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명작 『가시내』로 알게 된 작가, 마리 다리외세크의 다른 작품이 출간되었다. 꼬박 2년만인데, 2013년 「메디치 상」과 프랑스 8대 문학상 중 최고를 뽑는 「문학상의 상」을 받은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이다. 제목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물질적인 삶』에서 가져온 것이라 한다. 조지프 콘래드의 『어둠의 심연』을 영화화하려는 카메룬 남자를 사랑하는 프랑스 여자의 이야기로, 두 사람 다 배우이고 배경은 헐리우드에서 프랑스로, 콩고로 이동하는 모양이다.


Il faut beaucoup aimer les hommes. Beaucoup, beaucoup. Beaucoup les aimer pour les aimer. Sans cela ce n'est pas possible, on ne peut pas les supporter. ―Marguerite Duras, 《La Vie matérielle》(1987)

남자를 열심히 사랑해야 한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그들을 열심히 사랑해야 그들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그들을 사랑할 수가 없으니까. 그들을 참아 낼 수가 없으니까.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 9쪽

『어둠의 심연』은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무시무시한 작품으로 스크린에 옮겨진 적이 있다. 감독판으로 봤는데 나도 점점 미쳐가는 기분... 지금 막 다 읽은 『한 톨의 밀알』도 콘래드의 『서구인의 눈으로』를 상호텍스트로 활용한 작품이라 한다. 나는 해설을 읽고서야 조지프 콘래드가 폴란드 출신인 것을 알았다. 아무튼 영화를 보면서 줄곧 소스라치곤 했는데, 마틴 쉰의 젊을 적 미모가 정신을 붙들 수 있게(?) 해 주었다. 그 때 마틴 쉰과 데이빗 테넌트가 좀 닮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남자를 사랑해야 한다』의 제목 자체가 어쩐지 좀 비극을 예고하는 느낌이다. 『가시내』의 주인공의 이름도 솔랑주인데, 시간을 헤아려 보니 동일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가시내』가 70~80년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솔랑주가 10살이었으니, 2008년이면 서른 일곱 정도? 사랑에 자신을 던지기에 충분한 나이다. 『가시내』의 솔랑주는 마리 다리외세크 본인의 일부도 들어 있으니 작가의 나이를 감안해도 비슷한 연령일 듯 하다. 같은 인물이든 아니든 비슷한 시기의 프랑스에서 자란 여성일테니. 아직 작품을 읽지 않아 짐작만 해 본다.

조지 클루니, 기네스 팰트로, 앤 해서웨이... 왠지 헐리우드 밉상들을 꼽은 것 같지만 이 배우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책소개를 보니 오프라 윈프리도 나오고, 솔랑주는 장-뤽 고다르와도 작업을 한 모양이다. 『가시내』를 먼저 읽었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어떤 내용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순수하고 잔인하고 과감하고 고통스러우며 치기어린 사춘기, 자극적인 키워드로 여과없이 그려낸 아주 대단한 작품이다. 원제가 『Clèves』인데, 『가시내』의 주인공은 라 파예트의 『클레브 공작 부인La Princesse de Clèves』과 정반대의 여성이다. 두 작품 모두 좋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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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8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8 2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9 2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29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톨의 밀알》이라면 응국이가 쓴 소설을 말하는 거죠? 처음 알게 된 정보입니다. 향후 몇 년 안에 응국이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 같은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어제 에이바님이 소개한 브레히트의 시가 보이지 않군요. ^^;;

에이바 2016-10-29 20:47   좋아요 0 | URL
응구기 와 티옹오 작품 중에서도 수작이라고 해요. 읽어보니까 서양 고전같은 느낌이에요. 막상 읽어보니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되네요. 이건 그냥 제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그 글은 삭제했습니다.

