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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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는 붉은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화성은 지구보다 훨씬 작은 행성이어서 지평선도 부쩍 가까워 보였다. 외딴 행성 위에 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사이는 화성이 꽤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반지로 만들어서 손에 끼면 얼마나 예쁠까. 물론 그 반지 위의 삶은 고달팠다. 춥고 위험하고 황량하고 쓸쓸했다. 심지어 자유롭지도 않고 낭만적이지도 않았다. 화성은 아직 원시 문명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도 이사이는 그 행성을 사랑했다. 다른 많은 화성인들과 마찬가지로.                 - '위대한 밥도둑' 중에서, p.98~99


행성을 집어삼킨 커다란 모래 폭풍과 태양계 전체를 휘감는 압도적인 규모의 항성풍이 몰아치던 밤, 오벨리스크가 세워진 작은 마을에서 사람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 인구 2,400명의 화성 초기 정착 단계에서 일어난 첫 살인이었다. 피해자는 온실 책임자였고, 피의자는 광물학자였다. 화성에서는 알리바이를 꾸미거나 흉기를 은닉할 공간조차 없었으므로, 그는 범행을 부인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투명하게 모두에게 공유되었다. 온실 책임자는 언젠간 오벨리스크를 타고 지구로 돌아갈 사람이었고, 반대로 광물학자는 오래오래 화성에 남을 사람이었다. 자, 이제 그로 인한 갈등으로 벌어진 살인 사건을 해결 해야했다. 문제는 지구의 규칙이 아니라, 화성에서 살인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을 새로 개발해야 한다는 거였다. 지구에서 옮겨 온 사람들은 어떻게 '붉은 행성의 방식'을 만들어 낼까.


이사이는 어려서부터 입이 짧아 많이 먹지도 않았고,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서른 살이 되어 화성 이주자 예비 명단에 들어 화성행 우주선에 올랐을 때, 그런 성향이 아주 도움이 되었다. 화성에는 식재료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걸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음식이 아니라 식량으로 몇 년을 버텨야 한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질색을 했지만, 이사이는 어차피 음식에 대한 갈망 자체를 가져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억누를 식욕이 아예 없었다. 음식에 초연한 그 성격 덕에 1년 차에 기지 운영위원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구와 화성이 태양을 사이에 두고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무렵 어느 날, 갑자기 이사이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평생 겪어보지 못한 낯선 열망에 사로잡힌 것이다. '아, 망했다. 간장게장이 먹고 싶어.'  평생 한 번도 뭔가가 먹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게다가 지구에서도 좋아해본 적 없는 간장게장이라니. 과연 이사이는 식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화성에서 간장게장이 먹고 싶다는 열망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바로 그때 가로등이 일제히 꺼졌다. 주변 건물까지 전기가 나가지는 않아서 완전한 어둠 속에 갇히지는 않았지만, 큰 걸음으로 성큼 다가서는 우주의 공포는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디선가 우주선 문이 철컥 닫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분명 환청이었지만, 기억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환청이었다. 오래된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것처럼 손발을 버둥거리는 밤. 덜컥 무언가가 내려앉는 소리. 나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중력이 너무 무겁고 비에 갇힌 신세가 참담했다. 터무니없이 강력한 폭풍 앞에 존재는 더없이 왜소해졌다.             - '행성 탈출 속도' 중에서, p.231


