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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친구를 원하는가 - 우리 삶에 사랑과 연결 그리고 관계가 필요한 뇌과학적 이유
벤 라인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도했든 아니든, 인류는 점점 더 깊은 고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이제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기보다 소셜 미디어를 스크롤하는 일이 더 흔하다. 마트에서 점원과 가벼운 대화를 주고받으며 장을 보는 대신 앱으로 해치운다. 식당에 앉아 오늘의 메뉴를 묻기보다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한다. 심지어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의 업무도 집에서 침대에 누워 노트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사회적 접촉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말이다. p.36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우리는 점점 더 사회적 삶이 줄어들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무분별한 소셜 미디어 사용, 코로나19 팬데믹, 원격 근무, 정치적 양극화 등 현대인들은 외로움과 불안, 고립에 익숙해지고 있다. 문제는 외로움이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점이다. 사회적 삶이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사회적 고립은 비만보다 대략 두 배, 심각한 대기 오염 속에서 사는 것보다 네 배나 더 해롭다.
스탠퍼드대 출신 뇌과학자 벤 라인은 이 책에서 고립이 생명과 건강에 어떤 위협을 주는지 밝히고 약해진 사회적 뇌를 다시 깨우는 관계의 기술을 제시한다. 신경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상호작용을 둘러싼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관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는 점을 뇌과학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스마트폰과 통장 잔고만 있다면 누구도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지만, 편리한 현대 문명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혼자여도 괜찮은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인간의 뇌는 진화적으로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결'을 갈망하면서도 고립과 분열을 선택하는 단절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사람들 사이에 세워진 장벽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이들의 가장 나쁜 면이 아니라 가장 좋은 면을 보는 드문 순간이 바로 그 순간이다... 외로운 삶은 우리가 선물 받은 생물학적 자산을 크게 훼손한다. 반면,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는 우리 몸과 뇌에 활력을 준다. 사회적 교류는 신체의 발달 방향을 잡아주고, 신체 기능의 쇠퇴도 어느 정도 막아준다. 더 좋은 점은 그 혜택이 당신의 맞은편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달된다는 것이다. p.362~363
여기, 바닥에서 약 50센티미터 위에 세워져 있는 십자 모양의 플랫폼이 있다. 이 장치는 설치류의 불안 행동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는 실험 장치다. 노출된 팔은 쥐에게 무서운 공간이고, 벽으로 막힌 팔은 쥐가 안심할 수 있는 꿈 같은 안식처다. 그렇다면 열린 팔 끝 쪽에 다른 쥐를 두면 어떨까. 닫힌 팔에 있던 정상적인 쥐가 이 쥐를 만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갈까? 놀랍게도, 쥐는 친구와 어울리기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쥐들에게도 상호작용은 보상을 준다는 것이 이 실험을 통해 보여진다. 또한 인류는 오래전부터 고립이 고통스럽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는 1700년대에도 독방 감금이 죄수를 벌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형벌이 신체적 고문이 아니라 '독방 감금'이라는 것이다. 1820년대 뉴욕주의 한 교도소에서 실험한 결과 독방에 갇힌 죄수들은 절망 끝에 자해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한다. 이는 현대의 연구에서도 비슷한 데이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실험과 사실들은 '고립'이 인간의 뇌가 겪는 가장 가혹한 '고통'이자 '생존의 위협'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 뇌과학적으로 보아도 우리에게 보상을 주는 화학물질을 뇌에서 분비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상호작용이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등 뇌가 기본적으로 사회적 접촉을 추구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화학물질들이다. 분열된 세상 속에서 고독사, 은둔족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동료, 친구, 이웃을 덜 보게 되는 현실에 점차 적응하며 살고 있지만.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의식적으로' 타인과의 만남을, 사회적 관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가 편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뇌가 원하는 진짜 행복과 건강을 되찾는 과학적 해법을 알려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연결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