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 어느 날 아침 스탈린이 잠자리에서 일어나요. 날씨가 아주 좋아요. 스탈린이 태양을 보며 말하죠. 태양아,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똑똑하고 가장 힘센 사람이 누군지 말해주겠니? 태양은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스탈린, 우주의 빛이여! 한낮에 스탈린이 다시 물어요. 태양아, 모든 시대를 통틀어서 가장 영민하고 가장 천재적이고 가장 탁월한 인물이 누구지? 태양의 대답은 단호하죠. 그건 바로 당신입니다. 오, 위대한 스탈린이여. 저녁식사를 앞두고 스탈린은 그 즐거움을 억누를 수 없어서 태양에게 또다시 묻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공산주의자가 누구지? 그러자 태양이 대답합니다. 스탈린, 당신은 한낱 병자요. 사이코패스에다 난폭한 미치광이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꼴도 보기 싫소. 이제 나는 서방으로 넘어가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5쪽

 

공산주의 유머는 대체로 체제에 대한 풍자이지만, 체제 하에 살아가던 모든 이들에 대한 조롱이기도 하다. 사지를 건너온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이야기 할 때면 손으로 입을 가리는 사람들. 이들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곳에서 왔다. 낙천주의는 가혹한 현실을 견뎌내는 생존 비법이자 삶의 철학이기도 한 것이다. 이 낙천주의자들은 파리 14구에 위치한 비스트로 발토의 뒷켠에 자리한 체스 클럽에서 만날 수 있다. 12살이었던 미셸은 체스 클럽을 드나들며 16살이 되었다. 대입시험을 치르기 전까지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곳 회원들과 우정을 나눈다.

 

형 프랑크는 도주자가 되었고, 피에르는 전사, 세실은 잠적한 상황에서- 미셸은 사샤의 존재를 알아차린다. 체스 클럽의 귀신과도 같은 존재. 말없이 왔다가 가곤 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 세실의 부재를 슬퍼하며 찾은 메디시스 샘에서, 미셸은 사샤에게 인사한다. 그리고 우연히 사샤가 사진관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되고, 사진과 연애 등의 조언을 얻으면서 두 사람은 순식간에 가까운 친구가 된다. 그러나 체스 클럽에서 만큼은, 그의 조언대로 사샤를 모른 척 한다. 미셸은 사샤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 사샤라는 인물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출신지가 느껴지지 않는 유창한 프랑스어를 하는데 보주 지방 사투리도 할 줄 안단다. 사진에 대해서는 모르는게 없고, 아름다운 시도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낸다. 연애에도 달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프랑스에 정착할 수 있었을 그는 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뜨내기처럼 살고 있는 걸까?

 

 

▶ 배신자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배신자〉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폴은 출신 계급을, 프랑크는 가족과 여자친구를, 소설의 화자 미셸 또한 친구, 세실을 배신한다.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망명자들도 모두 누군가를 배신한 사람들이다. 어떤 이는 가족을, 어떤 이는 친구를 그리고 어떤 이는 품었던 이상과 조국을 배신했다. 그러나 마땅한 이유가 존재한다. 망명자들의 배신은 역사의 시류에 휘말린, '살아남기 위한' 배신이었다.

 

클럽의 창시자, 이고르는 회원들을 두 부류로 나눈다. 떠나온 세계와 완전히 인연을 끊은 사람들아직 미련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다. 전자는 사회주의와 절연했고, 후자는 사회주의를 여전히 믿으며 시스템을 탓하는 사람들이다. 두 세력의 차이가 잘 드러난 대목은 바로 가가린의 우주 비행이 성공한 날이었다.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들을 천대하고 죽였을지도 모를 나라의 진보와 승리에 환호"하는 이들과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이들 간에는 한바탕 말다툼이 벌어진다. 그러나 말다툼이 끝나면 마음에 앙금을 남기지 않고 함께 어울린다. 이곳에서 그들은 누구나 무국적자이며 역경에 빠져있다는 점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망명자들 중에서도 특히 비중 있게 다뤄지는 인물은 이고르와 레오니트, 티보르와 임레다.

