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2 - 고조선 - 여러 나라의 성장 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2
최태성 기획, 이태영 그림, 윤상석 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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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수강생이 선택한 큰별쌤 최태성의 첫 한국사 학습만화 시리즈,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1권이 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까지를 다루었다면, 2권에서는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 고조선부터 철기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부여, 고구려 등 여러 나라의 성장을 다룬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한국사를 재미있는 만화로 풀어내고 있는 책이라, 아이도, 어른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고 2권을 바로 만나보았다. 



전설의 칼 한능검이 사라지고 나서 역사책에 있는 글자들이 모조리 없어지는 일이 벌어져, 춘추관의 관리인 준이와 단이는 사라진 한능검을 뒤쫓는 중이다. 한능검을 집안 대대로 비밀리에 보물로 보관하고 지켰던 곽씨 집안의 대를 잇는 검객 곽승과 한능검 도둑으로 오해받고 있는 검객 태승의 한판 대결 후, "위만이 위험해!"라는 말을 남기고 다른 시대로 사라져 버린 태승의 뒤를 쫓아 일행은 고조선으로 향하게 된다. 


고조선은 우리 역사 최초의 국가로 청동기 문화를 바탕으로 세워진 나라이다. 한능검 도둑을 쫓기 위해 일단 위만을 찾아 가기로 했는데, 그 여정이 결코 쉽지 않다. 일행은 그 과정에서 산적을 만나기도 하고, 특별한 예언자를 만나 한능검의 행방에 대한 단서를 찾게 된다. 




예언자는 한능검이 잃어버린 역사를 되찾을 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한능검이 두 군데서 보이는데, 산 너머 위만에게서 보였고, 고구려로 가도 한능검을 찾을 수 있다고 단서를 준다. 위만에게서 한능검을 찾지 못한 일행은 태성을 쫓아 고구려에 오게 되고, 예언자의 무덤에서 한능검을 찾기 위해 나선다. 하지만 무덤 안에는 예상치 못한 함정이 있었는데... 준이와 단이 일행들은 수상한 공간에서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한능검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리고 아이들은 다시 자신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흥미진진해지는 스토리에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거구나 싶어서 놀라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 점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 한국사 전반에 대해 다루며 1급에서 6급까지 다양한 급수로 나뉘어져 있어 초등학생 어린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주는 몇 안 되는 자격증인데다, 절대 평가라서 온전히 자신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자격증이기에,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방학 동안 도전해보기 딱 좋지 않나 싶다. 초등학생이라면 6급만 따도 충분하니, 한능검 시리즈를 즐기면서 한능검 자격증 준비를 천천히 해보면 될 것 같다. 


QR 코드로 수록되어 있는 최태성 선생님의 무료 동영상 강의도 친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대한민국 수능 역사 1타 강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타 강사인 최태성 선생님과 함께하는 한능검 준비라 어렵지 않게, 신나게 공부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2권은 도서 구매 시 책 한 권 분량의 마스터 팩을 받을 수 있다. 초판 한정으로 책과 랩핑되어 있는데, 한능검 마스터가 콕집은 예상 기출문제가 수록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자. 역시나 큰별쌤의 강의가 QR 코드로 수록되어 있어 쉽고 재미있게 한국사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우리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해소가 된다. 역사를 통해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백 년 전, 천 년 전의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다는 것, 그들 또한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았다는 것을 배우게 되는 것은 아주 의미 있는 일이다. 역사는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 준다. 몇 년도에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외우려고 머리를 싸맬 필요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만화를 읽다 보면 저절로 풀리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을 통해 한층 성장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되어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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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1 - 구석기 시대 - 청동기 시대 최태성의 한능검 한국사 1
최태성 기획, 이태영 그림, 윤상석 글 / 다산어린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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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하면 자연스레 제일 먼저 떠올려 지는 이름인 큰별쌤 최태성! 누적 수강생이 무려 700만 명에 달하는 역사 선생님이다. 대한민국 수능 역사 1타 강사,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타 강사인 최태성 선생님이 이번에는 한국사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처음으로 학습만화 시리즈를 선보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만화를 읽다 보면 한국사능력검정시험이 저절로 풀리는 마법같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한능검(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이다. 한국사 전반에 대해 다루며 1급에서 6급까지 다양한 급수로 나뉘어져 있어 초등학생 어린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다. 낮은 급수부터 천천히 도전해 실력을 늘려가면 되니 말이다. 이러한 한능검을 재미있게, 놀이처럼 배울 수 있다면 어떨까.


