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디올로지 - 몸이 말하는, 말하지 못한, 말할 수 없는 것
이유진 지음 / 디플롯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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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성형이라는 이슈에는 '같은 환자'끼리의 연대와 돌봄, '같지 않은 환자'들 개개인의 계급성까지 중층적인 '진짜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분포돼 있다. '환자'가 끝내 외모를 변화시키고 획득하고 싶었던 지위나 사회적 인정에 관한 문제도 이 '외모 인생 이야기' 속에 포함돼야 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얼굴과 이름을 바꾸어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 성공 사례를 적지 않게 보아왔다. 이는 성형으로 개선할 수 있는 인생에 대한 환상을 더욱 강화한다. 그러나 사실은 이 '인생 메이크오버' 또한 시장 경제의 바탕 위에서 돈과 네트워크, 정보력 있는 사람들만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다.               p.111



제목인 '바디올로지(bodiology)'는 몸을 뜻하는 '보디body'와 학문을 의미하는 '올로지-ology'를 결합한 조어다. 몸에 관한 담론으로부터 시작해 젠더, 장애, 노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가슴, 엉덩이, 각선미, 발, 얼굴, 성형, 거식증, 피부, 손, 눈물, 단식 등 신체의 각 부분이나 몸과 관련된 스물아홉 편의 글은 한겨레 신문에 칼럼으로 연재된 것을 책으로 묶었다. 


여자들 중에 다이어트 한번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누구나 먹으면 살이 쪄 뚱보가 될 거라는 공포와 불안감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급기야는 자신의 몸을 지나치게 통제해서 거식증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10대 여성의 거식증은 매년 늘어가고 있고, 이는 '신경성 식욕부진증'이라는 섭식장애의 대표적 질환이다. 때로 거식증은 지나치게 먹는 '신경성 폭식증'으로 변하기도 한다. 거식증은 완치가 어렵고 치사율이 약 5퍼센트로 정신 질환 중 가장 사망률이 높은 질환이라 이는 사회적으로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거식증은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며 예산을 투입해 더 깊고 넓게 연구하고 개입해야 할 이슈이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마른 몸을 아름답다고 보는 시선, 날씬한 몸에만 주어지는 기회, 몸이 큰 여성을 비난하고 수치심을 주는 일... 이 모든 것들이 여성을 굶주리게 한다. 우리는 위험한 것이 굶는 여성이 아니라 굶기는 사회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간은 한 손으로 다른 사람을 껴안고, 다른 손으로 공격하면서 역사를 만들어왔다. 나아가 주먹은 반드시 남을 가격하기 위해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주먹은 저항하기 위해서 휘두를 때, 데모할 때 유용하다. 쓰러진 사람이 각오를 다지면서 다시 일어설 때, 타인에게 용기를 줄 때도 주먹을 높이 들어 올린다. 주먹을 쥘 때 엄지손가락은 나머지 손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구부러진다. 이를 맞섬opposition이라고 한다. 엄지의 맞섬은 도구적 인간, 싸우는 인간, 저항적 인간을 만들어냈다. 평화가 투쟁과 저항 없이 저절로 이뤄질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면 손은 그 빛과 그림자 모두를 거머쥐도록 변화했다고도 볼 수 있다.                   p.188


이 책에는 문학 작품 속에 드러난 이성애자 남성들의 유난한 가슴 사랑, 크고 빵빵한 엉덩이를 매력적인 상품으로 만든 역사 속에 숨어 있는 너무도 끔찍한 이야기, 걷고 싶을 때 걷고, 가고 싶은 곳에 언제라도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안전한 보행의 자유를 얻지 못했던 여성들의 역사, 객관적 미인의 기준을 세우고 예쁜 얼굴을 판별하기 위해 과학을 동원해 수치화되는 얼굴 에 관한 담론,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라는 양면성을 지닌 '성형 강국 한국'이라는 말, 피부를 가진 동물이 접촉을 통해 느끼는 사회적 온기, 공기마저 자본이 되는 세상 등 다양한 담론이 담겨 있다. '몸'이라는 것이 단순한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역사적 억압과 폭력이 새겨진 텍스트라는 점이 이 모든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있다. 인류의 몸이 언제부터 강력한 물적 자본으로 부상했는지 살펴보고, 사회적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추적하는 것은 몸을 향한 우리의 모든 편견을 부서뜨린다. 