 

이고르 마르키시는 유대계 러시아인으로 직업은 의사였다. 미셸은 이고르가 서방으로 오게 된 이유를 알고 싶어하지만 이고르는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말을 아낀다. 파리에서 환자 운반원으로 일하던 이고르는 의식이 없던 남자를 살리게 된다. 그의 이름은 베르네르. 전쟁 중에 프랑스 레지스탕스로, 반나치 투쟁을 전개했던 독일인이었고 영사 기사로 일하고 있었다. 절친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베르네르를 기억하는 비스트로 발토에서 체스 클럽을 만든다. 이고르는 체스 클럽 회원들이 파리에 정착하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거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으며 실질적인 리더이다. 그는 떠나온 세계에 남겨둔 아내와 아이들을 그리워한다.

 

벌라주 티보르펄루디 임레는 배우와 그 매니저로,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두 남자는 1956년 헝가리에서 일어난 공산당 혁명이 진압되자, 오스트리아로 도망쳤다가 파리로 온다. 티보르가 칸에서 환대를 받으리란 생각에서였는데, 그를 알아본 베르네르를 통해 체스 클럽을 알게 된다. 임레는 티보르를 먹여 살리기 위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티보르의 헝가리 억양이 섞인 프랑스어는 배역을 구하는데 큰 장애물이었다. 1962년 가을쯤, 실종되었던 티보르는 조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국민 배우로서의 명성을 되찾고 선전배우로서 활약한다. 남겨진 임레는 많이 외로워하고, 클럽 회원들은 내심 고국으로 돌아간 티보르를 부러워한다.

 

레오니트 크리보셰인은 소련의 전쟁영웅으로 전투기 조종사였다. 또한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이기도 했다. 그가 망명을 한 것은 목숨을 위협받아서도, 이상 실현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사랑 때문이었다. 불시착한 파리에서 만난 에어프랑스 직원, 밀렌과 불같은 사랑에 빠진 레오니트는 조국의 모든 것(아내까지도)을 남겨두고 서방으로 넘어간다. 워낙 거물이었기 때문에 스파이로 우려되었고, 소련의 눈치를 보던 민간 항공사들은 그를 채용하기를 거부한다. 레오니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게 되고 결국 밀렌과 결별한다. 오직 '사랑' 때문에 조국을 등진 레오니트는 여전히 공산주의자이며, 이는 체스 클럽의 회원들과도 구별되는 점이다. 그는 체스 클럽에서 술이 가장 세고, 체스도 가장 잘 한다. 

 

그리고 체스 클럽의 망명자들이 모두 싫어하는 사람,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바로 사샤다. 그를 배척하는 선봉에는 체스 클럽의 알파 메일인 이고르와 레오니트가 있다. 

 

사샤의 성은 마르키시, 그는 바로 이고르의 친동생이었다! 사샤 마르키시는 내무부의 가장 인기있는 부서인 제2국 선전부 소속이었다. 그의 전공은 포토몽타주, "인민의 적들을 그들이 나타나 있는 모든 사진들에서 지우는" 작업이다. 요즘으로 치면 아주 정교한 수제 포토샵이라고 할까?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없애는 일은 진정한 승리인 것이다. 1952년, 당에 충성하는 사샤와 당에 불만을 가진 이고르의 관계는 이미 좋지 않다. 하지만 사샤는 이고르에게 익명으로 그가 위험함을 알려, 형을 빼낸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사샤 역시 레닌그라드를 떠난다. 사샤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음을 알지 못하는 이고르는 동생을 죽일듯이 미워한다. 그렇다면 레오니트는 왜 사샤를 미워할까? 군인이었던 레오니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 그중에서도 특히 황금별 훈장과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 두 가지이다. 사샤는 떠나기 직전 아에로플로트 체스 챔피언의 얼굴을 지워야했는데, 기념이자 조롱의 의미로 자신의 사진을 넣었다. 문제는 이 사진이 아에로플로트 홍보물에 실렸고, 레오니트가 봤던 것. 그는 사샤를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클럽 회원들 또한 사샤가 어떤 일을 했는지 알기 때문에,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파벨의 말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사샤는 십이 년 동안, 이고르의 용서를 바라며 그의 곁을 맴돌았다. 그의 목숨을 살려줘서가 아니라, 그의 동생으로서 용서받고 싶었다. 그러나 사샤가 조국에 충성하기 위해 했던 일들은, 인민에 대한 배신이었고 범죄였다. 이고르는 마르퀴조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발토에 들린 사샤를 발견하고 심하게 구타한다. 지병을 앓고 있던 사샤는 회복하지 못할 것을 알고, 곧 사라질 체스 클럽의 닫힌 문 안에서 목을 맨다.

