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십팔년 책육아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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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 잘 크는 비결? 바로 이거, 아날로그로 사는 거.

진짜 만남, 진짜 경험, 진짜 대면, 진짜 느낌. 가상현실이나 디지털 창을 통한 허깨비 같은 관계가 아닌 진짜 현실의 삶을 온몸으로 살아가는 거.

그니까 뭘 더 시키고, 많이 하는 것보다 쓸데없는 짓 '' 하는 것만으로도 뭐가 돼. 두고 봐. 이것만 딱 끊어도 아이들에게 말도 안 되는 미래가 펼쳐질 거라고!   p.24

10년간 900회가 넘는 육아 강연을 연일 매진시키며, 숱한 엄마들의 육아 멘토, 인생 멘토를 자청하고 있는 전국구 육아 강연 스타 강사 하은맘이 18세 딸을 키우며 직접 겪어본 독서 교육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불량육아>, <닥치고 군대육아>라는 책으로 이미 유명한 '지랄발랄 하은맘'은 적용 안 되는 고고한 육아 이론 들먹이지 않고, 허를 찌르는 가장 현실적 방안을 제시해 엄마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이 책에서도 그녀는 사교육 시키라고 등 떠미는 이 땅에서책육아’(머리 독서)바깥놀이’(몸 독서)가 최고의 육아법이라 주장하고 있는데, 아마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열망이 있는 엄마들이라면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이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할 사항이 있다. 책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작가의 입말을 그대로 담아 비속어와 거친 표현이 가득하다'는 것. 누군가는 무슨 책이 이러냐고 생각할 수도, 이런 글을 책으로 낼 수도 있구나, 싶은 마음이 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예의, 법도, 원칙, 도덕, 말투 따질 분들은 접근 금지! 이 모든 주의사항에도 불구하고 하은맘의 책육아 비법이 궁금하다면 첫 페이지를 펼쳐도 좋다.

1장의 제목부터 통쾌하다. 사교육 시장에 삥 뜩기지 마라. 이니 말이다. 하은맘이 말하는 책육아는 다른 어떤 사교육도 시키지 않고 널널한 시간 속에서, 엄마 옆에서, 자연 속에서 실컷 뒹굴고 놀면서 온전히 책과 함께 커가는 육아법을 말한다. 그런데 과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일까?

빌려 보는 책? 도서관 가서 보는 책? 서점 가서 뒤적거리는 책? 택도 없어! 무조건 집에 책이 있어야 돼. 내 아이의 관심사는 언제, 어디서, 뭐 때문에 터질지 아무도 모르거든. 도서관에서 백~날 빌려 봐라. 책육아 성공하나.

집에서 양질의 동화책, 소설, 단편, 문학, 명작, 인문, 과학, 역사책, 다양하게 구비해놓고 수시로 읽히고 오랜 시간 습관을 들여야 도서관을 가도 서점을 가도 좋은 책을 선별해 읽게 돼 있어.   p.123

실제로 학원, 학습지 근처에는 얼씬도 않고 책으로만 큰 하은이는 만 16세에 연세대 정시 최초 합격으로 하은맘의 책육아 효과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책을 읽어온 하은이의 추천 도서 리스트도 수록되어 있어 관심 있는 엄마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이 끝내주는 전집·단행본, 인생 영어 동화책 탑 3, 하은이 강추 수학 전집·단행본, 하은이 추천 초··고등 불쏘시개 책 등 취학 전부터 초등, 중등, 고등에 이르기까지 즉각 실천해볼 수 있는 독서 교육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말이다.

뒷산에서 온 자연 헤집고 신나게 뛰놀고 들어온 날, 거실에 자연관찰 전집이 있느냐 없느냐. 민들레 홀씨 실컷 불고도 아쉬워 집에까지 들고 온 날, 방에 식물도감이 있느냐 없느냐는 천지 차이라는 말이 특히 와 닿았다. 집에 꼭 책이 있어야 되는 이유, 책이 놀이고 휴식이고 취미고 특기고 낙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알려주는 것이니 말이다. 실컷 바깥놀이 하면서 '몸 독서' 하고, 책육아로 '머리 독서'하면서 신나게 세상을 알아갈 수 있다면, 누구라도 하은이처럼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책육아로 유전, 가문, IQ까지 싹 다 뒤집겠다는 하은맘의 선언이 누군가에겐 정신 나간 언니의 헛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사교육에 휘청이는 엄마들의 정신줄을 붙들게 만드는 강력한 한 방이 있음은 분명하고, 뭘 몰라서 전전긍긍했던 누군가에게는 구원의 동아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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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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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바깥세상에 내보이는 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허울이에요. 대부분의 사교적 만남에서는 가식적 대화만이 오가죠. 자신의 본모습, 뿌리 깊은 두려움, 숨어 있는 욕망까지 드러낼 만큼 누군가를 신뢰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친밀한 관계가 탄생한답니다. 당신은 오늘 나를 당신 안으로 맞아들였어요, 제시카.

