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한 해
윌리 오스발트 지음, 김희상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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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어떻게 말할까』는 ‘자유죽음’을 선택한 아버지와 함께 한 아들의 기록이다.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쓰인 글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겪은 경험들이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자유죽음’의 정의를 짚고 넘어갈까 한다.

안락사는 고통 없는 안락한 죽음을 추구하고, 존엄사는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죽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안락사는 약물 투입 등을 통한 적극적 안락사와 치료 중단과 같은 소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또 존엄사는 소극적 안락사를 포함하며, 자유죽음과 DNR도 여기에 속한다. 자유죽음(Freitod)은 온전한 정신으로 적절할 때 스스로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자유의지의 온전한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자살은 자유죽음에 비해 충동적이며 세상을 감당할 수 없다는 소극적 측면을 띠고 있으므로 이와 구별된다. DNR은 사전의사표시제도로, 심폐소생술 거부를 뜻한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은 존엄사에 해당하는 자유죽음이다.

존엄사는 인간에게 살 권리뿐 아니라 죽을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죽을 권리는 기본권으로서 죽음에도 전적인 자유의지를 발현하여 인간의 존엄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한 생애가 제한된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정서적·경제적 부담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존엄사에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생명 경시를 내세운다. 인간 생명을 끊는 것은 그 생명의 주체라 할지라도 인간 존엄성에 위배되는 행위, 즉 살인과 같다. 또한 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등 범죄에 오용,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의사의 오진도 무시할 수 없다.

작가의 아버지는 호스피스(완화치료)와 자유죽음을 동시에 추구한다. 전반부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감정의 골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작가는 준비하지 못한 채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였기 때문에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여기에 형제의 상황,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기질과 모습에 대한 반항심도 보인다. 아버지 행동의 당위에 대해 수긍하지는 못해도 복종하는 모습이 보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결정에 상처를 받는다. 어쩌면 아버지와 보낸 1년은 강제적인 화해였다. 죽음의 시기를 정해두고 삶을 정리하는 입장에서, 남겨지는 사람은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결국 아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것이다.

자유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똑같다 할지라도 그 과정이 사뭇 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언제, 어떻게 죽을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인 동시에 특권이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이들은 고통 속에서 죽음에 가까워진다. 반면 부자(작가의 아버지는 성공한 기업인)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며 존엄한 죽음을 맞이한다.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생명을 끊는가하면 존엄성을 지키지 못해 생명을 끊기도 하니…. 2018년부터 시행되는 ‘웰다잉법’과 관련하여 우리에게도 존엄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요구된다. 우리에게 남은 것이 어쩌면 논의가 아니라, 선택일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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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6-10-2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 자유죽음과 심폐소생술 거부가 포함되는 자유죽음 그리고 자살
죽음을 선택하는 것에 대한 개념이 다양하네요.
장기간 의식이 없는 환자의 가족이 환자의 산소마스크를 제거를 선택하는 것은 또 다른 개념일까요?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니, 말씀하신 내용들과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이바 2016-10-26 21:26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감은빛님. 말씀하신 사례는 소극적 안락사이자 존엄사로 분류할 수 있는데... 본인의 의지가 반영되지 않은 경우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와 법적 문제가 같이 대두되더라고요. 예전 김할머니 사건 같이요.

cyrus 2016-10-26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페미니즘이 많이 거론돼서 덜 알려졌서 그렇지 `죽음`을 주제로 한 책도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에이바 2016-10-26 21:28   좋아요 0 | URL
이 책은 2014년에 번역됐는데 스위스는 이미 앞서갔죠... 스위스에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이들이 많다나봐요.

2016-10-26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6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