 

 

▶ 사샤: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 구원과 기억

 

삶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기 때문일까. 사샤는 미셸에게 내내 경어를 쓰다가, 그에게 남긴 편지에서야 편한 말투를 쓴다. (프랑스어에서는 관계의 멀고 가까움에 따라 경어와 평어를 사용한다.)

 

오랜 세월, 당과 조국의 충실한 일꾼이었던 사샤마저 단번에 내칠만큼 그들의 조국은 모든 것을 의심했다. 그것을 잘 아는 사샤는 자신이 언젠가는 곤경에 빠지리라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둔다. 외부의 전쟁과 내부의 전쟁에 압도된 채, "누군가의 삶을 지우는 작업"을 계속하던 사샤는 어느 날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한 시인을 두고 우리는 무엇을 비난할 수 있을까? 시인이 어떤 점에서 우리에게 해가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그의 시들을 파괴했을까? 이제는 남은 것이 없지만 그의 시들은 훌륭하지 않았는가? 화가와 시인이 없다면 우리 세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3~464쪽

 

시인들이 당국에 반발했던가? 아니다. 그들은 당국의 기준에 맞지 않아 총살당했다. 사샤는 어떻게 저항해야할 지 고민한다. 어떤 방법으로, 당국의 눈길을 피하여 그들이 존재했다는 증거를 "보존"할 수 있을까.

 

사샤가 증언하는- 시들을 태워버리는 불길은 《화씨 451》의 불을 연상시킨다. 《화씨 451》의 주인공 가이 몬태그가 만난 현자들의 조언처럼, 사샤는 시들을 외워버린다. 머릿속에 든 것은 누구도 찾아낼 수 없다. 볼 수 없으니 존재하는지 알 수 없고 의심할 수도 없다. 그렇게 사샤의 머릿속에 보존된 아름다운 시들은 미셸에게, 카미유에게로 흘러간다. 사라진 시인의 아내들이 시를 외워 남편의 작품을 살려낸 것처럼,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이야말로 사라진 진실과 아름다움을 살려낼 '희망'이 되는 것이다.

 

사샤는 시를 적어놓은 수첩들, 자신이 지운 사진들의 목록과 관련사진들을 남긴다. 사샤는 미셸을 믿고 '선택'한다. 그의 보물은 여섯 번이나 도둑이 든 작은 방이 아닌, 미셸에게만 알려준 비밀 장소에 숨겨져 있다. 이것들이 보물인 이유는, 알면서도 (집단적으로) 침묵했던 죄에 대한 증언이기 때문이다. 이는 '살아남는다'는 신념 하에 저질렀던 배신 그리고 타인의 삶을 지우고 날조했던 잘못들을 증언하는 속죄이며,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을 위한 변호이기도 하다.

 

“내가 너를 선택한 것은 네가 새로운 세대의 일원이기 때문이야. 너희 세대는 우리가 겪은 끔찍한 일들을 경험하지 않았어. 우리는 끔찍한 일들을 피할 줄 몰랐고, 그것들을 겪으며 죄를 지었어.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 죄에 대한 용서를 바랄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너는 달라. 망각에서 구원될 가치가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너는 알아낼 거야. 아름다운 것은 기억밖에 없어. 나머지는 먼지고 바람이야.”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465쪽

 

 

▶ 프랑크와 피에르의 참전

 

주인공인 사샤 이야기를 먼저 하기 위해 프랑크의 이야기를 뒤로 뺐지만, 2권은 알제리에서 탈영한 프랑크 소식으로 시작한다.

 

미셸의 형 프랑크는 공산당원이다. 1959년 겨울, 예비역 장교 훈련을 다녀온 이후로 미셸은 형을 자주 볼 수 없다고 말하는데, 아마 당을 위한 일에 전념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새 가게 개업식을 앞두고 엘렌과 큰 말다툼을 하는 프랑크의 "당에서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말은 엘렌에 대한 프랑크의 도전이기도 하다. 부르주아이자 우파인 들로네 집안의 과거사를 비난하며, 엘렌의 권력에 저항하는 프랑크. 그렇게 집을 나온 그가, 병(兵)으로 자원입대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사르트르가 주장하고 발전시킨, 프랑스의 지성인에게 요구되던 "앙가주망Engagement" 때문이 아닐까 한다.