당신의 비밀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거예요. ……모든 일이 잘 풀린다면 말이죠.   p.105

 

'뉴욕 시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윤리 및 도덕성에 대한 연구에 참여할 18~32세 여성을 찾고 있습니다. 고액의 사례금 지급. 익명 보장.' , 당신이라면 이 실험에 참가할 의사가 있을까. 그럴 생각이 없다면, 돈 때문에 낯선 사람에게 가장 사적인 비밀을 털어놓기로 결정한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작품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여 정체를 알 수 없는 심리 실험에 참여하게 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스물 여덟 제시카 패리스는 방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 날도 예약 고객을 만나 메이크업을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어떤 심리학 교수가 설문조사에 참여할 학생들을 모집했고, 설문지 작성 만으로 5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금액이면 제시카가 열 건을 뛰어야 벌 수 있는 돈이었고, 그녀는 형편이 어려웠다. 게다가 부모님 몰래 꽤 오랫 동안 여동생의 상담 치료 비용을 대고 있는 중이었다. 여동생은 외상성 뇌손상으로 인지 능력과 신체 능력에 문제가 생겨 치료가 필요했다. 결국 제시카는익명 보장사례금 지급이라는 조건에 이끌려 뉴욕대 교수이자 정신과 의사인 실즈 박사가 진행하는 심리 연구에 참여하게 된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의 설문 조사는 생각보다 만만하지 않았다. 당신의 양심의 가책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습니까? 살면서 어떤 부정행위를 해봤는지 이야기해보세요. 안전한 대답을 하거나 겉핥기 식으로 대충 대답하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 수 없다. 아끼는 사람에게 큰 상처를 준 적이 있습니까? 사랑하는 사람을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을 비밀에 부친 적이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부당하게 대한 적은 언제였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사적인 비밀을 나누는 대가로 돈을 받는 일은 제시카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아넣게 된다.

 

 

 

 

누구나 비밀스러운 회한을 안고 살아가지요. 거리에서 보는 타인들, 이웃들, 동료들, 친구들, 심지어는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끊임없이 도덕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어떤 선택은 사소하지만, 어떤 선택은 인생을 바꿔놓기도 하죠.

...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년 후에도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생각납니다. 우리의 선택에 의문을 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니라, 그때가 언제일지를 궁금해하지요.    p.326~327

 

도덕성을 시험하는 문제는 사실 어디에나 도사리고 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았는데, 받아야 할 금액보다 더 많이 받았을 때 당신은 그것을 되돌려 주는가. 버스에서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적어서 사람들에게 돌리며 돈을 구걸하는 이가 있을 때, 당신은 그를 외면하지 않는가. 급박한 현장에서 만약 나 하나만 희생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을까. 극 중 실즈 박사는 '돈과 도덕성이 교차할 때 인격에 관한 흥미진진한 진실이 밝혀지기도'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원초적 이유로 도덕적 기준을 어기곤 한다. 생존, 증오, 사랑, 시기심, 치정, 그리고 돈. 제시카의 솔직한 답변은 실즈 박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급기야 ‘52번 피험자가 아닌제시카한 명을 위한 실험을 시작하게 된다. 이후 실즈 박사의 이해할 수 없는 요구와 지시들이 이어지고, 그와 비례해 보상과 선물, 자상한 심리적 배려도 점점 커져가지만 제시카의 일상은 점점 그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렇게 실험과 현실의 경계는 흐려지고, 제시카는 점점 더 실즈 박사에게 의문을 갖게 된다.

