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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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인류는 점점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보다 소셜 미디어를 스크롤하는 일이 더 흔하다. 마트에서 점원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을 보는 대신 앱으로 해치운다. 식당에 앉아 오늘의 메뉴를 묻기보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심지어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의 업무도 집에서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회적 접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p.36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 삶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소셜 미디어 사용, 코로나19 팬데믹, 원격 근무, 정치적 양극화 등 현대인들은 외로움과 불안, 고립에 익숙해지고 있다. 문제는 외로움이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다. 사회적 삶이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적 고립은 비만보다 대략 두 배, 심각한 대기 오염 속에서 사는 것보다 네 배나 더 해롭다. 


스탠퍼드대 출신 뇌과학자 벤 라인은 이 책에서 고립이 생명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약해진 사회적 뇌를 다시 깨우는 관계의 기술을 제시한다.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을 둘러싼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점을 뇌과학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스마트폰과 통장 잔고만 있다면 누구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편리한 현대 문명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혼자여도 괜찮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인간의 뇌는 진화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결'을 갈망하면서도 고립과 분열을 선택하는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 세워진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이들의 가장 나쁜 면이 아니라 가장 좋은 면을 보는 드문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외로운 삶은 우리가 선물 받은 생물학적 자산을 크게 훼손한다. 반면,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는 우리 몸과 뇌에 활력을 준다. 사회적 교류는 신체의 발달 방향을 잡아주고, 신체 기능의 쇠퇴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더 좋은 점은 그 혜택이 당신의 맞은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이다.             p.362~363


여기, 바닥에서 약 50센티미터 위에 세워져 있는 십자 모양의 플랫폼이 있다. 이 장치는 설치류의 불안 행동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실험 장치다. 노출된 팔은 쥐에게 무서운 공간이고, 벽으로 막힌 팔은 쥐가 안심할 수 있는 꿈 같은 안식처다. 그렇다면 열린 팔 끝 쪽에 다른 쥐를 두면 어떨까. 닫힌 팔에 있던 정상적인 쥐가 이 쥐를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갈까? 놀랍게도, 쥐는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쥐들에게도 상호작용은 보상을 준다는 것이 이 실험을 통해 보여진다. 또한 인류는 오래전부터 고립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1700년대에도 독방 감금이 죄수를 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형벌이 신체적 고문이 아니라 '독방 감금'이라는 것이다. 1820년대 뉴욕주의 한 교도소에서 실험한 결과 독방에 갇힌 죄수들은 절망 끝에 자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험과 사실들은 '고립'이 인간의 뇌가 겪는 가장 가혹한 '고통'이자 '생존의 위협'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뇌과학적으로 보아도 우리에게 보상을 주는 화학물질을 뇌에서 분비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 뇌가 기본적으로 사회적 접촉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화학물질들이다. 분열된 세상 속에서 고독사, 은둔족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동료, 친구, 이웃을 덜 보게 되는 현실에 점차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의식적으로' 타인과의 만남을, 사회적 관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가 편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뇌가 원하는 진짜 행복과 건강을 되찾는 과학적 해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연결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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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서버
로버트 란자.낸시 크레스 지음, 배효진 옮김 / 리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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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로 자신도 지금껏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 왔는가? 그녀는 자신의 삶을 무수히 많은 가지를 뻗어 나가는 나무로 상상해 보았다. 가지 하나하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길을 보여 주었다. 만약 오빠의 장례식에서 엄마가 그토록 심한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캐로가 화를 참았더라면, 수십 년 동안 가족 간에 끓어오르던 분노가 폭발해 혼돈으로 치닫지 않았더라면?... 이런 선택들, 와이거트 박사가 ‘관찰’이라 부르는 그 수많은 결정이 삶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을 것이다.”             p.105