 

"... 착취자들과 지배를 당하는 사람들 사이의 도랑은 절대로 메울 수 없을 거야.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런 거지. 우리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세상을 이대로 놔두면 지상엔 평화가 없을 것이고, 해결도 전진도 대화도 사회적 진보도 없을 거야. 행동할 때가 되었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81쪽

"우리가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파시스트들이 날뛸 거야. 어쩌면 너무 늦었는지도 몰라. 그래도 해봐야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229쪽

 

입대를 결심하고 미셸과 나눈 이야기를 보면, 프랑크는 징집 연기를 취소시키고 병(兵)으로라도 알제리에 가, FLN(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화력에 보탬이 되려고 했거나 아니면 그가 바라던 '혁명'을 일으키려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여러 계절이 지나가고, 혁명을 위해 떠난 프랑크는 학살을 자행하는 상관을 죽이면서 도망자 신세가 된다. 돌아온 프랑크의 발언 중 '테러'같은 이야기를 볼 때는, 그도 어느 정도 심경의 변화를 겪은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장미셸 게나시아는 프랑크의 증언을 통해 알제리 전쟁에서의 학살을 고발한다. 

 

프랑크의 친구인 피에르는 입영 연기가 불가하여 입대한다. 그리고 "파리와 알제리의 현실은 다르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는다. 파리의 고급 아파트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실제로 겪고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노출된 것은 불과 몇 달, 피에르는 생쥐스트주의에 더 매달려, 엘리트주의로 시작한 혁명을 완성시키기 위한 최선이 독재(스탈린주의)라는 결과에 이른다. 벽에 부딪친 그는, 장교(엘리트)로서 부대원들에게 그의 이론을 시험하려 한다. 결과는 실패였다. 프롤레타리아 출신의 사병들은 정치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로지 〈소비〉에 관심을 표한다. 따라서 〈인민은 혁명을 원한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피에르는 그의 이론을 폐기한다.

 

 

▶ 두번의 장례식: 끝과 시작 

 

소설의 처음은 1980년 4월에 치러진 사르트르의 장례식, 소설의 마지막은 1964년 7월에 치러진 사샤의 장례식이다. 사샤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비가 퍼붓고 천둥소리가 들린다. 클럽의 모든 회원들과 사샤를 알던 사람들이 참석한다. 조촐한 장례식이다. 사샤를 냉대했던 클럽의 회원들은 "카디시(기도문)" 낭송을 통해 용서를 표현한다. 미셸은 사샤의 유품을 이고르에게 건넨다.

 

15년 뒤, 같은 몽파르나스 묘지, 사르트르의 장례식이다. 인파 때문에 미셸은 묘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그는 생각한다. 오늘 묻히는 건 단지 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낡은 사상(공산주의) 그리고 종말을 맞은 한 시대를 땅에 묻는 것이라고.

 

사샤의 장례식이 소설의 끝을 장식하는 이유는, 그가 남긴 용서와 구원이 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 조국을 떠나왔고, 어떤 이념을 지지하던 간에 인간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어떤 희망의 시작말이다. 마치 개인 날씨처럼.

 

사샤의 장례식이 끝난 뒤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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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정이 뚝뚝. 에이바님 리뷰는 정말 그 애정에 기가 눌릴 정도; 네네, 읽을께요. 읽는다니까요ㅜㅜ;

백설공주 거울 패러디 시작부터 너무 멋져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에이바 2015-06-10 22:59   좋아요 1 | URL
트위터에 공산주의 유머만 올려주는 분도 있어요.ㅋㅋ 심지어 저 백설공주 드립은 등장인물 레오니트가 스탈린 앞에서 한 걸로 나와요. 전쟁 영웅 클라스ㄷㄷ

아갈마님 이 책 무지무지 재밌습니다. 이르긴 하지만 올해의 책이에요. `스토너`랑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이요.