 

 

<우리 사이의 그녀>라는 작품으로 만났던 그리어 헨드릭스와 세라 페카넨의 신작이다. 영화화가 확정된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도 출간 전에 드라마 판권이 판매되었다고 한다. 시종일관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유발시키는 흥미로운 구성으로 불안과 공포를 만들어 내며 거듭되는 반전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주었던 전작만큼이나 <익명의 소녀>도 매혹적인 심리 스릴러이다. 제시카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실즈 박사의 의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어 독자 역시 극중 제시카처럼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중반 즈음 드디어 실즈 박사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지만, 동기를 알았음에도 그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워 점점 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불안하고 외롭고 의문에 시달리는 제시카의 복잡한 심리 묘사와 교차로 진행되는 실즈 박사의 감정 묘사가 굉장히 섬뜩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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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조스 레터 -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 주주 서한에서 밝힌 일과 성공의 14가지 원칙
스티브 앤더슨 지음, 한정훈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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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회사들이 모든 일이 잘 풀릴 때에만 살아남는다. 뭔가가 잘못되면 금세 현금흐름이 느려지고 자금이 빠듯해지고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다른 회사들이감기쯤으로 받아들일 일에 그들은 거의 퇴출 위기로 내몰린다.

반면에 아마존은 예산에실패항목을 배정함으로써 실패가 예견되는 많은 일에 자원을 배분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한다. 몇 번의 성공으로 여러 번의 실패를 극복할 뿐만 아니라, 실패에서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시도를 한다. 그리고 결국 성공으로 이끈다.      p.63

제프 베조스는 아마존을 비즈니스 역사상 가장 빠르게 매출 1,000억 달러를 달성한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아마존이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작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을 창업할 당시 제프 베조스는 서른 살이었다. 아마존닷컴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서점'이라는 거창한 홍보 문구를 내세웠고,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아마존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시가총액 기준) 중 하나로 빠르게 성장했다. 아마존의 직원 수는 룩셈부르크, 아이슬란드, 바하마 등 여러 나라의 인구보다도 많은 64 7,000명에 달하며, 2018년 아마존의 기업 가치는 무려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 책의 저자인 스티브 앤더슨은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가 22년간 주주들에게 보낸 21통의 연례 주주 서한을 분석하고 연구했다. 그리고 그 속에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장 사이클' '14가지 성장원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멀찍이 따돌리고 압도적인 세계 1등 부자가 된 베조스는 1년에 한 번 아마존 주주들에게 주주 서한을 보냈다. 일명 '베조스 레터'라 불리는 편지에는 1년간 아마존이 일군 실패와 성공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앞으로의 비전 등이 담겨 있다. 저자는 1997년과 2018년 사이에 작성된 21통의 베조스 레터를 분석했고, 그 기간 동안 아마존의 운영 방식과 경이적인 성장을 이끈 요인과 그 비결을 파악했다. 일과 성장의 14가지 원칙은 개인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거대 IT 비즈니스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매우 흥미로웠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위험과 성장,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 요소는 바로 사람이다. 헨리 포드, 토머스 에디슨, 스티브 잡스, J.K.롤링 등 우리에게 친숙한 여러 인물들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핵심은 베조스와 여러 사람들이 품었던 것과 같은 위험과 성장의 마인드를 갖게 되면 우리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중요한 것은 '위험과 성장의 마인드'.   p.269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를 당신의 비즈니스 코치로 초빙했다고 상상해보자. 누구나 그의 통찰력과 경험을 배워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계기로 삼고 싶을 것이다. 이 책이 바로 그 제프 베조스의 경영 철학에 대한 가이드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마치 아마존 밀림 깊은 곳을 탐험하는 고고학자처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놀라운 비밀을 발견하게 될테니 말이다.

아마존의 성장 원칙은 크게 테스트, 구축, 성장 가속화, 확장이라는 카테고리로 정리해볼 수 있다. 전략적 테스트를 통해 아마존이 성장하는 데 기여한 세 가지 원칙은 성공적인 실패를 장려하고, 큰 아이디어에 배팅하고, 역동적인 발명과 혁신을 실행하라는 것이다. 미래를 구축하는 데 기여한 세 가지 원칙은 고객에 집착하고, 장기적 사고를 적용하고, 플라이훨을 이해하는 것이다.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한 네 가지 원칙은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고, 기술로 시간을 단축하며, 주인의식을 고취하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마존의 확장에 기여한 네 가지 원칙은 기업문화를 유지하고, 높인 기준에 집중하며, 중요한 것을 측정하고, 그것을 의심하고, 직감을 신뢰하고, 항상 '데이원'이라고 믿으라는 것이다. , '테스트하라-구축하라-가속화하라-확장하라, 그리고 이를 반복하라'로 이어지는 성장을 위한 4단계와 14가지 원칙이 실제 제프 베조스가 직접 쓴 베조스 레터들을 소개하면서 상세히 소개되어 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을 멀찍이 따돌리고 압도적인 세계 1등 부자 자리를 꿰차고 있는 제프 베조스의 머릿속엔 뭐가 들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성장을 위한 최고의 코칭이자 지침서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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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모중석 스릴러 클럽 48
섀넌 커크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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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생활을 하면서 나는 한 가지 재능을 갈고 닦았다. 그 재능이 신의 섭리로 주어진 것인지, 엄마의 강철 같은 세계 안에서 살면서 체득한 것인지, 아빠의 호신술 교육으로 얻은 것인지, 아니면 내 신체 조건에서 비롯된 자연적 본능인지는 몰라도, 그건 전쟁터에서 위용을 떨치는 장군들의 자질과 유사했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만족하지 않고, 계산에 능하고, 복수심을 품고, 차분하게 행동할 줄 아는 재능.    p.19