몸은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사회적 시선, 담론, 말뭉치에 따라 정교하게 ‘만들어진다’.  몸을 가꾸는 것이 자기계발의 일부로 취급되는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책이었다. 얼굴, 성형, 살집, 머리카락, 섹스와 출산, 피부, 허기와 식인(카니발리즘), 죽음, 부활 등 인간의 몸 이야기에는 인류가 겪은 억압과 권력, 극복의 서사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몸 담론으로 본 사회사이자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한국인의 신체에는 한반도의 근대사가 응축되어 있다. ‘얼평’ ‘몸평’의 변화상을 통해 대한민국의 시대상을 읽는 경험은 가히 유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우리 모두 꼭 알고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모든 사람은 자신의 몸이라는 신전을 짓는 건축가”라고 했다. 그렇다면 내 몸의 주도권은 나에게 있고, 언제든 자신이 바라는 쪽으로 몸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이 책을 통해 몸을 향한 보이지 않던 수많은 억압에 대해 깨닫게 되고, 사회 속에서 우리 몸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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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프로젝트 - 나를 바꾸고, 인생을 바꾸는 집중의 힘
에릭 퀄먼 지음, 안기순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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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당신이 무언가에 시간을 쓸 때마다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나무 바닥에 손수 페인트칠을 하느라 쏟는 시간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다른 일을 해서 350달러를 벌 수도 있다. 비용이 349.99달러 이하이면 외주를 주는 대안에 즉시 "Yes"라고 해야 한다. 이 공식은 꽤 간단해 보이지만 설사 돈이 있더라도 실천하기 어렵다. 잔디를 깎거나 나무를 다듬거나 집을 청소하기 위해 사람을 고용하는 것을 '게으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돈을 지불해서 시간을 살지 묻는 질문을 받으면 사람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누구나 단호하게 "Yes"라고 대답한다.            p.154


《해리 포터》 조앤 K. 롤링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가 2위로 선정된 에릭 퀄먼은 전 세계 55개국 5,000만 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진행하고 있는 동기부여 전문가이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 삼성 등 글로벌 기업, 버락 오바마, 워렌 버핏, 일론 머스크 등 전 세계 셀럽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집중과 유지'가 있다. 한 기업의 대표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비결’을 '집중'이라고 말했는데, “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가장 어려운 점" 또한 '집중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집중과 유지가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바로 최고의 난제인 ‘일과 생활’에서의 균형 실현이 가능한 유일한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집중을 학습할 수 있을까? 근육처럼 훈련할 수 있을까?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 책은 그에 대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답을 들려 준다. 우리는 대부분 한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대평가하면서도, 작은 보폭으로 한 번에 한 걸음씩 꾸준히 내디디면서 한 달, 1년, 일생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매일 어떤 작은 단계를 밟아서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게 되는 과정을 우리가 자주 실패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12개월 동안 집중할 목록을 열두 가지로 좁혔다. 집중할 일과 집중하지 않을 일을 미리 선택하고, 가장 중요한 대상에 집중하는 것으로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한가지 주제를 정해 집중을 훈련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는 추진력을 유지해야 한다. 스페인어 학습 앱에서 단계를 계속 살리든, 40일 동안 초콜릿을 끊든, 딸이 100일 동안 하루 15분씩 피아노 연습을 하든 자신에게 유리하게 추진력을 사용해야 한다. 자신에게 효과 있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사용하라.

우리는 사고방식을 급진적으로 바꿔야 한다. 원하는 것을 해야 하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 나는 10년 동안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 필요성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언어 학습 속도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데 유용하게 작용했다.             p.251~252


1월에는 '성장'에 집중하기로 한다. 사람마다 성장시키려 집중하는 대상이 다를 수 있지만, 처음에는 자신이 절대 실패하지 않을 대상을 중심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중요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결과를 도출하는 데 중요한 대상에 집중해보자. 내가 잘해야 하는 한 가지를 정한 뒤, 의도적으로 집중해 보는 것이다. 극적인 집중은 극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월에는 '시간 관'를 집중 강화 대상으로 정하고 연습해본다. 일정표를 짜고, 하지 말아야 할 일 목록을 작성하고, 잘 정리해서 시간을 잘 관리해보는 것이다. 3월에는 '가족과 친구', 4월에는 ‘건강’, 5월에는 ‘관계’, 6월에는 ‘배움’에 집중해 본다. 그리고 7월부터는 본격적으로 ‘포커스 프로젝트’의 메인 솔루션인, ‘창의성’에 집중하는 것을 시작한다. 8월에는 '공감', 9월에는 '마음챙김', 10월에는 ‘베풂’, 11월에는 '감사', 그리고 12월에는 '스스로에 집중'하는 것으로 프로젝트가 끝이 난다. 마지막 달에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습관에 집중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이다. 