네오 2015-06-1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조금은 이런글을 쓰고 싶기는 한데,,못하겠더라고요,,우선 책을 매우매우 잘 외워야하고 통찰력과 압축성이라는 재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스탈린이라는 인물이 나와서 그런데,,나 이분만 보면,,수줍은 학생이 어떻게 잔인한 독재가가 됐을까라는,,,,트윗하나봐요?

에이바 2015-06-11 14:23   좋아요 0 | URL
비약과 구구절절이 되지 않도록 했는데 좀 실패한 것 같아요.. 돌아다니는 글 중에 상관으로 모시고 싶은 정치가였나? 암튼 설명만 보고 고른 적 있는데요. 읽다보니 이거 독재자 아닌가 싶어서 괜찮은 사람이랑 짜증나도 죽진 않겠다 하는 사람 둘을 골랐거든요. 스탈린이랑 처칠이었나 그랬어요. 트윗은 좀 해보려다 그만뒀어요ㅎㅎ

네오 2015-06-11 15:50   좋아요 0 | URL
그렇쿤요,,ㅋㅋ 제가 보기에는 비약 없는데,,,단지,,,요새 논리적인 글을 많이 보는데 그것이랑 비슷한데 정도,,이정도면 합격권인데 라고 하면서 ㅋㅋㅋㅋ 그런데 왜 책제목이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입니까? 제가 이글을 읽으면서 캐치를 못했을지도,,,

에이바 2015-06-11 15:48   좋아요 0 | URL
칭찬 감사해요ㅎㅎ 쓰다가 에라 모르겠다 했는데 힘내야겠군요! 책소개에선 쿤데라 `농담`에 나오는 `낙천주의는 인민의 아편이다!`라는 말을 되받은 거래요. 체스 클럽에 모인 망명자들이 보스토크 호의 성공에 환호하는 걸 보면서 으이구 이 사람들아... 싶은 마음? 이론은 타락하지 않았다고 외치는 낙천주의는 고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구제불능인 낙천주의자들이 모인 클럽이요.ㅋㅋ

네오 2015-06-11 15:5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웃겼음,,하긴 그래도 구제가능 비관주의자들보다는 나아보임요^^

CREBBP 2015-06-12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읽고 나면 일단 등장인물들 이름부터 히미해져요. ㅎㅎ 느낌만 남죠. 그것도 곧 사라져버리기에 머리속에 있을때 얼른 옮겨놓습니다. 이런 리쥬는 책을 읽은 사람에게 더욱 유용한 것 같아요. 복습도 되고 전체적으로 정리도 되고 이해못했던 것도 짚고 넘어가게 되고.. 단지 길어서 그리고 꼼꼼히 읽을 필요가 읷는 글이라 먼저 답글부터 쓴다는

에이바 2015-06-13 20:15   좋아요 0 | URL
기네스님 프랑크랑 피에르 입대 이유는 어떻게 보셨어요? 조금 더 생각해보니 공산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낙천주의자가 아닌가 해요. 그들이 꿈꾸는 사회를 보면 말이죠. (댓글 수정했어요)

CREBBP 2015-06-13 20:19   좋아요 0 | URL
일단 알제리로 가려고 했던 것 같기는 해요. 드런데 그렇다고 쳐도 입대하면 자신의 가치를 배반하는 일을 해야 하는 건데 이상하지요. 게다가 칼영과 살인 모두 어처구니없는 이유때문에 그랬으니 어딘가로 가서 살더라도 낙천주의클럽 같은 공통점을 가진 망명자들 같이 섞여 살게 될 것 같지도 않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프랭크와 피에로의 입대 및 죽음 망명에 큰 상징성을 부여했으리라믄 생각이 계속 들어요

에이바 2015-06-13 22:51   좋아요 0 | URL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전쟁에 참가한 부르주아들이 현실의 벽앞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준게 아닐까요. 파리에서 머리 맞대고 트로츠키니 혁명이니 해봤자 현실은 달라 그런거요. 피에르가 마오쩌둥 얘기하면서 생쥐스트주의 실패를 인정 않으려하는 것도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 공산주의는 실패라는 걸 인정하란 느낌..