게다가 최태성 선생님의 무료 동영상 강의를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수록되어 있어 여타의 학습 만화들과는 차별화를 두었다. 




1권에서는 구석기 시대부터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조선 시대를 살고 있는 준이와 단이이다. 준이는 무엇이든 한 번 읽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능력 덕분에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기록하는 관리로 춘추관에 특별 채용이 되었다. 단이는 준이의 누나로 역사에는 관심이 없지만 동생을 돌보기 위해 함께 사관이 되어 역사를 기록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작스럽게 역사책에 있는 글씨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일이 발생한다. 삼국유사, 삼국사기, 고려사, 실록 등 역사책이 모두 같은 상황이라 이대로면 역사 기록이 아니라 역사 자체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며 관리들은 모여 대책을 논하기 시작한다. 그때 누군가 태조 임금 때 발견된 전설의 칼 한능검이 사라졌기 때문에 역사가 사라진 것 같다는 말을 한다. 한능검을 잃으면 역사도 읽게 된다는 글귀가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준이와 단이는 역사책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몰래 침입한 사람을 쫓으려다 구석기 시대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데... 이들은 과연 사라진 한능검을 찾고 다시 조선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능검을 집안 대대로 비밀리에 보물로 보관하고 지켰던 곽씨 집안의 대를 잇는 검객 곽승과 구석기 시대에서 만난 돌치, 그리고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가졌다고 소문이 난 검객 태성, 이 이야기의 주요 캐릭터로 준이, 단이와 함께 역사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곽승은 한능검을 가져간 범인이 태성이라 생각하고 그의 뒤를 쫓는 중이고, 시대를 넘나들며 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태성은 곽승을 피하면서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한다. 청동기 시대에 있어야 할 청동검이 구석기 시대에 발견이 된다던가 역사가 뒤죽박죽이 될만한 일들이 시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준이, 단이 일행들은 함정에 빠지고, 노예가 되고, 쫓기기도 하면서 각각의 시대 사람들 속에서 한능검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하게 된다. 과연 한능검 도둑은 누구이며, 그는 왜 역사를 엉망으로 만들려고 하는 걸까. 




각각의 장이 끝날 때마다 실제 한능검 기출 문제들을 풀어볼 수 있고, 큰별쌤의 꼼꼼한 해설도 만나볼 수 있다. 전체 이야기가 끝이 난 뒤에는 구석기 시대와 신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를 한눈에 보여 주는 ‘함께 찾아봐요!’ 코너를 통해 책에 나온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데,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으로 되어 있어 더 좋다. 굳이 암기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만화를 읽고, 그림으로 정리된 내용을 보는 것만으로 한국사 지식을 습득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한능검을 찾아 떠나는 만화 여행을 통해 한능검 자격증도 따고, 한국사에 대한 지식도 얻으며, 아이들이 자존감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여름 방학에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역사 공부로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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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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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둘이 체스를 한 판 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물론 이건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그 이상의 차원이에요. 사람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니까.」

모니카는 여전히 사진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글쎄요. 그때 우린 어린아이들이었어요. 개성이 강한 두 여자아이가 지나친 경쟁의식을 느끼다 보니 벌어진 일이고요. 경기에 지고 분을 참지 못해 욱해서 저지른 행동을 나중에 후회했어요. 두 번째 만남에서는 내가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그 아이를 이겼고요. 물리적인 힘이 아닌 다른 걸로도 얼마든지 상대를 능가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던 셈이죠.」              -1권, P.273~274


니콜 오코너는 생명 과학 수업 시간에 생쥐를 해부하는 야만적인 건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가 벌로 텅 빈 교실에 갇힌다. 혼자 있는 걸 견딜 수 없었던 니콜은 케이지에 갇혀 있던 생쥐 640마리를 탈출시키는 일을 벌이고, 그로 인해 중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같은 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에서 니콜과 동갑내기인 모니카 매킨타이어는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는 중이다.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아이를 둘러싸고 발길질을 해대고 있었던 것이다. 여럿이 떼를 지어 한 사람에게 달려드는 걸 참을 수 없었던 모니카는 소화기를 집어들어 그들에게 던져 버린다. 이후 학급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떨어지자 당선자인 아이의 머리를 잘라내어 결국 퇴학 처분을 받게 된다. 