매일 주어지는 시간의 양은 누구에게나 같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같은 시간에 엄청나게 많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누군가는 늘 시간에 쫓겨 허덕이며 살아간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집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면, 이 책과 함께 매일 연습해보자. 삶을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새로운 결말을 맞기 위한 삶을 오늘 시작할 수는 있으니 말이다. 감정과 몸이 늘 극도로 지쳐 있다면, 상당히 바쁘게 일하는데도 늘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면, 여러 가지 일을 완수하지만 여전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나치게 많은 일을 하느라 스스로를 혹사시키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레이디 가가, 톰 행크스, 제니퍼 로페즈가 극찬한 ‘포커스 프로젝트’의 미러클 솔루션이 번아웃을 극복하고, ‘일과 생활’의 완벽한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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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대학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7
김동식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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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해주실 수 있습니까?”

“가능하다. 악마로서의 내 권능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이니까. 인간은 사랑이 인연과 운명이라고 믿지만, 사랑은 그렇게 순수한 게 아니라 그저 공략할 게임에 불과하다. 난 지금 당장 그녀가 너를 사랑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정말입니까?"

"하지만 알고 있겠지? 악마와의 거래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p.17


매년 6월, 악마대학교에서는 ‘창의융합 경진대회’가 열린다. 지옥을 대표하는 기업의 쟁쟁한 악마들이 한쪽에 마련된 귀빈석에 앉아 있고, 학생들은 '어떻게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 것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이 자리에서 주목을 받느냐 받지 못하느냐에 따라 지옥 대기업 스카우트 여부가 갈리기에 교수에게도, 학생에게도 무척이나 중요한 행사이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열린 사전 점검 발표 날, 지각한 악마 '벨'은 인간들이 가장 욕망하는 '영생'을 주제로 발표를 하지만, 교수 악마에게 여러가지 문제점만 지적 당하고 엉망진창으로 깨진다. 


실망한 벨은 수업이 끝난 뒤 '인간 욕망 연구회' 동아리방으로 향해 친구 악마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각자 준비한 '사랑'과 '도박'이라는 주제로 인간계로 내려가 시뮬레이션 한 것을 보여준다. 악마 '아블로'는 인간들이 최고의 가치라고 부르는 것은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같은 과 친구를 짝사랑하는 청년에게 다가가 '사랑을 공략하는 힘'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한다. 그 대가는 수명이 줄어드는 것이었고, 아주 조금씩 사용되었던 수명은 점점 늘어나게 된다. 이성을 공략하는 방법에 취해 점점 더 능력을 빈번하게 사용하던 청년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뻔한 결과였다. 악마 '비델'은 인간이 가장 크게 욕망하는 건 '돈'이라고 자신한다. 그는 평범한 3년차 회사원에게 접근해 도박을 제안한다. 도박의 룰은 특정 대상이 언제 죽는지를 맞히는 거였다. 간단해 보였던 도박은 큰 돈을 벌고, 잃게 되면서 평범한 인간을 점점 괴물로 만들게 된다. 벨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인간계에 내려가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보기로 하는데, 과연 그는 발표일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저를 만난 그는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겠죠. 고민하다가, 시간을 역재생하여 과거로 돌아가는 선택을 말입니다. 그것까지도 정해진 결과였으니까. 그렇게 과거로 돌아간 그는 또다시 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 과거로 돌아가고, 또 똑같은 삶을 반복하다가 다시 저를 만나고, 다시 또, 다시, 다시, 영원히 맴돌게 되는 거예요. 제 제안을 받아들이자마자 그 인간은 현실에서 영영 사라져 끝나는 겁니다. 그 사라짐은 죽음보다도 더합니다. 영혼의 안식조차 없을 테니까요. 그야말로 영원히."                 p.108~109


당대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현대문학 핀 장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다. 그동안 수많은 초단편 소설을 발표해 온 김동식 작가의 첫 중편소설이기도 하다.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은 정보라 작가의 <밤이 오면 우리는>이었다. 두 번째 작품은 단요 작가의 <케이크 손>,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이희영 작가의 <페이스>, 네 번째 작품은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 다섯 번째 작품은 황모과 작가의 <언더 더 독>, 그리고 여섯 번째 작품은 연여름 작가의 <부적격자의 차트>였다. 


