 책 중의 하나가 바로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그는 어린이책 작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두 번의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받은 그림책의 거장이자, 출간하는 작품마다 전 세계 독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언제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매우 간결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는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그림책을 잘 모르는 누가 보더라도 앤서니 브라운 그림이라고 알아볼 수밖에 없는 그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는 작가로 유명하기도 하다.

 

이번 신작 <어니스트의 멋진 하루>에 등장하는 동물들 역시 그림만 보더라도 앤서니 브라운이구나 싶을 것이다. 앤서니 브라운의 팬이라면 비슷한 풍경과 동물들을 만나서 반가울 것이다. 게다가 이 작품은 그가 아주 오래 전에 구상했던 이야기라서 과거와 현재, 에너지와 원숙한 표현력이 공존하고 있기에 더욱 특별하다. 살다 보면 누구나 길을 잃어 버린 듯한 느낌과 마주할 때가 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이 길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을 때, 이 책을 만나 보자. 당신에게도 마법 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결코 희망을 잃어 버리면 안 된다고 말해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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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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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와도 같지 않아요! 우리는 단지 우리 자신일 뿐이에요.」
「그렇지만 만약 우리가 단지 우리 자신일 뿐이라면, 왜 우리는 그걸 숨겨야 하는 거죠?」
「왜냐하면 우리와 그런 여자들 사이의 차이점을 아무도 모를 테니까요!」
내가 소리 내어 웃었다. 「차이가 있어요?」 내가 다시 물었다.
키티는 여전히 시무룩하고 우울해했다. 키티가 말했다. 「당신은 이해하지 못해요. 당신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지 알지 못해요......」
「전 이게, 우리가 하는 게 그르지 않다는 걸 알아요. 세상이 이런 행동이 옳지 않다고 말할 뿐이에요.」       p.176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여성들 사이의 성적 긴장과 그들만의 로맨스를 매혹적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한 세라 워터스의 작품들은 거의 다 만나 봤는데, 데뷔작은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벨벳 애무하기>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2009년에 출간되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고 개역판이 출간되었다. 세라 워터스의 데뷔작인 <티핑 더 벨벳>은 동성애적 주제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티핑 더 벨벳Tipping the Velvet'이라는 제목 역시 빅토리아 시대의 은어로 여성 성기를 입술이나 혀로 자극하는 행위를 뜻한다. 작가 스스로도 '다소 음란한 제목', '엄청나게 야하고 부적절해 보이는 제목'이라 칭했을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임에는 분명하다. 물론 그 뜻을 알고 있을 때야 그렇게 느끼게 되겠지만 말이다.

 

 

세라 워터스가 이 작품을 발표했던 1998년 당시에도 솔직하고 대담한 성 묘사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 이십 년이 넘은 지금 읽기에도 당혹스러울 만큼 직설적이고 대담한 묘사들이 가득한 작품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연예장, 상류 사회 귀부인들의 퇴폐적인 파티, 남창의 세계, 그리고 레지비언들의 이야기까지..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을 만큼 놀라웠고, 낯뜨거운 행위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 자세하게 그려져 있어 당황스럽기도 했다. 통속극에만 정통한 작가답게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동성애 로맨스와 배신, 질투 등의 요소들이 모두 지나칠 정도로 통속적인 전개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왜냐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하거나, 천박하거나, 뻔하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 여성들의 삶을 개인적인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배경과 함께 그려내기에 그럴 것이다. 게다가 너무도 아름다운 문장과 치밀한 묘사로 우아하고 정교하게 직조된 플롯이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어쨌건 살다 보면 불만스러운 과거를 버리고 새로운 미래로 방향을 바꾸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캔터베리 궁전에서 키티가 나에게 장미를 던지고 그 장미로 인해 키티에 대한 동경이 사랑으로 바뀌던 그날 밤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이번은 또 다른 순간이었다. 어쩌면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갔던 것이리라. 아마도 내가 새 삶을 진짜로 시작하게 된 순간은 거리에서 날 기다리는 마차의 어두운 심장부로 들어가던 순간이었으리라. 어찌 되었든, 나는 이제 내가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정은 마침내 병에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쾌락을 골랐다.      p.323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한적한 바닷가 마을 윗스터블에 사는 열여덟 소녀 낸시는 굴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님 밑에서 굴 소녀로 컸다. 식당의 위층이 방이었고, 자라면서 분필 조각보다 굴 칼을 먼저 쥐고 사용법을 배웠다. 그들 가족은 아침 7시에 일을 시작했고 열두 시간 뒤에 일을 마쳤다. 어머니가 요리를 하는 동안 언니 앨리스와 아버지가 손님 시중을 들었고, 낸시는 굴을 손질하고 헹구고 쌓아 놓았다. 18년 동안 낸시의 인생에는 굴뿐이었지만, 그것외에 유일하게 그녀가 좋아했던 것은 연예장이었다. 연예장의 노래와 그 노래를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 토요일 밤이면 앨리스아 함께 기차로 15분을 가서 켄터베리에 있는 연예장에서 공연을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장 여가수 키티의 공연을 본 뒤로 낸시의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다. 끝내주는 공연이었고, 낸시는 혼자 연예장을 다니며 키티에게 푹 빠져 버린다.

 

결국 낸시는 가족을 두고 고향을 떠나 키티와 함께 런던으로 향하게 된다. 키티의 제안으로 그녀의 의상 담당으로 공연을 함께 다니기로 한 것이다. 키티를 향한 낸시의 마음은 우상에 대한 동경을 넘어 연인에 대한 사랑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키티는 사회적인 시선을 신경 썼고, 스타의 자리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낸시가 아닌 남자를 선택하고, 상처 받은 낸시는 키티의 곁을 떠난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대도시에서, 갈 곳 없이 거리에서 떠돌게 생긴 것이다. 이 작품은 키티의 곁을 떠난 낸시가 거리의 남창을 거쳐 상류 사회 귀부인의 성적 노리개가 되었다가 진짜 사랑을 만나게 되며 사회의 새로운 모습에 눈을 뜨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한 여성이 열여덟에서 스물다섯 살까지의 삶 동안 얼마나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게 되는지 그 과정이 육백 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분량에 모두 담겨 있다.  굉장히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묘사가 거침없이 펼쳐지는 작품이라 단단히 마음먹고 읽어야 한다. 진부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선정적임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 놀라운 데뷔작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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