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가 -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전하는 소박하고 성실한 일상의 기록
무과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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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에 나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불필요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제때 주변을 정리 정돈하고, 아침저녁 문을 열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등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통해 만드는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책이다. 잘 먹고, 건강하게, 바뀌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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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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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든 사람이 톰 피츠윌리엄의 뭔가를 원하지 않나?” 잭이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별뜻 없어.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잖아, 안 그래?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왜 그 남자를 보면 더 미칠 듯이 구는지 알아? 그 남자, 카리스마가 대단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매력은 뭐랄까, 늠름하다고 할까. 사람들을 구원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지.”      p.100~101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시작된다. 사건 현장은 전국에 있는 백만 개의 다른 주방과 똑같은 공간이다. 커피를 마시고, 숙제를 하고, 아침을 먹고, 뉴스를 보는 평범한 공간, 특별히 거슬리는 게 없는, 거의 밋밋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커다란 피 웅덩이에 사지를 뻗고 엎드려 있는 건 분명 시체였다. 목과 등, 어깨에만 적어도 스무 군데의 자상이 있는 잔혹한 살인 사건이었다.

 

이 살인 사건의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다. 알록달록한 스물입곱 채의 빅토리아풍 저택이 모여 있는 마을, 멜빌 하이츠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 이 동네의 공립학교 교장 톰 피츠윌리엄이다. 그는 정부의 칭송을 받는 파견 교장이자 중년의 아버지였고, 게다가 옷도 완벽하게 입는 매력적인 외모의 남자였다. 그가 맡은 학교의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그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남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용을 써댔고, 그건 그의 이웃에 사는 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 사람들은 죄다 그가 신이라도 되는 듯 생각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바로 그의 아내였다. 흠 하나 없는, 나무랄 데 없이 깨끗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남자 피츠윌리엄의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돌아온 조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괜찮은 아파트를 구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괜찮은 아파트 없이는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없고, 유쾌한 친구들과 재미있는 독서 모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번듯한 직업을 가질 능력이 없고,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차를 구입할 돈도 없으며, 멋지고 유쾌하고 든든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 허리케인이 서서히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소용돌이와 뒤엉킨 생각 위로 키 크고 잘생긴 톰 피츠윌리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p.329

 

'엿보는 마을'이라는 제목답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각자 타인을 관찰한다. 질투하며 훔쳐보고, 경계하며 살펴보고, 의심스러워 지켜보고, 매혹 당해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관찰한다. 그 중에 최고는 톰 피츠윌리엄의 아들 프레디로,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비롯해서 여섯 개 언어를 구사하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친구도 없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심도 없는 소년이다. 프레디는 일 년여 전부터 '멜빌 일지'라는 걸 만들며 쌍안경으로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집 꼭대기 의자에 앉아 로어 멜벨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호텔의 방문객,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이웃 그리고 최근에 관심이 생긴 이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건 프레디가 지켜보는 걸 아는 동네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들 각자도 서로가 서로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관음증의 온갖 다양한 형태가 모여 있는, 이상한 마을 풍경이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무려 삼백육십 페이지가 훌쩍 넘어서는, 후반부의 상황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두 달여 간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자신이 집단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사람부터 결혼한 지 몇 달 밖에 안 된 젊은 여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오십 대의 유부남에게 매혹되는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마을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개연성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들이 향하는 것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한 남자였고, 오래 전 그가 자신을 쫓아다녔던 여학생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영미권 최대 독자 사이트 굿리즈에서는 별점 십만 개 이상, 아마존 별점 만 개 이상에 별점 평균 4.4/5의 진기록을 세운 작품답게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마성의 매력을 가진 남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누가 살인 사건의 범인인지, 서로가 서로를 엿보고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의혹을 한 방에 뒤엎어버리는 반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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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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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행복했다. 하지만 행복은 헤로인과 같다. 한번 맛보면, 행복이란 게 있는 줄 알면 다시 행복해지지 않고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온전히 행복하게 살지 못한다. 행복은 소박한 만족 이상의 무엇이므로. 행복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다. 행복은 전율하는, 예외적인 상태다. 지속하지 않을 게 분명한, 초, 분, 날이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의 슬픔은 나중에, 행복에 이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온다.       p.80

 

요 네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 열두 번째 이야기 <칼>이 출간되었다. 요 네스뵈는 데뷔작 <박쥐> 이후 22년 만에 이 작품으로 두 번째 리버트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해리 홀레의 가장 소중한 존재가 죽음을 맞는 것으로 충격적인 포문을 연다. 물론 전작인 <목마름>을 읽었다면, 행복한 해리 홀레의 모습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거라고 막연하게 느꼈겠지만 말이다. 가족과의 평온한 일상이 얇은 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했을 정도로 해리에게 행복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고, 그는 자신이 겨우 찾은 행복을 지켜낼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가졌다.

