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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루민
오카베 에쓰 지음, 최현영 옮김 / 리드비 / 2025년 1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에이, 왜 아까부터 그런 표정 짓고 그래. 알았어, 알았어, 자백할게. 상당 부분, 루민 씨에게 들은 이야기야. 영향을 너무 많이 받은 거 아니냐고? 하지만, 이런 건 좋은 영향이잖아? 살롱에 들어간 후, 회사에서의 인간관계도 좋아졌어. 그러는 자기도 아까부터 책장을 넘기면서
흘끗흘끗 보고 있잖아. 응, 아니라고? 그럼 뭘 보고 있는 거야? 아, 루민
씨 사진. 얼굴도 예쁘지? 마음은 더 아름다운 사람이야. 정말 닮고 싶다니까. p.17
그 사람은 정말 사고방식이 멋진 사람이야, 와 그 사람은 정신병자예요, 라는 문장이 한 사람을 향한 평가라면 믿을 수 있을까. 누구나 다른
면을 가지고 있지만,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있을까. 가만히
가만히 있어도 스포트라이트가 알아서 비춰 주는 사람, 박수갈채가 어울리는 사람, 모두가 동경하는 사람이라는 평가와 밥 먹듯이 거짓말을 하는 사람, 마음을
조종하는 사람, 극악무도한 사이코패스같은 사람이라는 평가가 동일 인물이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악마'가 되는 사람의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이 책은 인기 에세이 작가이자 미모의 여성인 '나카이 루민'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화자는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루민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보는 조사를 시작하는데, 16명의 인터뷰 내용을 읽을 수록 점점
더 루민의 실체는 오리무중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중간 중간 루민이 직접 쓴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는데,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도 쉽게 파악하기가 어렵다. 루민은 과연 천사인가, 악마인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화자인 '나'는 과거의
비밀을 숨긴 채,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루민에 대한 진실을 찾기 시작한다. 여러 인물들이 들려주는 루민에 대한 에피소드를 읽으면 루민이라는 캐릭터가 현실에도 어딘가 존재할 법하다고 느껴져서
오싹해 지는 순간이 있다. 나 이런 사람 알아, 라는 말이
자신도 모르게 나올 것이다. 그래서 더 빠져들어 읽게 되는 작품이었다.

루민 씨의 거울은 이상적인 모습만 비춰 주어야 해요. 자아를 가진다는
건 당치도 않죠. 그러니까 거울이 된 사람은 루민 씨에게 전적으로 자아를 빼앗겨요. 루민 씨에게 불리한 사실은 왜곡되고, 모순은 모두 거울의 책임으로
돌려져서 거울이 대가를 치러야 해요. 그런 식으로 거울은 언제나 루민 씨의 찬란한 모습만을 비출 것을
요구받아요.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된 거울은 처참하게 산산조각이 날 뿐이에요. 분통 터지는 일은, 자기가 루민 씨의 거울 노릇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산산조각이 날 때라는 거예요. p.272~273
루민은 <당신은 더 빛날 수 있다!>라는 책을 저자로서 독자들에게 책을 읽고 "구원받았다." ,"인생이 바뀌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온라인 살롱의 운영자로서는 "진심으로 공감해 주니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이 나이에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다니 행운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학창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에게는
한 친구가 자살 미수 사건을 일으킬 정도로 괴롭혔으며, 그래 놓고 사과하는 척 찾아가 그 가족들을 자기편으로
만들 정도로 무서운 아이였다고 기억된다. 작가로 데뷔하기 전 글쓰기 모임의 참가자들에게는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하지 않는 사람, 남의 아이디어를 빼앗아 자신의 글처럼 쓰는 사람이라는 증언이 들려 온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루민일까.
16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루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는 매번 다른 모습과 상황으로 각 에피소드에 등장한다. 독자들은
오직 그녀가 하는 행동이나 대사들로 그녀의 정체를 완성시켜나가야 한다. 루민이 직접 쓴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지만, 애초에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쓴 글이라 실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제각각 다른 에피소드들이 마치 퍼즐처럼 한 조각, 한 조각 완성이
되어가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감과 동경, 원망과 두려움의
감정을 오가며 구체화되는 인물에게 일종의 위화감, 혹은 두려움 같은 감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작품의 원제가 ‘무서운 친구(怖いトモダチ)’라고 하는데, 정말 이런 인물이 있다면 너무 무서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친절한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정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소릴 듣는 사람이 다른 곳에서는 무서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누구나 어느 정도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공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불러오는 이 독특한 미스터리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