2016-10-29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30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스 리틀 선샤인 - 할인행사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토니 콜레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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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카렐이 출연하기에 본 《리틀 미스 선샤인》. 올해로 개봉한지 10년이 되었다. 아마도 2006년 여름 쯤 극장가에 포스터가 걸리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소식이 없다가 입소문을 거쳐 겨울쯤 개봉했을 것이다. 제목은 캘리포니아 주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수상자를 가리킨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제목의 어순을 바꿔야 눈에 확 들어온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개봉했으며 소소한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발표된 이 블랙 코미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이를 라이벌에 빼앗기고, 커리어마저도 그에 패배하여 자살을 기도한 프랭크. 동생셰릴이 병원으로 찾아 왔다. 그녀의 집으로 와 보니 이 가족, 아주 가관이다. 프랭크와 방을 함께 쓸 조카 드웨인은 니체에 빠져있고,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날까지 묵언수행중이다. (500일이 훌쩍 넘었다.) 다른 조카, 통통한 올리브는 미인 대회에 우승하는 것이 꿈이다. 처남 리처드는 자기계발 강사로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 생각한다. 사돈 어른은 마약을 하다 양로원에서 쫓겨났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삶에 지친 이들은 눈만 마주치면 시비다.

올리브가 보결로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자살기도 때문에 프랭크를 혼자 둬선 안 되므로 가족들 모두 상태가 좋지 않은 미니버스에 오른다. 리처드는 여전히 사업에 빠져 있고 그 때문에 셰릴과 언쟁을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여자들과 많이 자라는 조언을 하고 올리브는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프랭크는 방치돼 있다. 그 와중에 미니버스가 고장 나는데 비용은 둘째치고, 대회일정 때문에 수리도 맡기지 못한다. 이제 가족들은 미니밴을 뒤에서 밀고 속력이 붙으면 차에 올라탄다.
 
리처드는 중요한 사업 계약을 맺는 것에 실패한다. 주유를 위해 들른 휴게소에서 프랭크는 전 남자친구와 맞닥뜨린다. 그는 프랭크의 라이벌이었던 교수와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모텔에서 마약 과다투여로 인해 사망한다. 장례 절차 때문에 대회에 갈 수 없자 가족들은 병원에서 시신을 탈취하다시피 한다. 차 안에서 드웨인은 자신이 색맹이라 조종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좌절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인대회는 예상 밖이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인여성처럼 옷을 입고 장기를 뽐내는 모습은 역겹기까지 하다.

‘미인대회 수상자들은 뚱뚱하지 않다’는 아빠의 말에 상처를 입었던 올리브. 저는 루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라는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말한다. 진짜 루저는 실패할까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가족들의 우려 속에 올리브는 무대에 오른다. 할아버지와 연습한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Super Freak〉에 맞춰 추는 어설픈 섹시댄스의 속성은 저속해야할 것인데, 이 엉거주춤한 공연은 오히려 어린이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계자들의 고성 속에 가족들은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고 대회에서 쫓겨난다.

루저로 여겨지던 가족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그들다운 방법으로 빅엿을 날리고 떠나는 후련함은 어쩌면 일시적일지 모른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서로를 비난하기만 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이 여행에서 그들이 낙천주의자였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어가 고장 나 차량을 뒤에서 밀다 올라타고, 클랙슨은 계속 빵빵 울리고, 에어컨도 안 되고 심지어 할아버지의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달려야 하지만!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 낙천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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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쥐 2016-10-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리틀 선샤인. 저한테는 진짜 치유되는 영화였어요. 마지막에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팔짝거리면서 뛰어 다니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가 막 느껴졌어요.ㅎㅎ

에이바 2016-10-28 10: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다시 봐도 좋더라고요. 예전에 멀뚱하게 봤던 장면들에서도 소소하게 터지고... 슈퍼프릭에 맞춰 춤추는게 진짜 통쾌하죠 ㅋㅋ

오늘도 맑음 2016-10-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에이바 2016-10-28 10:38   좋아요 0 | URL
정말 따뜻하고 좋은 영화예요. ㅎㅎ

다락방 2016-10-2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개봉당시 극장에서 되게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어요. 그러고보니 이 영화속에 등장했던 꼬마가 이제 제법 자랐겠네요. 찾아봐야겠어요.