 

 

이번 작품에서 요 네스뵈는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다. 차갑고도 무자비하게, 한치의 자비도 없이 날카롭게 해리의 행복을 난도질해버리는 것으로.

 

<칼>에서 해리는 라켈의 집에서 쫓겨난 상태로 등장한다. 행복의 한가운데에서도 라켈을 잃어버릴까 무서웠던 그였는데, 이미 그녀를 잃어버린 현실 앞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그는 다시 알코올의존자가 되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게다가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손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잠에서 깨어난다. 전작에서 만났던 해리의 평화롭고 안정된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경찰대학에서 강의를 하던 해리는 다시 강력반으로 돌아와 서류나 정리하고, 미제 사건을 검토하는 업무를 맡았다. 다시 술 취하고 불안정한 수사관이 된 해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일생일대의 비극이다. 전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예고되었던 스베인 핀네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기 시작했고, 해리는 홀로 외로운 수사를 펼쳐 나가야 한다.

 

 

할아버지는 주머니 시계를 꺼내고 우리가 물가로 돌아가면 우리의 여정을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하나의 연속선으로 보일 거라고 말했다. 목적과 방향이 있는 이야기. 우리는 그 이야기가 여기에, 다른 어디도 아닌 여기에 있는 것처럼 기억하고, 배가 물가에 닿게 하려고 의도한다. 하지만 도착점과 처음 의도한 목적지는 전혀 다르다.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현재 위치에 이르러서 여기가 우리가 가려던 곳이거나 적어도 가려는 길 위에 있다고 믿으면 그런대로 위안이 될 수 있다.    p.660~661

 

<팬텀>에서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상처받고, 사상 최악으로 망가졌던 해리는 <폴리스>에서 경찰서를 떠나 경찰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오랜 연인 라켈과 마침내 결혼을 했다. 그리고 3년 뒤, <목마름>에서 뱀파이어 살인마가 등장하며, 외부의 압박에 의해 다시 살인 현장으로 컴백했었다. 가족과의 평온한 일상이 얇은 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이라고 했을 정도로 해리에게 행복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지켜내야 하는 존재가 생겼고 그것을 잃을까봐 두려운 마음과 범인을 잡고 싶다는 갈망과 뼛속까지 경찰인 해리의 내면에 있는 목마름 사이에서 고뇌하며 강박적으로 살인자를 쫓는 일에 매달렸다. 피를 갈망하는 범인의 목마름만큼이나 범죄에 끌리는 해리의 목마름도 강렬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행복한 해리 홀레의 모습은 자신에게도, 독자들에게도 낯설었다. 그동안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해리는 언제나 소중한 뭔가를 잃어 왔고, 그러면서 점점 어둠에 잠식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왔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에서 만나게 되는 해리 홀레의 모습은 독자로서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이건 아니야, 꿈이라고 말해. 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순간마다 페이지를 멈추고 작가를 원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해리 홀레 시리즈 열 두 번째 작품을 읽어 나가는 과정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시작부터 작가로부터 엄청난 펀치를 맞고 거의 기절 상태로 질질 끌려 가는 기분인데다, 해리의 모든 것들이 너무도 먹먹하고 가슴이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완성도는 시리즈를 거듭한 만큼의 깊이와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이 아주 초반에 벌어지는데, 그 긴장감을 거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있어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읽게 된다. 게다가 거듭되는 반전 역시 탄탄하고 정교하게 새겨진 플롯을 따라 배치되어 있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 해리 홀레에게 사상 최악의 사건이 벌어지는 이 이야기는 시리즈 전체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 되어 줄 것이다. 그리고 해리 홀레 시리즈는 13권 <블러드문>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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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6-09 23: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책 표지들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듯 하네요^^

피오나 2022-06-10 13:21   좋아요 1 | URL
그죠? ㅎㅎ 한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마성의 시리즈랍니다 ㅋㅋ
 