니콜은 고립된 개개인의 뛰어난 능력보다, 함께하는 집단의 숫자에서 나오는 힘을 믿는다. 반면 모니카는 개인의 뛰어난 역량이 인류 진보의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두 사람은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한 쪽은 집단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고 있었고, 다른 한 쪽은 개인에게 미래가 달렸다고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은 학교에서 나오게 되면서 니콜은 아빠에게, 모니카는 엄마에게 체스를 배우게 된다. 모니카의 엄마는 딸이 감정에 휘둘려 너무 즉흥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체스를 권했고, 니콜의 아빠는 딸이 체스를 통해 인간 무리를 운용하는 전략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는 체스 선수권 대회 준결승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물론 열두 살 소녀들은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예상조차 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난 말이야, 인간은 게임하는 동안에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니콜이 체스보드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감히 현실에서는 엄두를 내지도, 용기를 내지도 못하는 일을 게임에서는 할 수 있지. 자신의 잠재력을 발견해 발전시킬 수도 있어. 게임하는 동안에는 남에게 밉보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한테 내리는 가치 판단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어. 게임에 집중할 때는 유년기의 상처도,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아픈 몸에 대한 걱정도 다 사라져. 오직 게임 그 자체만 남아.」                 -2권, p.29


모국인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 알려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다. 그의 작품들에서 여러번 인용되곤 하는 에드몽 웰즈의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의 한 대목을 인용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상대를 파괴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게 되는, 영혼의 적, '네메시스'라고 부를 만한 분신이 누구에게나 한 명씩 있다고 말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고, 최악의 적이 최고의 스승이 될 수 있다는 그 문장이 이 작품 <퀸의 대각선>을 관통하는 서사이기도 하다. 




두 천재의 체스 대결이 메인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는 서구권의 정보기관들인 영국 MI5와 미국 CIA에서 활동하게 되고,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은 집단이 강한 성향의 진영인 IRA와 KGB에서 활동을 시작한다.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신념을 위해 팽팽하게 부딪친다. 현장 요원이 되었다가, 치밀한 전략가가 되기도 하며 역사를 뒤에서 쥐락펴락하는 두 여성의 승부는 스파이 소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기존에 만나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들에서 등장했던 동물이나 신, 외계인, 새로운 인류 등이 나오는 대신,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에 단단히 발 딛고 서 있는 작품을 보여주어 더 흥미롭게 읽었던 것 같다. 현대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이 작품 두 권으로 한 번에 살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개인의 힘을 믿는 민주주의와 집단의 힘을 믿는 공산주의의 대립은 형태는 바뀌었지만,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극중 모니카와 니콜은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극단적이라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두 사람의 신념 중에 어느 쪽이 더 옳은 것인지 한 번쯤 고민해보게 만들어 주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어 왔다면, 이번 작품도 놓치지 말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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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퀸의 대각선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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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통과하며 벌어지는 두 천재 여성 캐릭터의 스파이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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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혁명 그리고 퀘스트 - 하드SF 단편선
위래 외 지음 / 구픽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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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어에 뛰어들자마자 하랑과 포니아가 보고 듣고 느낀 것은 우주의 진짜 모습이었다. 토야와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시공간과 물질을 경험했다. 작은 것과 큰 것, 가까운 것과 먼 것, 차가운 것과 뜨거운 것,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 모든 것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의 특이점 속으로 섞여 버릴 것만 같은 감각이 몸을 휘감았다. 하랑과 모니아는 우주복 너머로 전해지는 서로의 감각에 의존해 어떻게든 의식을 붙잡았다. 입은 있었지만 소리는 지르지 못했다. 쏟아져 들어오는 모든 경이와 경외의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고 많은 걸 기억 속에 담았다.             - 해도연, '거대한 화구' 중에서, p.151


책과 서점에 관한 SF, 팬데믹 시대의 로맨스, 귀신날 호러, 고전 SF오마주, 판소리 SF 등 다양한 장르소설 앤솔러지를 선보이고 있는 구픽의 앤솔러지 신작이다. 이번에는 '하드SF 단편선'으로 여섯 명의 장르 소설 작가들이 각자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그리고 있다. 