현 시점에서 인류의 화성 진출에 가장 가깝게 다가서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일 것이다. 물론 지난 4월에 있었던 첫 지구 궤도 시험비행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그들의 목표는 2029년에 로켓을 통해 사람을 화성까지 운송하고, 화성을 식민지화해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6년 뒤, 정말 인류는 화성에 갈 수 있게 될까. 2015년에 개봉했던 영화 <마션>을 볼 때만 하더라도, 화성은 절대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구와 가장 유사한 태양계 내의 행성이긴 하지만, 우주 방사선과 각종 유성우·운석 충돌 등 ‘우주적’ 문제들은 차지하고 화성은 지구처럼 생명체 친화적이지 않고, 대기도 희박한데다 극저온이라 어떻게 보더라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인류가 화성에 가는 것이, 그리고 화성에서 살아가는 것이 예정된 미래처럼 느껴진다. 특히나 배명훈 작가의 신작을 읽고 나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외교학을 전공하고 SF소설을 쓰는 배명훈 작가는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화성의 행성정치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화성 이주에 관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여섯 편의 연작소설이 완성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여섯 편의 이야기들은 모두 화성 이주가 본격화된 미래를 배경으로 화성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어떤 세계가 들어설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화성이 아니라, 지구로 오가는 정기 우주선이 다니고, 거주민 정착지의 개발 제한 구역을 둘러싸고 갈등이 빚어지며, 정치를 하고, 미래 식자재 도입 계획을 세우는 등 일상의 냄새가 나는 장소로서의 화성을 만날 수 있는 정말 특별한 작품이다. '국내 최초 화성 이주 연작소설'이라는 문구처럼,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던 '화성'에서의 생활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언젠가 인류가 화성에서 살 수 있게 된다면, 그때 꼭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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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지금의 안부 - 당신의 한 주를 보듬는 친필 시화 달력
나태주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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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은 것을 예쁘게/보아주는 것이 사랑이다//좋지 않은 것을 좋게/생각해주는 것이 사랑이다//싫은 것도 잘 참아주면서/처음만 그런 것이 아니라//나중까지 아주 나중까지/그렇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 '사랑에 답함' 중에서,


한주에 시 한 편, 우리의 일상을 보듬어 주는 나태주 시인의 친필 시화집이다. 주간달력 형태로 일주일마다 넘겨서 볼 수 있는 탁상 스프링북으로 만들어 졌다. 만년형으로 날짜나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더 오래도록 활용할 수 있다. 1년 52주 동안의 장은 각각 앞면은 시인이 직접 쓰고 그린 시화 작품이, 그 뒷면에는 시인의 시화를 모티브로 한 그래픽 시화가 수록되어 있다. 연말 선물 용으로도 좋은 것이 탁상 시화집과 함께 나의 안부노트, 스티커, 시화 엽서 7종, 2024년 달력 포스터까지 패키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라는 시, '풀꽃'을 쓴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간결하고 단순한 언어와 짧은 분량으로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읽을 수 있어 시를 잘 모르더라도, 책을 잘 읽지 않더라도 쉽게 다가오는 것이 장점이다. 시인의 담백한 위로와 따뜻하고 사려 깊은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들을 곁에 두고 매순간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책상 한 켠에 달력처럼 놓아 두고 빡빡한 일상에 잠시 쉼표를 만들어 주고 싶을 때, 위로와 휴식이 필요할 때 이 예쁜 시화집을 펼쳐보자. 시인이 손수 쓰고 그렸기에 더욱 의미가 있고, 미공개 신작 시도 다수 수록되어 있어 더 특별하다.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그리고도 남는 날은/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사는 법' 중에서,


시를 읽는 다는 것은 빡빡한 일상에 쉼표를 만들어주는 주는 것과도 같다. 특히나 나태주 시인은 시를 통해서 세상 곳곳에 높여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애틋한 사랑에게 안녕을 전하고, 마음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살포시 가져와 시로 써 내려가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좋아한다면, 이번 시화집이 정말 마음에 들 것 같다. 




'쓸쓸해져서야 보이는 풍경이 있고, 버림받은 마음일 때에만 들리는 소리'가 있는 법이다. 우리는 그럴 때 평소에 안 듣던 음악을 찾아 듣고, 시를 읽고, 영화를 본다. 사는 건 매번 만만치 않은 일이고, 사랑 역시 결코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며,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해서 쉬운 일은 절대 없다. 그래서 우리에겐 시가 필요하다. 


시화집을 하나씩 넘겨 보다가 마음 가는 작품을 찾아도 좋고, 그날의 감정에 맞는 작품을 펼쳐 놓아도 좋겠다. 그러다 보면 달력이지만 넘기고 싶지 않은 날도 생길 것이다. 마음에 드는 시를 몇 주 더 보아도 좋고, 원하는 대로 시를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시화집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 곧 12월이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며 가까운 지인들에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 경우도 많을 것이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연말선물로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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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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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쿠라관의 책, 현재 23만 9,122권, 그 모든 책에 '책의 저주'가 걸려 있어. 훔치면, 미쿠라 집안사람이 아닌 자가 바깥으로 책을 한 권이라도 가지고 나가면 발동하지. 이야기를 훔친 자는 이야기의 감옥에 갇혀. 이번에 선택된 건 마술적 사실주의의 저주야. 매직 리얼리즘이라고도 불리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세계에 도둑이 갇히는 저주지."