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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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은 미국 전역에 있는 클럽이란 클럽에는 모조리 특별 회원으로 가입한 듯했다. "돈이 썩 많이 드는 취미지." 조너선이 빈센트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장소라면 사족을 못 쓰거든." (빈센트가 진작 눈치챘어야 할 또 하나의 힌트였다. 조너선은 대체 왜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랐을까? 누구나 다 아는 생명의 유한함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게 아닐까? 피할 수 없는 사태가 몰려오고 있음을 예감했기 때문은 아닐까?)           p.99

 

이야기는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에 위치한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시작된다. 초대형 판유리와 삼나무로 장식된 궁전 같은 호텔은 앞에는 바다, 그리고 그림자 진 숲이 에워싸고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호텔의 북쪽은 완전히 황무지였고, 외진 장소에 위치한 탓에 호텔에선 핸드폰도 터지지 않았다. 뜻밖의 장소에 있는 최고급 호텔이라는 점이 그곳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곳은 잠시나마 현대문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큰돈을 지불할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기도 했다. 폴과 빈센트 남매는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 마약 문제로 여러 번 재활원을 드나들었던 대학생 폴은 사고를 치고 도망치듯 호텔에 와서 청소 관리인 일을 하는 중이었고, 어머니를 잃은 뒤 학교를 그만두고 방황했던 빈센트는 생계 유지를 위해 호텔에서 바텐더 일을 하는 중이다.

 

어느 날 밤, 로비의 유리 벽에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라는 섬뜩한 낙서가 발견되어 호텔 손님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놀란 사건이 발생했는데, 폴이 그 일의 범인으로 의심받아 결국 호텔에서 해고가 된다. 마침 그곳에는 호텔의 소유주인 조너선 알카이티스가 와 있었고, 그는 빈센트에게 한 눈에 반한다. 빈센트는 호텔을 그만두고 그와 함께 떠나고, 그의 트로피 와이프가 된다. 엄청난 규모의 투자 사업을 하며 부를 영위하던 알카이더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빈센트는 대저택에 살면서, 개인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넘치는 재력을 마음껏 누린다. 하지만 거대한 '돈의 왕국'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고, 위태로운 유리의 성은 무너지고 만다. 초대형 폰지사기 범죄로 체포된 알카이더스는 무려 170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 그 속에서 그는 자신의 나라가 무너지지 않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들의 유령을 목격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어둠의 나라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전생에서도 그런 나라가 있다는 걸, 심연의 가장자리에 걸쳐진 나라가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기는 했었다. 영원히 그늘이 걷히지 않는 나라가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다. 외딴곳에 가면 그 나라가 한층 또렷이 보였다.... 어둠의 나라에 사는 시민들이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막연히 알고 있었다. 그 나라의 시민들은 단 한 번 삐끗하는 바람에 사회라는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안락하지 않은 땅으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땅으로 밀려났다.         p.311

 

<스테이션 일레븐>이라는 인상적인 디스토피아 소설로 만났던 에밀리 세인트존 멘델의 신작이다. 전작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종말을 다루는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분위기였는데, 끔찍하고, 무서운 장면들 대신, 평화롭고 아름답다고 해야 할까. 하나의 세계가 끝이 나고, 20년 후 종말 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었음에도 종말 후의 풍경이 이럴 수도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며 읽었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에도 잔잔한 감동이 여운처럼 남았던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은 2008년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사상 최대 폰지사기 사건을 다루고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던 작가가 사기극을 소재로 이야기를 썼다고 하니 어쩐지 상상이 잘 되지 않았는데, 역시나 평범한 미스터리 작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주요 플롯인 사기극에 대해 그 전모라던가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는데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보통 이 정도로 큰 규모의 범죄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면 단계별로 어떻게 사람들을 속여서 사기 행각을 벌이게 되었는지, 엄청난 규모의 금융 사업 자체에 대한 설명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는지, 막대한 부가 한 순간에 무너지고 왕국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게 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펼쳐질거라고 기대했다면 이 작품을 읽으면서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바로 그러한 부분이 이 작품을 낯설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매혹적이고 독창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준다.

외딴 섬에 위치한 초대형 판유리와 삼나무로 장식된 궁전 같은 호텔에서 시작된 거대한 비극이 개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 놀랍도록 우아하고 정교한 이야기를 지금 만나 보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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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아내를 위한 레시피
카르마 브라운 지음, 김현수 옮김 / 창비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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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와 2020년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섬세하고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이 작품은 요리책과 레시피라는 비밀스러운 소재를 통해 은밀하고, 매혹적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의 실체를 밝혀낸다. 유능한 아내란 무엇인가, 완벽한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치명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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