만약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어떨까?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꽤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문학적으로도 다양한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만난 책은 무슨 마법 약이나 유전자 조작으로 영원한 삶을 가능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다. 영생은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낸다.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고도 완벽하게, 과학과 상상력의 교차 지점에서 탄생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해왔다. 내가 결정한 작은 선택 하나가 결국 삶의 경로를 완전히 바꾸어 버리거나, 전혀 다른 길로 이끌게 된다. 내가 가지 않은 길이 내 삶을 어떻게 달라지게 만들었을 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인생을 나무나 길에 비유하는 건 굳이 양자 물리학을 들먹이지 않아도 자명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경로가 실제로 존재하고, 다중 우주의 다른 분기에서 창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중 우주론에서는 하나의 행동을 실행한 사람에 의한 관찰을 포함해 어떤 행동이 관찰될 때마다 우주가 분기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 해온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여러 갈래의 다른 우주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이 작품 속 과학자들은 인간의 의식이 다른 우주의 분기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고, 그 의식이 새로운 우주를 창조하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런 일이 실제로 가능한 걸까, 의심이 들만큼 이야기에 푹 빠져 들어서 읽었다. 분명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런 일이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믿는 것은 단순한 환각일까, 아니면 그녀의 사고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도 혁신적인 물리적 실체일까? 캐로는 더 이상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단 하나, 와이거트가 이 세션을 통해 이루 말할 수 없는 위안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줄리안이 말한 '세상을 떠나간 사랑하는 이'를 보면서, 혹은 보았따고 믿으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그리고 엘렌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것이었다. 다시 삶을 살아갈 힘.

캐로는 침대 끝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p.317


올해는 양자 역학 100주년의 해로 양자 역학에 관련된 과학책들을 굉장히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혁신적인 책이 바로 이 작품이 아닐까 싶다. SF 주요 4대상(네뷸러상•휴고상•존 W. 캠벨 기념상•스터전상)을 석권한 소설가 낸시 크레스와 21세기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천재 과학자 로버트 란자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과학적 사실과 정보를 담고 있다. 제목인 '옵서버'는 관찰자라는 뜻이다. 양자 역학의 핵심인 ‘관찰자 효과’를, 인간의 뇌와 의식에 적용한다는 대담하고도 아름다운 발상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는 과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일반 독자들조차 매료시킬만한 서사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관찰하기 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개념은 언뜻 쉽게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차근차근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개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논리에 공감하게 만들어 준다. 


미혼모 동생과 장애가 있는 조카를 홀로 책임지고 살아가는 신경외과 의사가 먼 친척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할아버지로부터 극비 프로젝트에 합류할 것을 제안받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게 카리브해의 고립된 섬, 정체불명의 연구소에서 뇌에 칩을 이식해 ‘죽음을 넘어선 세계’를 실험하는 극비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죽음 이후에도 의식은 계속될 수 있을까? 우리가 현실이라 부르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다중 우주론의 관점에서 그 모든 가능성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인가?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 선형적으로 흐른다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사실인 것일까? 양자 역학이 보여 주는 세계는 우리가 지금껏 알던 시공간에 관한 개념을 뒤집어 엎어 버린다. '관찰자'가 없다면 시간도, 공간도, 이 현실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작품 속 등장인물들은 저마다의 상실을 경험한다. 아내가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어딘가에 존재하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자신의 이론에 매달리는 물리학자의 마음을 허무맹랑하다고 치부할 수 있을까. 누구나 살면서 상실을 경험하고, 완전히 무너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을 지탱해 줄 수 있는 희망이라면 어떤 가능성이든 붙잡고 싶을 테니 말이다. 온갖 과학적 이론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서사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상실'을 다루는 방식이 너무도 아름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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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9 - 출동! 하트 배달부 낭만 강아지 봉봉 9
홍민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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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가 벌써 아홉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근사한 번개 무늬를 타고난 엉뚱 발랄 사랑스러운 마당 개 봉봉과 고양이 친구 너트와 볼트의 모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이 시리즈는 아이와 함께 너무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는 책이다. 


전편에서는 길에서 만난 개 백구가 곧 강아지들을 낳게 되어, 봉봉과 친구들이 안전한 출산을 위한 '위대한 작전'을 펼쳤었다. '들개의 출산'이라는 특별한 순간에 대한 이야기가 색다르면서도 매우 흥미진진했다. 봉봉은 백구를 도와주며 생명이 탄생하는 일의 소중함과 그 무게를 깨닫게 되었고 말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큐피드가 된 사랑스러운 봉봉이 표지로 등장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지만 고백할 용기가 없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봉봉이 나선 것이다. 자신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하트 배달부라며 아이가 멋지게 고백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과연 봉봉과 너트, 볼트는 성공률 100퍼센트라는 자신들의 장담대로 이 계획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을까.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길고양이 볼트와 너트의 숨겨진 과거가 처음으로 밝혀지면서 재미를 더해준다. 봉봉이 고등어 냄새에 이끌려 음식점이 모여 있는 거리에 갔다가 미술 학원 앞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 고양이 두 마리와 웃고 있는 아이가 있었는데, 꼭 볼트와 너트를 닮은 모습이었던 거다. 지금보다 어려 보이고, 너트 눈에 상처가 없다는 것만 달랐는데... 과연 그림 속 주인공은 볼트와 너트가 맞을까? 