       p.51


모두 50곳의 책에 관련된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는 요무나가마을은 책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 시작은 거대 서고 '미쿠라관'이었는데, 전국적으로 이름을 날린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인 미쿠라 가이치의 개인 서고였다가 마을의 명소가 된 곳이다. 하지만 수백권의 희귀본을 도둑맞고 나서는 결국 미쿠라관은 폐쇄되었고, 미쿠라 집안사람 외에는 누구도 들어갈 수 없게 되고 만다. 지금은 두 세대를 거쳐 가족들이 관리하는 중이다. 미쿠라 집안의 손녀이지만, 고등학생인 미후유는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날 미후유는 아픈 아버지 대신 서고에 갔다가 기묘한 메모를 발견하게 되고,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는 문구와 함께 책 속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누군가 책을 훔쳤고, 그로 인해 책에 걸려 있던 저주가 발동해 마을 전체가 이야기의 세계로 바뀌게 된 것이다. 미후유는 그 속에서 책도둑을 찾아내야 했는데, 책을 싫어하는 주인공이 다양한 책의 세계에서 펼치는 모험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하드보일드의 세계에서 총에 맞을 뻔도 하고, 달려드는 은빛 짐승에게 쫓기거나 적들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기도 하면서 책 도둑을 찾아 다니며, 책에 걸린 저주의 수수께끼에 대해 점점 다가가게 된다. 새하얀 운동화와 양말, 교복 차림의 앳된 얼굴을 하고는 기척도 없이 유령처럼 나타난 하얀 머리카락의 소녀 마시로와 함께 책의 세계에 들어간 미후유가 경험하는 세상은 현실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현실 속에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각자 다른 역할을 부여 받아 책의 세계 속에서 등장했고, 등장인물이 된 그들은 미후유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미후유는 본래는 이야기 속에 없어야 할 사람, 아직 이야기에 녹아들지 못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다소 혼란스럽긴 했지만, 미후유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책의 세계가 정한 규칙대로 분주하게 범인을 찾아 다닌다. 





집에 있어도 모르는 세계로 데려가주는 이야기. 탑에 갇힌 공주의 이야기나, 괴물이 들끓는 위험한 길을 가는 용사의 이야기, 작은 곰이 마을 사람들에게 우편물을 전달해주는 이야기, 마녀와 겨울에 지배당하는 이야기.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둔 구멍 속에서 사랑했던 이야기들이 되살아났다. 마시로와 함께 이야기 세계를 누비던 때, 미후유는 그 옛날처럼 가슴이 뛰었고, 애정이 솟아오르는 걸 느꼈다. 더 읽고 싶었다. 즐거웠다.          p.356


후카미도리 노와키의 작품은 <전쟁터의 요리사들>이라는 이야기로 처음 만났었다. 전쟁터의 조리병을 주인공으로 전쟁터라는 비일상의 공간에서 벌어지는 매우 소소한 미스터리를 그린 작품이었다. 누군가에게는 비일상인 곳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된다는 것이 아주 흥미로웠던 작품이었다. 이후 <무죄의 여름>, <신은 어디에 있는가> 등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기존 작품들에 비해 이번에 만난 <이 책을 훔치는 자는>이라는 작품은 조금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 작가가 '손이 가는 대로 자유롭고 즐겁게 쓴 작품'이라고 '쓰는 내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래도 괜찮으려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극중 미후유가 “아아! 읽지 않았으면 좋았을걸, 이래서 책은 싫다니까!”라고 말하는데, 긴 모험을 겪고 나서는 자신이 어렸을 때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어른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린 시절 그림책을 읽을 때만 해도 눈을 반짝거리며 이야기 속 세계에 푹 빠져들었지만,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학교 공부로 인해, 혹은 부모님의 학업에 대한 기대나 요구사항 때문에 책을 멀리하게 되곤 하니 말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며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잊어 버리지 않는 어른이 된다면 좋을 텐데, 싶은 마음이 새삼 들었던 것 같다. 책을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책의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 설레이는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 판타지 소설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으로 잠시나마 현실 도피의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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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일 영어 습관 - 영어가 입에 착 붙는 4단계 학습법!
최근영(에린)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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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새해가 시작될 때마다 가장 먼저 세우게 되는 계획 중 하나가 영어 공부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느 새 11월, 한 해의 끝이 성큼 다가온 시점이 되었다. 새해 초에 계획했던 대로 제대로 되었는지 돌아보면 그 중 가장 실패 확률이 높은 것 또한 영어 공부이다. 하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이 책 한 권이면 올해를 제대로 마무리하고, 다가올 2024년 새해도 가뿐하게 시작하게 될테니 말이다. 