프랑크 탈영 후 동료들이 신고하려 하잖아요. 1.당에 대한 배신:목적달성 실패 2.살인사유 믿지않음:프랑스가 학살을 했을리 없다. 근데 1의 이유라 해도, 프랑크는 알제리 전쟁 결과를 예상했단 말이죠. 민족자결주의 얘기도 하고요. 앙가주망을 위한 앙가주망이었나? 어렵네요.. 프랑크가 좌우익 모두 똑같다면서 제3국으로 가는건 최인훈의 ˝광장˝에서 중립국을 반복하는 장면도 생각나요.

좀 비약인가 싶어서 리뷰엔 안썼는데요. 프랑스 국론 분열, 세대갈등을 통해 68혁명의 배경도 보였어요. 프랑크는 40년생인데 그 후배들도 마오의 중국에 대한 환상을 좀 가진달까 그런게 있거든요. 프랑스 근현대사를 좀 더 공부해야할 것 같습니다.ㅠㅠ

CREBBP 2015-06-13 23:44   좋아요 0 | URL
많은 걸 배우네요. 기회가 있으면 작가에게 물어보고 싶네요. 저는 역사적 지삭이 없어서 그냥 잘 모르겠다는 생각만.. 크.. 요즘 1984를 읽었는데 골드스타인이 트로츠키를 뜻한다고.. 계속 허망하게 끝난 공산주의와 러시아 혁명에 대해 궁금점이 많아지네요. 48년에 오웰이 그 소설을 내놓았으면 당시 공산주의가 세계의 패권을 갖게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었을거라는 가정이 생기는데 당시 사상은 그토록 청춘을 지배하는 가치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늘 트로츠키 평전을 들고 앉아서 읽을까말까 고민했다는.. 리모노프 읽을 때도 러시아의 격동기가 그대로 기록돼있어서 정말 푹 빠져 읽었었는데.. 공산주의가 허망하지만은 않은게 위대한 문학을 끊임없이 쏟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냉소적인걸까요 ㅎㅎ

에이바 2015-06-15 22:48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요! 리모노프 재밌게 봤어요. 한 사람의 삶을 적나라하게 해체하는게 참~ 안드레이 플라토노프라고 소련의 조지 오웰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거든요. 기네스님 안 보셨으면 추천해요! 《코틀로반》은 200여쪽으로 얇아요. 아직 시도도 못 했는데 같은 작가의 《체벤구르》도 위대한 러시아 문학이라고 해요. 러시아가 주는 이미지가 극단적이면서도 낭만적인건 공산주의의 실패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눈 나리는 시베리아 평원이라니, 게임이 안 되잖아요.ㅠㅠ 그 눈 속에서 공산주의는 위대한 문학을 쏟아내기도 하지만, 그만큼 묻어버리기도 했다는 걸 보면- 냉소적이라기 보다는 옳은 말씀 같아요. 아 그리고 이번에 아고라에서 출간된 《사회주의는 실패했는가》도 괜찮아 보여요. 러시아 혁명/이념이 궁금해지니 눈에 들어옵니다.ㅎㅎ
 

 

 

   제임스 조이스의 참된 모습은 감수성이 예민한 《체임버 뮤직》의 화자다. 

   그 섬세한 기질에 현실이 반영될 때 그는 천재다. - 에즈라 파운드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을 읽을 땐 바흐의 작품을 함께 듣는다.

제일 유명한 건 글렌 굴드의 연주이겠지만, 내게는 코롤료프의 해석이 더 좋았다.

 

하프시코드(쳄발로) 버전도 좋아한다.

거장 레온하르트에게 사사받은 피에르 앙타이 버전을...

 

 

(6분 40초부터 연주시작)

 

 

골든베르그는 숙면을 위한 곡답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시어에 푹 잠기도록 한다.

 

바흐의 다른 곡들도 같이 들었다.

코롤료프가 연주하는 《프랑스 모음곡》, 피에르 앙타이가 연주하는 《영국 모음곡》.

 

 

 

 

 

 

골든베르그는 피아노로 들을 때랑 하프시코드로 들을 때랑 참 다르게 다가온다.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피아노 연주와 《비포 선라이즈》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 선율들.

 

 

 

 

 

 

 

렉터 박사님도 바흐 애호가.

 

 

 

 

 

글렌 굴드가 빠질 수 없다. 레온하르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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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5-06-0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골드베르크 변주곡 들으면 어떤 곡보다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게 늘 미스터리입니다. 길을 걸을 때 듣고 있으면 소음에 가장 잘 묻히는 클래식이기도 해서, 타임머신 타고 이곳에 도착해 온갖 소음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찡그리고 있는 18세기 사람이 된 기분이 들어요....