에이바 2016-10-28 10:40   좋아요 0 | URL
다른 영화에서 종종 보곤 했는데 최근엔 잘 모르겠어요. 마이 시스터즈 키퍼던가 그때만 해도 아직 앳된 모습이 있었는데요. ㅎㅎ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 해
윌리 오스발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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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어떻게 말할까』는 ‘자유죽음’을 선택한 아버지와 함께 한 아들의 기록이다.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쓰인 글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자유죽음’의 정의를 짚고 넘어갈까 한다.

안락사는 고통 없는 안락한 죽음을 추구하고,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을 통한 적극적 안락사와 치료 중단과 같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또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를 포함하며, 자유죽음과 DNR도 여기에 속한다. 자유죽음(Freitod)은 온전한 정신으로 적절할 때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자유의지의 온전한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자살은 자유죽음에 비해 충동적이며 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소극적 측면을 띠고 있으므로 이와 구별된다. DNR은 사전의사표시제도로, 심폐소생술 거부를 뜻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은 존엄사에 해당하는 자유죽음이다.

존엄사는 인간에게 살 권리뿐 아니라 죽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죽을 권리는 기본권으로서 죽음에도 전적인 자유의지를 발현하여 인간의 존엄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생애가 제한된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정서적·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존엄사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생명 경시를 내세운다. 인간 생명을 끊는 것은 그 생명의 주체라 할지라도 인간 존엄성에 위배되는 행위, 즉 살인과 같다. 또한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등 범죄에 오용,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의사의 오진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의 아버지는 호스피스(완화치료)와 자유죽음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반부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감정의 골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작가는 준비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여기에 형제의 상황,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기질과 모습에 대한 반항심도 보인다. 아버지 행동의 당위에 대해 수긍하지는 못해도 복종하는 모습이 보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결정에 상처를 받는다. 어쩌면 아버지와 보낸 1년은 강제적인 화해였다. 죽음의 시기를 정해두고 삶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남겨지는 사람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결국 아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자유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똑같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 동시에 특권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고통 속에서 죽음에 가까워진다. 반면 부자(작가의 아버지는 성공한 기업인)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한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끊는가하면 존엄성을 지키지 못해 생명을 끊기도 하니…. 2018년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과 관련하여 우리에게도 존엄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요구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이 어쩌면 논의가 아니라,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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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자유죽음과 심폐소생술 거부가 포함되는 자유죽음 그리고 자살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다양하네요.
장기간 의식이 없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의 산소마스크를 제거를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개념일까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니, 말씀하신 내용들과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이바 2016-10-26 21: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말씀하신 사례는 소극적 안락사이자 존엄사로 분류할 수 있는데... 본인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경우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와 법적 문제가 같이 대두되더라고요. 예전 김할머니 사건 같이요.

cyrus 2016-10-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페미니즘이 많이 거론돼서 덜 알려졌서 그렇지 `죽음`을 주제로 한 책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에이바 2016-10-26 21:2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2014년에 번역됐는데 스위스는 이미 앞서갔죠... 스위스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들이 많다나봐요.

2016-10-2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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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많이 멕여야 돼….”