열여섯 소녀 리사는 어느 날 학교에 가던 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감금된다. 그녀는 현재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상태로, 부모님은 그 동안 까맣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변호사인 엄마는 지난 몇 달간 재판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뉴욕 남부지법에서 보냈고, 해군 특수부대 출신의 물리학자인 아빠는 유방암 치료에 관한 책을 의뢰 받아 한창 집필에 열을 올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리사는 부모의 무관심을 탓할 생각도,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에 대해 실수로 치부할 마음도 없었고, 임신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 당당한 소녀였다. 하지만 산부인과 진료 예약을 하루 앞둔 월요일, 갑작스럽게 납치를 당했고, 그들은 돈이나 리사가 아니라, 아기를 원했다. 몸값을 요구하는 흔한 유괴범으로 보이던 일당은 사실 임신한 소녀들을 납치해 출산 후 아기를 팔아넘기고 산모는 죽이는 인신매매범이자 살인범이었던 것이다.

리사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공포에 빠지는 대신 분노한다. 그리고 철저한 계산과 준비 하에 과학적으로 탈출 작전을 세우고, 그들에 대한 복수 계획을 치밀하게 짜기 시작한다. 보통 밀실에 혼자 갇혀 지내다 보면 무서워하고, 공황상태에 빠져 자포자기하거나, 두려움에 넋을 잃는 게 정상일 것 같은데 말이다. 그것도 성인이 아니라 열여섯 소녀라는 점 때문에 리사라는 캐릭터는 더욱 놀랍다. 사실 리사는 평범한 십대 소녀는 아니었다. 소시오 패스로 불릴 정도의 감정 절제력과 한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는 고도의 기억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덕분에 감금되어 있는 시간 동안의 여정을 머릿속에서 한 편의 영화처럼 세밀히 거익에 저장해두고, 감금 생활 내내 빠짐없이 돌려보면서 매분, 매초, 매 장면을 분석하고, 그 안에 어떤 실마리나 도구가 있는지 찾는다. 이 작품의 원제인 ‘Method 15/33’은 리사가 연필깎이에 붙여준 번호 ‘15’와 납치 33일째를 조합한, 리사만의 작전명이기도 하다.

십칠 년이 지난 지금, 내겐 좌우명이 생겼다. "무언가를 기다릴 땐 만반의 준비를 하라." 무언가 기다릴 때는 정말로 넋 놓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게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벽돌 한 장, 모르타르 한 겹, 또 벽돌 한 장, 이렇게 차근차근 피라미드를 쌓아가면서 목표물이 내게 가까워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요즘 나는 그 좌우명을 되새기면서, 내가 기다리는 목표는 반드시 실현된다고 믿으며 살고 있다. 그 어떤 의심이나 물리학 법칙, 심지어는 시간이 나를 가로막는다 하더라도.   p.124

현직 변호사인 섀넌 커크는 자신의 법적 지식을 활용, 합법적이면서도 잔인한 피해자의 복수 방식을 서술하며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와 연약한 여성 피해자라는 범죄 소설의 틀을 과감하게 비틀었다. 덕분에 그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범죄 소설의 신기원을 마련했다는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무엇보다 스릴러 장르에서 전무후무한, 아주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는 점에 있어서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리사는 초등학교 1학년때 반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울지도, 펄쩍 뛰지도, 비명이나 고함을 지르지도 않고 침입자가 총을 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패닉에 빠진 선생님 대신 침착하게 경보를 울렸다. 그녀는 기쁨이나 무서움이나 사랑 같은 감정이 닥쳐오면 마음속에 있는 스위치로 그것을 끄거나 켤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납치당한 순간에도 이동시간을 계산하고, 지극히 한정된 풍경과 냄새, 소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며, 감금된 곳에 있는 몇 안 되는 도구들로 탈출 작전을 짜는 소녀 캐릭터라니 정말 놀랍지 않을 수가 없다. 게다가 연필깎이, 뜨개바늘, 담요 등등의 평범한 도구들이 어떻게 무기가 될 지를 지켜보는 과정도 매우 흥미진진하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가 뒤바뀌고, 남성과 여성의 역할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여타의 납치 스릴러의 공식을 깨버리는 작품이라 인상적이었다. 열여섯 살 소녀의 완벽한 복수극이 궁금하다면, 납치 스릴러의 온갖 클리셰를 부수고 전복하는 새로운 작품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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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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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진짜 나라는 걸 당신이 어떻게 알 수 있지?”