지금부터 이 책과 함께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 1월 중순쯤 끝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올해의 마지막과 내년의 처음을 영어 공부를 하면서 보내게 되는 것이니 올해의 계획을 잘 마무리하고, 내년의 계획을 먼저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운동이든, 외국어 공부든 뭐든 매일 꾸준히 하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기 전에, 어떻게든 미루고 싶어 생각을 하기 전에, 그저 몸이 시키는 대로 하게 되는 매일의 습관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장기적으로 계획을 성공할 수 있게 되는 첫걸음이 될테니 말이다. 특히나 영어는 몇 시간씩 하다 말다 하는 것보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매일 조금씩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60일 동안 매일 영어 공부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영어가 습관이 되면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시간과 그것을 입 밖으로 뱉기까지의 시간이 점점 짧아지게 된다. 하루에 두어 시간 공부하고 며칠 또는 몇 주 공부하지 않으면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가게 되니, 조금씩 매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대부분의 영어 학습서는 분야별로 특화되어 나온다. 하지만 이 책은 문법과 말하기, 듣기, 쓰기를 동시에 학습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좋다. 1단계는 문법이다. 핵심만 간결하게 제시되어 있으며, 회화에 필요한 필수 문법 개념을 짧고 굵게 학습할 수 있다. 특히나 QR코드로 저자 무료 음성 강의가 제공되어 있는데, 강의 또한 단 몇 분짜리 아주 짧은 분량이라 집중 력있게 공부하기 딱 좋다. 2단계는 말하기인데, 단어를 먼저 익히고, 바로 문장을 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QR코드로 제공되는 원어민 MP3가 천천히, 빠르게 두 가지 버전으로 되어 있어 초보자들도 어렵지 않게 말하기 훈련을 할 수 있다. 


3단계는 듣기인데, 먼저 배운 그날의 문법과 말하기 문장을 바탕으로 다양한 에피소드의 대화를 듣고 빈칸을 채운 뒤, 우리말 대화를 보고 영어로 말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여러 상황에 따른 아주 짧은 대화문이라 외우기도 쉽고, 반복 연습해보기에도 좋다. 마지막 4단계는 쓰기로, 앞서 연습한 문장들을 직접 써보면서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고 학습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4단계를 하는데, 딱 3장 분량이다. 매일 3장씩만 공부하면 되는 거라, 누구라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받고 며칠 동안 공부를 해보니,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은 저자 직강 음성 강의였다. 시원스쿨의 에린 선생님 강의는 쉽게 설명해주어서 이해하기 좋고,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게 꼭 필요한 내용만 알려 주어 지루할 틈 없이 문법 공부를 하게 만들어 준다. 말하기와 듣기 코너의 원어민 MP3가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된 점도 마음에 들었고, 각각 네 번씩 읽는 연습을 하고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확인할 수 있는 체크박스가 있는 것도 편리했다. 여러 번 반복학습이 필요한 거라 읽을 때마다 체크를 해서 보면 한눈에 보기에도 좋고 말이다.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매일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영어가 입에 착 붙는 4단계 학습법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만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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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나를 위한 미술관 - 내 마음을 다시 피어나게 하는 그림 50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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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어 '이 사람이 중년이 되어 좀 더 성숙하고, 무사히 노년기를 맞아 좀 더 오래오래 작품활동을 했다면, 얼마나 훌륭한 걸작이 나왔을까' 하는 슬픈 상상을 하게 만드는 작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조르주 쇠라를 사랑한다. 쇠라는 일상의 아주 사소한 풍경 속에서 인간이 번쩍, 찬연하게 빛나는 한순간을 포착해낼 줄 알았다. 그림을 가지고 소설을 써볼 수 있다면 가장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을 것만 같은 그림들, 많은 사람의 천변만화한 사연들을 작은 화폭 속에 마치 '압축된 소우주'처럼 담아낼 줄 알았던 화가가 바로 조르주 쇠라였다.              p.43


정여울 작가가 '내 심장을 꿰뚫은 그림들'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으로 선택한 50편의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본격 미술 에세이집이다. 무엇보다 '오직 나만의 사적인' 미술관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미술사적인 중요도나 배경 지식이 없어도 그림 그 자체를 사랑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니 말이다. 