김동식 작가는 소설집 <회색 인간> 이후 굉장히 다작을 해왔는데, 개인적으로는 핀 장르 시리즈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일단 가독성이 굉장히 좋고, 짧은 분량임에도 임팩트가 있으며, 무엇보다 기발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었다. 악마들조차 대학에 가서 교육을 받고 인간을 연구한다는 색다른 설정부터 매우 기대가 되었다. 두꺼운 전공 서적을 품에 안고 학구열에 불타는(의미 그대로 진짜 불타기도 하는) 악마들이 한가득 앉아 있는 강의실을 상상만 해보더라도 흥미진진한 그림이 그려지니 말이다. 게다가 악마들도 학점을 따야 하고 취업 걱정을 한다면, 가장 ‘악마적인 수법’을 겨루는 것으로 졸업 후 진로가 결정된다니 재미있지 않은가. 김동식 작가는 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오늘날을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망에 대해 사유한다.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악평만 받던 '벨'의 아이디어가 대반전되면서 펼쳐지는 결말 부분이 특히나 재미있었고, "정말 인간은 대단히도 어리석은 존재구나."로 마무리되는 마지막 페이지에 가면 인간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을 진정 파멸로 이끈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주고 싶다. 김동식 작가의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아왔다면, 이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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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꼬미 동물병원 6 - 기묘한 동물 편 쪼꼬미 동물병원 6
권용찬 지음, 이연 그림, 최영민 감수 / 서울문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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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SBS TV 동물농장 X 애니멀봐>의 오리지널 콘텐츠 중 하나인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 그 여섯 번째 책이다. 곤충과 동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분에 다양한 반려동물들과 함께 지내왔기에, 정말 재미있게 챙겨보고 있는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여러 동물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람과 동물의 세계를 더 가깝게 연결해준다는 컨셉으로 병원을 찾은 소동물 친구들의 치료 이야기를 담아 왔다. 지난 5권에서는 처음으로 병원 밖으로 나가 야생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었는데, 이번 6권에서도 놀라운 동물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오싹오싹 동물 테마파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초대권이 생기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동물 테마파크에서 만날 동물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고 해서, 하루와 햄지는 테마파크에 가기 전 시간이 날 때마다 공포 영화를 보며 담력을 키운다. 열심히 담력을 키워서 이제 강심장이 되었다고 자신만만한데, 과연 이들은 오싹오싹 동물 테마파크에서 무사히 동물들을 만나고 올 수 있을까.


첫번째 등장하는 것은 바로 지상 최악의 독을 가진 동물이다. 방울뱀보다 15배 더 강한 맹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검은과부거미를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 검은맘바까지 등장하는데... 이 무시무시한 동물들도 탈수증과 치통으로 고생 중이었다는 것이 반전이다. 무사히 이들을 도와주고 나면 다음 장은 기이하게 살아가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조류와 포유류를 섞은 듯한 묘한 모습을 한 오리너구리, '새끼 용'이라는 별명으 붙을 정도로 신비로운 외모를 가진 올름을 만날 수 있다. 




쪼꼬미 시리즈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학습 만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어 더 친근하게 동물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주인공이 되는 동물의 사연이 학습만화로 소개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 해당 동물에 대한 실제 사진과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만화 자체도 재미있지만, '하루'의 쪼꼬미 일지가 이 시리즈의 백미라고 볼 수 있다. 실제 만화 에피소드로 등장했던 동물들의 모습을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이번 6권에서는 무섭고, 기이한 동물들 외에도 천연 악취 폭탄 스컹크, 갈고리를 연상시키는 가늘고 긴 중지 때문에 악마처럼 여겨졌던 아이아이 원숭이,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알을 낳는 피파개구리, 오래 살고 노화도 오지 않는다는 온몸에 털이 없는 벌거숭이두더지쥐 등 기묘하고, 특별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은 동물에 대한 정보와 병원 이야기를 만화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이 자연스레 귀여운 쪼꼬미 동물 친구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수십만 종의 동물도 함께 살고 있기에, 아이들이 이 책을 통해 생명체에 대한 존중과 책임감으로 동물을 대할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이번 6권에서는 멋잇감을 잡는 동물들의 신통한 사냥법이 정리되어 있고, 동물에게 물렸을 때 응급처치 및 치료방법에 대해서도 수록되어 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정보들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어 동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어줄 것 같다. 에필로그로 쪼꼬미의 소소한 일상 만화도 아주 귀여우니 놓치지 말고 챙겨보자. 쪼꼬미 동물 친구들과 더 건강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특별한 안내서, <쪼꼬미 동물병원> 시리즈를 통해 특별한 동물들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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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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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크의 말대로 에드릭이 작정하고 숨었다면 쉽게 찾아낼 수 없으리라. 