『고령화 가족』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소설에서 나오는 얘기는 아니고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대사인데 정확한 워딩은 아니다. 북한군이었나, 누가 동막골의 평화로움에 대한 비결을 물었더니 촌장님이 하신 말씀. 자고로 등 따시고 배 부르면 불만도 사그러드는 법이라 했다. 요순시대에는 백성들이 왕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하지 않는가. 동막골도 그러하였다. 그러면 이 대사가 『고령화 가족』 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천명관의 소설은 세 작품을 읽었다. 『고령화 가족』, 『고래』 그리고 『나의 삼촌 브루스 리』이다. 단편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예전에 펼친 기억은 있지만 제대로 읽지 않아 내용은 잘 모른다. 고작 세 편을 읽었지만 공통점을 꼽아 보자면 포토제닉한 장면 구성과 달변적 서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것이 등장한다. 『고래』는 영화에 대한 순정을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내어 구비문학처럼 느껴지는 경지에 오른 미증유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나의 삼촌 브루스 리』는 이소룡 키드, 잊혀진 작품과 배우들에 대한 회고로 느껴진다. 그리고 『고령화 가족』에는 충무로의 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마흔 여덟. 명작일 수 있었을 영화의 실패로 아내도 친구도 사업도 잃은, 술로 날을 지새는 오인모. 그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엄마네 집으로 들어간다. 낡은 연립주택에 와 보니 구성원들이 가관이다. 전과 5범의 오한모, 두 번의 이혼 경력에 화류계에 종사하는 오미연과 그녀의 딸 비행청소년 민경. 그리고 칠순에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는 엄마. 먹물 꽤나 먹은 오인모는 투덜거리지만 금세 이 분위기에 적응한다. 어차피 콩가루였던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각자 저 잘난 맛에 살던 인간들인데 서로 정이라도 있으랴. 남보다 못하던 관계가 피가 엉겨 붙듯 조금씩 끈끈해지는 것이 『고령화 가족』의 주된 이야기이다.

그래서 뭘 많이 멕이냐면, 고기를 멕인다. 조카와 피자 가지고 내 것이니 네 것이니 난리를 치고, 눈을 세모꼴로 뜨던 중년의 자식들은 삼겹살 굽는 냄새에 한 자리에 모인다. 젓가락을 다퉈가며 먹어대는 한심한 인생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은 그저 자애롭다. 자식들을 거둬 먹이는 엄마는 활기를 되찾고 자식들의 피부에는 기름이 돈다. 그렇게 잘 먹으니 마음도 너그러워지는지, 날 선 말투들은 둥글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들이 단번에 사그러들진 않지만 어떤 계기가 된 것만은 확실하다. 저 밖에 모르던 인물들이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소설은 아니다. 작가 특유의 마초적인 문장들은 예나 지금이나 적응이 안 되고 책을 덮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서 놓지 못할만큼 재미있다. 대중적 인기를 겨냥해 쓴 것인지, 다른 작품에 비해서도 뻔한 줄거리인데도 말이다. 얼마 전, 천명관의 새 소설이 나왔는데 제목부터가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끌리지는 않지만 이 작품 또한 흡입력있게 풀어냈으리라 짐작한다. 아마 읽을 일이 없겠지 싶다가도 작정하고 썼나 보다, 궁금해지는 것을 보면 천명관이라는 소설가의 독특한 매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무튼 뭘 많이 멕여야 불만이 없다. 그렇다고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어기란 소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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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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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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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5 23: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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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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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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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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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0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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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6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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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구입하고 받은 책들을 쌓아 보았다…. 지난 페이퍼에서 언급했던 폴란드 문학 읽기와 프랑스 문학 읽기에 속하는 책들이 다수이다. 폴란드 읽기로는 『인형』, 『브루노 슐츠 작품집』과 러시아 문학도 끼워 보았다. 『전쟁과 평화 1』과 『숄로호프 단편선』이다. 『전쟁과 평화 1』은 앞부분만 조금 펼쳐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 BBC 드라마를 괜히 보았나 하는 생각도 좀 들긴 했는데,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만 머릿속 인물들이 배우들의 얼굴로 바뀌기 때문이었다. 아주 꼼꼼하게 작업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분기 당 한 권이 나온다 해도 그저 행복…, 빨리 읽고 싶다! 『숄로호프 단편선』은 『소네치카』를 읽다가 구입하게 되었다. 『인형』은 아직 하권을 다 읽지 않아서 리뷰를 못 쓰고 있다. (과연?) 꼭 리뷰를 써야하는 건 아닌데 나중에 기억을 되짚을 때도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에…. 『페르디두르케』보다는 『브루노 슐츠 작품집』 읽기가 더 편할 것 같아서 이 책을 먼저 구입했다. 


