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리틀 선샤인 - 할인행사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토니 콜레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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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카렐이 출연하기에 본 《리틀 미스 선샤인》. 올해로 개봉한지 10년이 되었다. 아마도 2006년 여름 쯤 극장가에 포스터가 걸리기 시작했는데, 우리나라에는 소식이 없다가 입소문을 거쳐 겨울쯤 개봉했을 것이다. 제목은 캘리포니아 주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 수상자를 가리킨다. 이해할 순 없지만 제목의 어순을 바꿔야 눈에 확 들어온다며 우리나라에서는 ‘미스 리틀 선샤인’으로 개봉했으며 소소한 인기를 누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발표된 이 블랙 코미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이를 라이벌에 빼앗기고, 커리어마저도 그에 패배하여 자살을 기도한 프랭크. 동생셰릴이 병원으로 찾아 왔다. 그녀의 집으로 와 보니 이 가족, 아주 가관이다. 프랭크와 방을 함께 쓸 조카 드웨인은 니체에 빠져있고,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날까지 묵언수행중이다. (500일이 훌쩍 넘었다.) 다른 조카, 통통한 올리브는 미인 대회에 우승하는 것이 꿈이다. 처남 리처드는 자기계발 강사로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 생각한다. 사돈 어른은 마약을 하다 양로원에서 쫓겨났다.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삶에 지친 이들은 눈만 마주치면 시비다.

올리브가 보결로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연락을 받는다. 자살기도 때문에 프랭크를 혼자 둬선 안 되므로 가족들 모두 상태가 좋지 않은 미니버스에 오른다. 리처드는 여전히 사업에 빠져 있고 그 때문에 셰릴과 언쟁을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여자들과 많이 자라는 조언을 하고 올리브는 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프랭크는 방치돼 있다. 그 와중에 미니버스가 고장 나는데 비용은 둘째치고, 대회일정 때문에 수리도 맡기지 못한다. 이제 가족들은 미니밴을 뒤에서 밀고 속력이 붙으면 차에 올라탄다.
 
리처드는 중요한 사업 계약을 맺는 것에 실패한다. 주유를 위해 들른 휴게소에서 프랭크는 전 남자친구와 맞닥뜨린다. 그는 프랭크의 라이벌이었던 교수와 희희낙락하는 모습이다. 할아버지는 모텔에서 마약 과다투여로 인해 사망한다. 장례 절차 때문에 대회에 갈 수 없자 가족들은 병원에서 시신을 탈취하다시피 한다. 차 안에서 드웨인은 자신이 색맹이라 조종사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좌절한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미인대회는 예상 밖이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성인여성처럼 옷을 입고 장기를 뽐내는 모습은 역겹기까지 하다.

‘미인대회 수상자들은 뚱뚱하지 않다’는 아빠의 말에 상처를 입었던 올리브. 저는 루저가 되고 싶지 않아요, 라는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말한다. 진짜 루저는 실패할까봐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가족들의 우려 속에 올리브는 무대에 오른다. 할아버지와 연습한 공연을 하기 위해서다. 〈Super Freak〉에 맞춰 추는 어설픈 섹시댄스의 속성은 저속해야할 것인데, 이 엉거주춤한 공연은 오히려 어린이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를 조롱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계자들의 고성 속에 가족들은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고 대회에서 쫓겨난다.

루저로 여겨지던 가족들이 자신을 거부하는 이들에게 그들다운 방법으로 빅엿을 날리고 떠나는 후련함은 어쩌면 일시적일지 모른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서로를 비난하기만 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이 여행에서 그들이 낙천주의자였음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기어가 고장 나 차량을 뒤에서 밀다 올라타고, 클랙슨은 계속 빵빵 울리고, 에어컨도 안 되고 심지어 할아버지의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달려야 하지만! 이 암울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캐릭터들의 사랑스러움. 낙천주의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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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쥐의 독서일기 2016-10-27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리틀 선샤인. 저한테는 진짜 치유되는 영화였어요. 마지막에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팔짝거리면서 뛰어 다니는 장면에서 카타르시스가 막 느껴졌어요.ㅎㅎ

에이바 2016-10-28 10:37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다시 봐도 좋더라고요. 예전에 멀뚱하게 봤던 장면들에서도 소소하게 터지고... 슈퍼프릭에 맞춰 춤추는게 진짜 통쾌하죠 ㅋㅋ

오늘도 맑음 2016-10-2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에이바 2016-10-28 10:38   좋아요 0 | URL
정말 따뜻하고 좋은 영화예요. ㅎㅎ

다락방 2016-10-27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저도 개봉당시 극장에서 되게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어요. 그러고보니 이 영화속에 등장했던 꼬마가 이제 제법 자랐겠네요. 찾아봐야겠어요.

에이바 2016-10-28 10:40   좋아요 0 | URL
다른 영화에서 종종 보곤 했는데 최근엔 잘 모르겠어요. 마이 시스터즈 키퍼던가 그때만 해도 아직 앳된 모습이 있었는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