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 마을
리사 주얼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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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모든 사람이 톰 피츠윌리엄의 뭔가를 원하지 않나?” 잭이 몸을 일으켜 스트레칭을 하며 말했다.
조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별뜻 없어. 그러니까, 그런 사람이잖아, 안 그래?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정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왜 그 남자를 보면 더 미칠 듯이 구는지 알아? 그 남자, 카리스마가 대단해.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매력은 뭐랄까, 늠름하다고 할까. 사람들을 구원해줄 것 같은 느낌이 있지.”      p.100~101

 

이야기는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에서 시작된다. 사건 현장은 전국에 있는 백만 개의 다른 주방과 똑같은 공간이다. 커피를 마시고, 숙제를 하고, 아침을 먹고, 뉴스를 보는 평범한 공간, 특별히 거슬리는 게 없는, 거의 밋밋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하지만 그곳에 보이는 커다란 피 웅덩이에 사지를 뻗고 엎드려 있는 건 분명 시체였다. 목과 등, 어깨에만 적어도 스무 군데의 자상이 있는 잔혹한 살인 사건이었다.

 

이 살인 사건의 중심에는 한 남자가 있다. 알록달록한 스물입곱 채의 빅토리아풍 저택이 모여 있는 마을, 멜빌 하이츠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 이 동네의 공립학교 교장 톰 피츠윌리엄이다. 그는 정부의 칭송을 받는 파견 교장이자 중년의 아버지였고, 게다가 옷도 완벽하게 입는 매력적인 외모의 남자였다. 그가 맡은 학교의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모두가 그의 눈에 띄기를 바라며, 남보다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용을 써댔고, 그건 그의 이웃에 사는 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마을 사람들은 죄다 그가 신이라도 되는 듯 생각했다. 그리고 살인 사건의 피해자는 바로 그의 아내였다. 흠 하나 없는, 나무랄 데 없이 깨끗한 명성을 가지고 있는 남자 피츠윌리엄의 아내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마음으로 이곳에 돌아온 조이는 깨달았다. 자신은 괜찮은 아파트를 구할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괜찮은 아파트 없이는 맛있는 음식을 요리할 수 없고, 유쾌한 친구들과 재미있는 독서 모임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또한 번듯한 직업을 가질 능력이 없고, 헬스클럽에 등록하거나 차를 구입할 돈도 없으며, 멋지고 유쾌하고 든든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릿속 허리케인이 서서히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소용돌이와 뒤엉킨 생각 위로 키 크고 잘생긴 톰 피츠윌리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듯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p.329

 

'엿보는 마을'이라는 제목답게,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각자 타인을 관찰한다. 질투하며 훔쳐보고, 경계하며 살펴보고, 의심스러워 지켜보고, 매혹 당해 바라보고, 이해하기 위해서 관찰한다. 그 중에 최고는 톰 피츠윌리엄의 아들 프레디로,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를 비롯해서 여섯 개 언어를 구사하는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친구도 없고,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심도 없는 소년이다. 프레디는 일 년여 전부터 '멜빌 일지'라는 걸 만들며 쌍안경으로 동네 사람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집 꼭대기 의자에 앉아 로어 멜벨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이는 대로 기록하는 것이다. 호텔의 방문객,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이웃 그리고 최근에 관심이 생긴 이 동네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재미있는 건 프레디가 지켜보는 걸 아는 동네 사람들이 많다는 것과 그들 각자도 서로가 서로를 엿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관음증의 온갖 다양한 형태가 모여 있는, 이상한 마을 풍경이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것은 무려 삼백육십 페이지가 훌쩍 넘어서는, 후반부의 상황이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두 달여 간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자신이 집단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진 사람부터 결혼한 지 몇 달 밖에 안 된 젊은 여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오십 대의 유부남에게 매혹되는 등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마을 사람들 각자의 사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 개연성 없어 보이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들이 향하는 것은 잘생기고 매력적인 한 남자였고, 오래 전 그가 자신을 쫓아다녔던 여학생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영미권 최대 독자 사이트 굿리즈에서는 별점 십만 개 이상, 아마존 별점 만 개 이상에 별점 평균 4.4/5의 진기록을 세운 작품답게 미스터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요소가 많은 작품이었다. 마성의 매력을 가진 남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누가 살인 사건의 범인인지, 서로가 서로를 엿보고 경계하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모든 의혹을 한 방에 뒤엎어버리는 반전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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