“당연히 알 수 있지.”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나를 닮은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욕실에 들어가고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기도 하고 거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때마다 그게 나라는 걸 미양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내가 다시 물었다.    p.58

아내는 처음에 남편에게 단순한 건망증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물건을 어디다 뒀는지 잊어 버리거나, 약속을 잊고 다른 약속을 잡는다거나 하는 등 자주 무언가를 잊어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한번은 외출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 아무리 찾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했는데, 데리고 산책을 나가려고 했는데 '우리 개'가 보이지 않는다며 혹시 당신이 데리고 나간 거냐고 묻는다. 하지만 개라니, 어떻게 그걸 잃어버렸다는 걸까. 애당초 키운 적도 없는 그것을 남편은 대체 어디서 찾겠다는 걸까. 게다가 아내는 종종 자신의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얼마 전 시내에서 그를 마주친 날 아내는 집에서 남편에게 종일 연구실에만 있었냐고 묻지만, 그는 당연한 듯이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한다. 누구보다 남편을 믿고 있다고 자신했던 아내는 점점 불안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홀수 장이 아내의 시선으로 남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짝수 장은 남편의 시선으로 아내의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물론 교차 진행되는 이 이야기 속 부부는 서로 완전히 다른 커플이다. 소설가인 나는 아내와 취향도 성격도 달라 자주 다투곤 한다. 별 것 아닌 작은 다툼이 큰 싸움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금세 미안해하고 화해하며 지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다 흥미로운 걸 발견했다며 나에게 보여준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실린 남편을 찾는다는 게시글이었는데, 그곳에 올려져 있는 사진 속 남자의 모습이 자신과 너무도 닮아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여기저기에서 목격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던 터라 이번에도 비슷한 경우려니 생각한다. 하지만 종종 내가 있지도 않은 곳에서 발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면, 어딘가에 정말 나를 닮은, 혹은 나와 똑같이 생긴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될 것이다.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 나와는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지, 무엇을 바라는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보았다. 그들을 이해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    p.111~112

아내는 개를 잃어 버렸다고 믿고 있는 남편을 위해 강아지를 새로 구해 집으로 데려오지만, 남편은 이건 우리 개가 아니라며, 대체 우리 개는 어디 있냐고, 도대체 어떻게 한 거냐고 되묻는다. 하지만 아내의 입장에서 처음부터 그들은 개를 키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내는 낮에 연구실로 전화를 했는데, 왜 거기 사람들이 아무도 당신을 모르냐고, 대체 나한테 뭘 숨기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왜 약을 먹지 않느냐고, 당신은 아픈 사람이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당신이 기억하는 그런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모두 다 소설 속 이야기일 뿐, 그냥 당신이 그렇다고 믿는 이야기들일 뿐이라고 말이다. 대체 어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어느 쪽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한편 소설가인 나는 게시판에 올려진 글의 내용이 자신이 쓴 소설 내용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라, 그 여자에게 연락해 만나기로 한다. 하지만 정작 찾아간 여자의 집에서 나를 남편처럼 대하는 여자를 마주하고 충격에 빠지고 만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증명해내야 하는 것일까.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 신작 시와 소설을 수록하는 월간 『현대문학』의 특집 지면 <현대문학 핀 시리즈>가 벌써 열아홉 번째 작품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2019년 『현대문학』 1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것으로, 소설집 <그 개와 같은 말> 이후 임현이 두 번째로 발표하는 책이다. 내가 아닌 다른 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부터 무너져가는 결혼생활과 마침내 내가 아닌 나의 삶과 만나는 순간 겪게 되는 정체성의 붕괴를 촘촘히 그리고 있는 이 작품은 짧은 분량이지만 여러 번 다시 되돌아가 읽게 만든다. 삶과 허구, 둘 가운데 어느 쪽도 신빙성의 우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서로 경계를 모르고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작품은 매우 흥미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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