시리즈의 시작에서는 아기 강아지 같았던 봉봉이 이야기가 거듭되면서 볼트, 너트와 함께 거리에서 살아가는 법을 익히고, 다양한 사건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해오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개와 고양이는 사이가 나쁘다고 누가 그랬던가. <낭만 강아지 봉봉> 시리즈를 통해 만나는 개와 고양이는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 봉봉과 친구들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볼트와 너트가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조금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린이 독자들은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자연스럽게 관계와 성장의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를 통해 홍민정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거침없는 능력자 깜냥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봉봉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도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두 캐릭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깜냥은 거침없는 능력자로 그려지고 있지만, 그에 비해 봉봉은 어딘가 어리숙하고, 순진하면서도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귀여운 면모가 더 돋보인다. 


봉봉과 함께 다니는 볼트와 너트도 성격이 정반대라 더 재미있다. 볼트는 덤벙거려서 행동이 앞서지만, 너트는 차분해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특히나 개와 고양이가 다른 듯하면서도 비슷하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아끼고 챙겨준다는 설정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봉봉과 볼트, 너트가 날마다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은 이들 셋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함께 과거를 나누며 더 단단해진 봉봉과 친구들의 다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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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학이 읽히는 최소한의 배경지식 (본책 + 워크북) - 과학,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라이프 핵심 배경지식 131
이다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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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의류 수거함에 버린 헌 옷들은 어디로 갈까? 빙하가 녹으면 지구는 상상하지 못할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는데 정말일까? 생물 다양성이 훼손되면 전염병이 번진다고? 책 한 권이 6300만원 이라고? 30년 동안 탄산음료를 마시고 과자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인공 지능을 통해 산불이 날지 미리 알 수 있다고? 지구로 우주 쓰레기가 떨어진다면?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1만 년 전 멸종된 늑대를 부활시킬 수 있다고? 




이 책은 수능 비문학과 논술 주제에 단골로 나오는 주제들을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담았다. 사진과 그림, 표와 그래프 등 각종 시각 자료를 활용해 잡지 형식으로 만들어 이미지에 익숙한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긴 글 읽기란 고역에 가까운 일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의 빠르게 대충 읽는 습관은 문해력을 부족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교과과정에서 초등 3학년부터 과학, 사회를 중심으로 비문학 지문을 접하게 된다. 짧은 쇼츠와 SNS 영상에 익숙한 우리 아이들의 뇌가 수동적으로, 편향적으로 만드는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맥락을 이해하는 훈련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적극적으로 정보를 탐색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사고력을 기르고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연결하는 능력이 생길 테니 말이다. 




그래서 평소에 비문학 독해를 문제집을 통해 주로 풀게 하고 있는데, 큰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어 보고 ‘비문학 제대로 이해하며 읽기’를 위한 기본기를 다지게 해줄만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 신문 교육의 대표 주자인 이다희 선생님이 만들어서인지 꼭 필요한 내용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담은 것 같다. 


빅데이터, 보호 무역, 탄소 중립, 인권, 초가공 식품, 저작권 논란 등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개념이고, 어른들이 말로 설명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개념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쓱쓱 읽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념이 잡히고, 이해가 되고, 관련 주제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질 것이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없이, 궁금한 주제를 선택해서 먼저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 




‘환경, 사회, 경제, 라이프, 문화, 과학 기술’ 6가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주제 5가지씩을 골랐고, 각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을 키워 주는 131가지의 토픽을 다채롭게 수록했다. 거대한 헌 옷 쓰레기 산, 폭염으로 인해 등장한 것들, 선크림이 바다 생물을 위협하는 이유, 직접 선택하는 토핑 경제, 세계가 사랑하는 케이 컬처 등 지금 꼭 알아야 할 이슈들을 어린이들이 배경지식으로 제대로 쌓을 수 있도록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교과서 개념을 탄탄하게 짚어주고, 비문학 독해를 위한 지문들을 이어주는 연결 고리가 되어줄 지식들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분권으로 제공되는 워크북이 있어 책에서 배운 배경지식들을 다양한 퀴즈를 통해 익힐 수 있도록 해 더욱 알찬 구성이다. 문해력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해석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도 기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라 정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곧 시작될 겨울 방학 동안 아이와 함께 시작해보길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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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보여 줘!
레너드 S. 마커스 엮음, 서남희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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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은 어른과 달리 무엇이든 흡수할 수 있고 어떤 새로운 생각이라도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 그러니 아이들에게 오로지 '옳은' 것만 가르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과학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상상력도 북돋워 주어야 해요. 무지개를 보면 빛의 스펙트럼을 아이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도 있어요. 그보다는 그런 현상을 경이로워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 안노 미쓰마사, p.63


