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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 - 세상의 지혜를 탐구하는 수학적 통찰 ㅣ 서가명강 시리즈 40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무엇보다 수학은 우리로 하여금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한다. 그 시선은 세상의 겉모습 너머를 살펴보는 사고의 습관이 되기도 한다. 세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질 때, 우리는 쉽게 중심을 잃고 바깥의 자극에 시선을 빼앗기기 쉽다. 하지만 수학은 다시금 우리를 내면으로 향하게 한다. 겉의 소란을 가라앉히고, 마음의 질서를 차분히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을 거치며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된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풀이를 하는 학문이 아니라는 것을. p.74~75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 마흔 번째 책이다. 역사, 철학, 과학, 의학, 예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서울대 교수진들이 ‘서가명강’이라는 이름으로 펼치는 강의를 책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시리즈이다. 이번에는 시리즈 세 번째 책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에서 수학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이야기했던 최영기 교수가 두 번째 이야기를 선보인다.
수학이라는 창으로 삶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보고, 수학적 통찰로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냐고, 실제 현실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는 학문이 아니냐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수학이 단지 숫자와 공식의 집합이 아니라, 삶을 보는 방식이자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사고의 도구이며, 깊은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삶의 무기라고 말한다. 그는 이 책에서 중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곡선인 '현수선'을 통해 삶의 균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형의 무게 중심을 통해 마음의 중심을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 오일러 공식을 통해 삶의 태도에 대해 사유한다. 분명 수학적인 개념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철학적으로 해석하게 되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워서 읽다 보면 수학적 사고에 대해서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깨닫게 된다. 흔히 '정답의 학문'으로 인식되는 수학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본질을 응시하게 하는 사고의 도구였던 것이다.

수학은 참 신기하다. 답이 정해져 있지만, 도달하는 길은 무한히 다양하다.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알게 된다.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살다 보면, 늘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묻고, 생각하고, 다시 돌아보는 그 여정 자체가 의미 있는 답이 되어준다. 혹시 지금, 삶이 복잡하고 버거운 순간이라면 이 책의 어떤 공식 하나가, 어떤 개념 하나가 당신에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게 하는 위로가 되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기억하라.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숫자가 아니라, 숫자 뒤에 있는 당신의 생각과 마음이다. p.230~231
우리는 매일매일 순간이라는 점으로 이루어진 삶의 도형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그 도형의 형태는 죽음과 함께 완성된다. 저자는 <이토록 아름다운 수학이라면>에서 수학적으로 보면 삶은 지나간 시간의 한 축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온, 그리고 지금 살아가는 삶은 시간상으로 이미 지나갔거나 막 지나가고 있다고 말이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이것들이 수학적 연구 대상으로서의 하나의 형태를 이루는 것으로 시작되었던 이야기는 로마 시대의 숫자 표기법과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을 거쳐 방정식과 함수를 지나며 수학이 결코 지루할 틈이 없는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번에 만난 <수학이 내 인생에 말을 걸었다>에서는 수학이 삶의 질문들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 답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수학은 결국 사람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수학의 여러 요소들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결국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고독하지만 완전한 존재인 소수, 무게 중심이라는 가치, 어떤 보물보다 진귀한 등식이라고 평가받는 오일러 공식에 숨겨진 비밀, 피보나치 수와 패턴을 통해 배우는 지속 가능한 삶 등 그 어떤 수학책보다도 쉽고, 그 어떤 철학책보다도 깊이가 있으며,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커다란 깨달음을 주는 책이었다. 무엇보다 수학이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수학이야말로 우리를 다시금 내면으로 향하게 해준다는 것을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텍쥐베리의 말처럼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은 종종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리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우리의 선택을 이끌고 삶의 방향을 결정지으며 존재의 의미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보이지 않는 원리와 구조를 탐구하는 언어인 '수학'이 필요한 것이다. 수학은 숫자나 기호를 넘어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의 지적 여정이기도 하니 말이다. 살면서 수학을 쉽게, 가깝게 느껴본 적이 없더라도 이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친밀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해주는 수학의 매력을 지금 바로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