구스타프 클림트 〈아델 블로흐 바우어 부인의 초상〉, 조르주 쇠라 〈서커스〉, 살바도르 달리 〈창가의 소녀〉, 에드워드 호퍼 〈호텔 방〉, 빈센트 반 고흐 <죄수들의 보행>,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 피터르 얀센트 엘링가 <책 읽는 여인> 등 유명한 그림도 있고, 낯설게 느껴지는 그림들도 있었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그 모든 그림들 속에서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한 번도 웃지 않은 날에 미소를 짓게 만들어 주고, 안전한 곳에서 꿈꿀 권리를 되찾게 해주고, 처절한 외로움을 위로 받고, 세상을 바꾸는 힘을 깨닫고, 악몽 속에서도 빛을 발견하는 용기를 배운다. 클림트가 그린 아델의 초상화를 통해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그 모든 장애물에 맞서는 눈부신 자유를 느끼고, 샤갈이 아내를 향한 사랑을 담아 그린 그림을 통해 우리를 아래로 잡아끄는 마음의 중력으로부터 해방된 환희를 경험한다. 





형태의 아름다움도 중요하지만 오직 색채만이 지닌 아름다움이 있다. 클림트의 이 그림은 보라색이 과연 어디까지, 얼마만큼이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너무 미워 용서가 잘 되지 않는 날, 애써 용서를 하고 싶어도 잘 되지 않는 날, 클림트의 보랏빛 위로를 떠올려보자. 그 그림 속 소녀의 싱그러운 느낌을 떠올려보자. 금방이라도 저 카펫을 가볍게 박차고 어디론가 날아오를 것만 같은 사뿐한 느낌, 이 세상 어느 권력 다툼에도 끼어들 필요가 없는 충만한 영혼, 그 순수한 깨어남을 닮아보자. 보라색의 위로는 조화와 용서, 화해와 너그러움, 우아함과 격조에서 우러나오기에.            p.162

~163


정여울 작가는 미술관에 가기 위해 여행을 계획하고, 낯선 도시를 찾아 헤매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그림들을 발견한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전 세계 낯선 도시들의 미술관을 탐험하며, 아주 특별한 큐레이션을 만나게 된다. 내밀하고, 사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어내는 그림 컬렉션은 명화를 더 이상 어렵지 않게 느껴지게 해준다. 친근하고, 다정하게, 나랑 상관없는 먼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그리고 내 얘기처럼 느껴지게 만들어 준다. 피터르 얀센스 엘링가의 <책 읽는 여인>,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소녀>라는 작품 속 소녀와 여인은 17세기의 세상 속을 살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강력한 연대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었다.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만의 시간만 있다면, 그 어떤 스트레스와 고민과 어려움도 견뎌낼 수 있다는 마음이 이 그림들에서도 느껴졌던 것이다. 어떤 그림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위대한 예술작품은 우리 마음속에 '자기만의 독립적인 방'을 만들어 준다고, 이 책은 말한다. 나를 치유해주는 공간이 지상에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뿐 아니라 지도에도 없는 곳, 주소조차 없는 곳, 그러나 마음속에는 분명히 존재하는 곳이라는 사실은 나만 아는 내 편이 생긴 것 같아 든든하다. 내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때마다, 이 세상이 생각보다 따스하고 친절하지 않음을 깨달을 때마다, 바깥세상이 시끄럽고 충격으로 가득할 때도 '내 마음의 치유 공간'에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면 되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생각한다. 책 속에 담긴 그림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미술 작품은 카라바조의 <글을 쓰고 있는 성 제롬>이다. 해골을 앞에 두고 (그러니까 다가오는 죽음에도 불구하고) 글 쓰기와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 절박함과 간절함이 너무도 공감이 되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나만의 인생 그림'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주저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림 하나가 내 마음속에 치유 공간을 만들어 지친 어느 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세상 끝에 혼자인 것 같은 날 외롭지 않도록 도와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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