프랑스 문학으로는 얼마 전, ㄷ님의 페이퍼를 보고서 다시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은 『제르미날 1』을 구입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박명숙 님의 번역이라서 더 좋다. 아마도 에밀 졸라를 다시 읽고 리뷰를 쓰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로브그리예의 『질투』, 사실 브르통의 『나자』를 먼저 읽을까 했는데 그래도 이 책이 술술 넘어갈 것 같았다. 『나자』는 『닥터 글라스』를 읽으면서도 생각이 나곤 했다. 그리고 페렉의 『사물들』. 짧고 재밌으니까 한 번 더 읽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실비 제르맹의 『분노의 날들』! 아주 매력적이다. 『한 톨의 밀알』은 응구기 와 티옹오의 작품인데, 반 정도 읽었다. 응구기의 작품은 케냐 독립 전후로 나뉜다고 한다. 이는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고전소설적인 풍모가 흐른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책소개를 읽어보니 평소 하던 생각과 비슷해서 구입했다. 아마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체사레 파베세 책은 왜 끼었지? 기억이 안 난다.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은 ㄷ님께서 보내주셨다. ㄷ님이 특히 좋아하신다는 「지옥-천국」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라히리는 『저지대』 출간 광고에서 처음 보았다. 그 때는 서재 활동을 하기 전이었고 그냥 그렇게 기억 속에 흘려 버렸다. 다시 작가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의 리뷰들을 보고서였다. 이탈리아어 공부를 하면서 이탈리아어로 썼다고 했던가. 아 너무 멋있고 또 부러웠다. 아무튼 「지옥-천국」의 제목이 낯설지 않았는데 ㄷ님이 여러 번 페이퍼에서 언급하셨다고 했다. 어쩐지 익숙했어! 나도 줌파 라히리를 아주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ㄷ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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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6-10-24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르미날!!!!!!

다락방 2016-10-24 11:32   좋아요 0 | URL
바로 여기에! 제르미날을 같이 읽자고 하신 ㅇ 님과 제르미날을 강추하신 ㅇ 님이 함께 계시는군요. 후훗.

에이바 2016-10-24 11:36   좋아요 0 | URL
에밀 졸라로 대동단결 해요!! >_<

2016-10-24 1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4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6-10-24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이 응구기 와 티옹오 꺼군요
한 사람 이름 맞죠? ㅎ

에이바 2016-10-24 16:04   좋아요 1 | URL
네 영국식으로 제임스 응구기였는데 부족어로 이름을 바꿨대요. ㅎㅎ

북프리쿠키 2016-10-24 17:07   좋아요 0 | URL
아 부족어구나~
이분꺼 읽어보고 싶네요ㅎㅎ

에이바님 읽으신 책중에
제가 읽은 책이 0권이네요ㅎㅎ

에이바 2016-10-24 19:39   좋아요 1 | URL
모두 읽지는 않았어요. 「한 톨의 밀알」 반 정도 읽었는데 꽤 좋아요. 이 작품이랑 후기 작품 「피의 꽃잎들」 읽으려 합니다.

서니데이 2016-10-24 16: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소개해주신 인형이 책 중에서도 두꺼워서 잘 보여요. 에이바님 10월에도 부지런히 읽으셨네요.
즐거운 오후 보내세요.^^

에이바 2016-10-24 19:40   좋아요 1 | URL
볼레스와프 책 재밌어요. 안 읽은 책들도 연말까지 다 보고싶어요.ㅎㅎ

CREBBP 2016-10-24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거 한 권 있어서 막 자랑스러워요 (제르미날) ㅋㅋㅋ 그저 좋은 사람 저도 있는데 읽어야겠단 생각. 인형은 너무 두꺼워서 아무래도 이번달에 못읽겠구나 ㅋ.

에이바 2016-10-24 19:41   좋아요 0 | URL
「인형」 틈틈이 보면 4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진짜 재밌는데 하권 읽다가 딴 책들을 펼쳐서 나머지는 다음 달로 넘겨야 할 듯 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