"하지만 미니언을 발견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마술을 건 자와 마술에 걸린 자 사이에는 한 조각의 빵을 반으로 나눈 듯 일종의 연결고리가 생기기 때문이죠. 미니언을 산 채로 붙잡을 수 있다면, 술자의 위치도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미니언과 암살기사는 마술의 실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이 실을 눈에 보이게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만, 시간을 들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p.168



브리튼섬 동쪽, 런던에서 출항해 북해의 험한 파도를 헤치고 사흘 밤낮을 가면 두 개의 섬, 솔론제도가 있다. 이 황폐한 섬에서 도시의 기반을 닦아 발전시킨 것은 북해 무역을 장악한 에일윈 가문이다. 어느 날 솔론섬에 동방에서 온 방랑기사 팔크 피츠존과 그의 어린 종사 니콜라가 찾아와 자신들이 쫓고 있는 ‘암살기사’가 솔론의 영주를 노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날 밤 솔론의 영주가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솔론섬은 북쪽과 서쪽은 깎아지른 절벽이고 동쪽은 암초가 많아 바이킹조차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천혜의 요새지역이었다. 밤이면 외부와 단절되는 섬에 숨어든 자는 누구일까. 솔론 영주의 호기심 많은 딸 아미나는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팔크와 함께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팔크는 마술을 통해 살인 현장에서 찍힌 지 얼마 되지 않은 발자국을 찾아낸다. 은빛 가루를 뿌리고 숨을 불어넣자, 돌바닥에 어지러이 찍힌 발자국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 사실을 토대로 살인자가 어떻게 영주관에 침입했는지, 살인의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찾아냈지만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악한 마술을 사용하는 암살기사는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을까. 팔크는 암살기사가 사용한 마술의 종류가 '강제된 신조'라 불리는 사악한 마술이라고 단언한다. 암살기사가 점찍은 인간의 피를 입수해 그 피를 은으로 만든 단검에 발라 납그릇에 채운 포도주에 담근다. 그러면 피의 주인은 가엾게도 암살기사의 앞잡이, 미니언이 되는 것이다. 바로 그 미니언이 암살기사에 의해 조종당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고는, 그 일을 잊어 버리게 된다. 그러니 그들은 살인을 행하고도 그 사실을 잊어 버린 '미니언'이 누구인지부터 찾아야 했다. 현시점에서 의심스러운 인물은 모두 여덟 사람이었고, 그들 중 누군가가 영주를 죽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영주의 허락을 받은 이들만 머무르고 있었을 ‘작은 솔론’이라는 거대한 밀실 속에서, 아무도 모르게 영주를 살해할 수 있었던 자는 과연 누구일까?





"요컨대 그곳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은 밤중에 젖은 발로 작은 솔론에 침입한 자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것은 즉 큰 솔론에 있던 다섯 명 중 누군가가 롤렌트 님을 살해한 미니언이라는 뜻입니다."

"그럴 리 없소!" 

한 기사가 버럭 외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솔론은 철벽수비를 자랑하오. 동이 트기 전에는 큰 솔론에서 작은 솔론으로 건너갈 수 없지. 그게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증명하지 않는 한, 당신 이야기는 전혀 믿을 수 없소."              p.502


요네자와 호노부의 <부러진 용골>이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판타지에 미스터리를 접목시킨 특수 설정 미스터리인데, 지금이야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자리잡았지만 출간 당시(2010년)만 하더라도 흔치 않았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논리에 입각한 수수께끼 풀이, 즉 본격 미스터리의 골격이 자리잡고 있다. '타인을 조종해 살인을 지시하는 암살기사와 그를 쫓는 마법기사'라는 설정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논리와 이성으로 풀어 나가는 본격 미스터리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인데, 요노자와 호노부는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질 수 없는 두 가지를 한 작품 속에서 구현해낸다.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용의자, 하지만 마법이 실재하는 세계라면 초현실적인 능력으로 어떻게 '논리와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까. 얼핏 상상이 잘 되지 않겠지만, 그걸 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작품이다. '특수한 설정을 사용한 미스터리라도 독자와 작가 사이에 합의된 명확한 약속이 있다면, 그 약속이 설령 이 세상의 법칙이 아닐지라도 미스터리는 성립한다. 거기에 미스터리라는 지적 유희의 심오함이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의 재미는 바로 그런 부분에서 만들어 진다. 비현실적인 소재를 추리의 전제로 받아들여 소설적 재미를 확장시키는 것이 바로 '특수설정 미스터리'만의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는 이 작품의 이야기를 12세기 말 유럽으로 정한 이유로 수도사 캐드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풀어나가는 이야기지만, 같은 시대라서 주는 재미가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최신작들을 좋아한다면, 그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는 이 작품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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