이 책은 미국의 그림책 평론가이자 연구자인 저자가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21인을 10여 년에 걸쳐 인터뷰하여 엮은 것이다. 퀜틴 블레이크, 존 버닝햄, 에릭 칼, 모리스 센닥을 비롯해 그림책 거장들은 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창작 철학과 작업 과정, 삶과 작업의 접점, 그림책과 어린이에 대한 생각들을 들려준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어떤 경험이 이들을 예술가로 자라게 했을까? 무엇이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이들은 어디에서 필요한 용기를 얻었을까? 모든 예술 형식 중에서 왜 하필 그림책을 자신의 삶과 열정을 바칠 대상으로 택했을까? 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예술가들의 삶과 그들의 글과 그림을 연결시킨다. 초기 스케치, 색채 실험, 가제본, 창작 노트 등 희귀 도판 80여 점이 수록되어 있어 현대 그림책의 역사를 써온 이들의 생생한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에릭 칼의 인터뷰를 인상깊게 읽었다. 그의 그림책마다 환하게 빛나는 레몬색 태양은 언뜻 보면 유치원 아이가 그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서 보이는 아이 같은 단순함은 사실 능수능란하게 연출된 것이다. 어린이들이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느끼는 책을 만들기 위해 세심하게 다듬은 다른 모든 요소처럼 말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에릭 칼의 그림책을 보고, 또 보는 것일 테고 말이다. 


그의 작업실 풍경을 묘사한 것도 그의 작품 세계와 너무 잘 어울려 재미있었다. 바스락거리고 서걱거리는 소리와, 컴퓨터와 스캐너의 윙윙거리고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오케스트라처럼 울려 퍼지는 그의 작업실은 꼼꼼하고 활기찬 그의 성격을 잘 반영한 것처럼 느껴졌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그만두게 된 계기와 어린이책에 콜라주 기법을 쓰는 이유, 그림을 공부할 때의 과정과 작업방식 등 흥미로운 내용이 아주 많았다. 특히나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장난감, 만질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자 했다는 그의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나는 언제나 그림책에 매혹을 느꼈어요. 일반적인 그림책 독자의 나이를 넘어섰을 때도 말이지요. 스콜라스틱 북 클럽판 <괴물들이 사는 나라> 안에 써 놓은 손 글씨로 보아, 나는 좀 컸을 때 그 책을 받은 게 분명해요. 나는 그런 책의 그림들을 꼼꼼히 연구하곤 했어요. 또한 찰스 슐츠의 연재만화 <피너츠>를 읽던 시절에는 그 그림을 베끼곤 했지요. 신문 연재만화의 등장인물들을 빼곡히 베껴 그린 공책도 있답니다.              - 케빈 헹크스, p.161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유명한 모리스 센닥의 인터뷰도 매우 인상깊게 읽었다. 나는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을 처음 구입하고 읽었기에, 어른이 되어서 처음 이 책을 보았다. 어른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그림책은 지나치게 어둡고, 무겁게 느껴져서 대체 왜 콜더컷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가 된 그림책인지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 책에 수록된 그의 인터뷰를 통해 <괴물들이 사는 나라>를 만드는 과정과 작품에 대한 의도, 그의 어린이 문학에 대한 가치관과 작업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보며 다시 한번 이 그림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이 작품은 어린 시절에 먼저 보았다면 그 감상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책에 수록된 많은 그림책 작가들은 이미 작품으로 접해서 익숙한 작가들도 있었고, 처음 접하는 작가들도 있었다. 이들이 그림책 분야에 분야에 발을 들인 이유 또한 제각각이었는데, 어린이를 존중하는 마음과 그림책을 대하는 태도만큼은 비슷했다. 그래서 그림책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너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글을 읽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면서 이야기의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웃게 만들며,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준다. 그림책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림의 언어로 열리는 세계는 어른 독자들에게도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안겨준다.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상상력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우리를 신나고 부푼 마음으로 데려가기 때문이다. 보통 40쪽 안팎의 분량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 어디서든 펼쳐볼 수 있다는 것도 그림책이 가진 매력이다. 그림책은 누구나 쉽고,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장르이기에, 그것을 만들어 내는 창작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림책을 좋아하거나,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면 그 놀랍고, 신비로운 창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이 책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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