'하드 SF'라 하면 과학 이론이나 개념 자체를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묘사되고 있어,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장르이지만, 이 책은 그러한 편견을 가뿐하게 넘어 선다. 하드 SF 장르를 그리 어렵게만 느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 현실에 기반한 소프트 SF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요즘의 추세와는 정반대로 과학적 개연성이 우선시되거나, 과학 기술에 대한 내용이 거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을 만나게 되니 굉장히 신선했고, 읽는 내내 지적 자극으로 머리를 쓰는 즐거움을 안겨주는 이야기들이었다. 과학적 사실이나 법칙에 무게를 두고, 탄탄한 과학 이론을 바탕으로 쓰였기에 다루고 있는 정보의 양이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거나 지루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그럼 이제 슬슬 출발할까요, 에티올? 조금만 더 가면 엔딩이에요."

그 손을 꼭 붙잡자 세상이 세피아 빛으로 물들었다. 살아생전에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렇구나, 이 뒤의 일은 분명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야. 그 누구도 본 적 없는 이야기야. 끝난 게임의 후속작을 위해 억지로 급조된 이야기가 아니라, 마땅히 그리 되어야 할 이야기야. 그 당연한 미래를 상상하며 나는 작게 입을 열어, 앞서 나아가는 프리베에게만 간신히 들리도록, 속삭였다.

"고마웠어, 프리베. 끝까지."        

"저야말로 고마웠어요, 에티올!"              - 이산화, '마법사 에티올의 트루 엔딩 퀘스트' 중에서, p.377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은 남세오 작가의 <벨의 고리>였다.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 중에 분량은 가장 짧은 데 비해 과학적 정보의 양은 가장 많았는데, 그럼에도 아주 흥미진진했다. 노벨상 시상식 도중에 일어난 작은 소동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날 노벨물리학상은 양자역학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그런데 그 수상자들을 정면으로 공격이라도 하는 것처럼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시위 피켓을 들고 누군가 나타난 것이다. 그 문장은 양자역학의 확률적 측면을 인정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의 대표적인 말이었다. 시상식을 영상으로 지켜보던 입자 물리 연구소에서 일하는 길상우는 그 문구 아래 적혀 있던 숫자와 피켓을 들고 있던 사람을 주목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상상도 못했던 위험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양자 얽힘 현상이니, 양자적 특성이 어쩌니 하는 물리학 이야기가 잔뜩 등장하지만 예상외로 술술 잘 읽혔다. 특히나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웬만한 스릴러 못지 않게 긴장감까지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위래 작가의 <마젠타 C. 세레스의 사랑과 혁명>, 해도연 작가의 <거대한 화구>, 이하진 작가의 <지오의 의지>, 최의택 작가의 <아니디우스 레푼도>, 이산화 작가의 <마법사 에티올의 트루 엔딩 퀘스트>라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수 세기 후 우주 제국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있고, 현재 시점으로 스위스 입자물리연구소를 배경으로 양자역학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도 있으며, 떠돌이 행성인들이 2만 년 동안 얼음 속에 묻혀 있던 우주선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도 있다. 제3차 대전 이후 지구를 말살하려는 달 지배 시스템도 등장하며, 인간의 두려움 속에 탄생한 기후조절 생명체와 게임 속 등장인물에게도 생물학적 원리가 작동한다는 흥미로운 가설도 있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선보이는 작품들이라 어느 작품을 골라 읽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엄밀하면서도 재미있는 SF 소설'이 궁금하다면, 하드 SF의 현대적 부활을 꿈꾸는 여섯 작가의 도전을 함께 하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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