에이바 2015-06-09 17:12   좋아요 0 | URL
자장가라서 그럴까요? 근데 하프시코드 버전은 좀 달라요. 어떤 날은 그렇게 아름답고 성스럽고 어떤 날은 화려해서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소음처럼 들려요. 컨디션에 따라.. 우리는 선율을 통해 바흐에게 조종당하고 있어요 아마도.

AgalmA 2015-06-09 17: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프시코드가 현소리에 가까워서 어떤 날은 신경을 긁어요ㅎ;; 그런데 이것도 연주자에 따라 참 다르더군요. 막스 리히터 같은 경우는 하프시코드여도 너무나 고요하거든요. 클래식에서도 작곡자가 우선이냐, 해석자가 우선이냐 논쟁이 있잖습니까? 저는 곡 해석이 더 중요하다 파^^

에이바 2015-06-09 17:2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곡 해석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냥 뭉뚱그려서 바흐로ㅎㅎ 클래식에도 조예가 깊으신 아갈마님ㅠㅠ 예전에 악기박물관 건반악기층에서 하프시코드들 보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른 악기들을 잊게 하는... 제가 궁정에 초대받은 줄 알았다니까요. 막스 리히터 찾아 듣겠습니다ㅎㅎ

AgalmA 2015-06-09 17:37   좋아요 0 | URL
고음악 관심많아요. 특히 그 독특한 서양악기들 다 보물 같이 보여요ㅜㅜ! 부주키 등등.
전세계 정말 희한한 악기들 많잖아요. 다 들어보고 싶음~ 남미가면 꼭 레인스틱을 살 것임!!!
악기를 좀 배웠더라면 싶은데 흑흑...

에이바 2015-06-09 17:35   좋아요 0 | URL
제 머릿속 아갈마님은 천수관음처럼 한 손엔 붓, 한 손엔 책, 한 손엔 류트(천수관음인데?!)... 다른 손엔 부주키(뭔진 모르지만)요. 그러고도 많은 손들이 남아 있습니다! 늦지 않았어요. 배우세욧! 제 생각엔 장기 프로젝트로 잡고 아갈마님 1인 연주회하셔도 될 것 같아요. 시랑 시화들 옆에 전시하고ㅎㅎ 브뤼셀 악기박물관 추천요. 거기 살고 싶어요. 아갈마님도 무지 좋아하실 듯요!! 마그리트 미술관 바로 옆이에요. 저도 돈 모아서 언젠가 재방문하는게 꿈입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ㅠㅠ

AgalmA 2015-06-09 17:35   좋아요 0 | URL
ㅋㅋ;; 그래봐야 제 몸 한계에서 해결될 수 있는 걸 하는 거죠. 다들 몸이 두 세 개면 좋겠다 생각하듯 저도 그런 거고...

에이바 2015-06-09 17:44   좋아요 0 | URL
재능이 많으시니까요. 저 진짜 그림 그리신 거 보고 놀랐어요. 포스팅 중에 소녀랑 고양이 그림 뒤에 말도 그리신거 맞지요? 멋집니다.

AgalmA 2015-06-09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말도 제 그림맞아요^^
그림포기하고 많이 굳어져서 지금 그림들 그렇게 맘에 들진 않아요. 글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머릿속 생각과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격차...예전에 그릴 때는 그게 더 가까웠는데...
어쩝니까. 출발점은 다시 지금이니...ㅎ
악기를 늦게라도 배워야지 한 게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봤을 땐데 벌써 10년이 지났어요. 나 노력하고 있는 거 맞나 싶기도 하고...
브뤼셀 악기박물관 오, 재밌겠다. 마그리트도 바로 옆이라니 정말 좋은데요!! 기억해둘께요^^!

에이바 2015-06-09 18:10   좋아요 1 | URL
1일1화 하시면 손도 좀 풀리고 예전처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더 맘에 들게 되지 않을까요. 전 지금도 맘에 드는데 점점 실력이 돌아오면 더 멋진 작품 나올 거예요. 예전에 그리셨던 실력이 어디 갔겠어요. 지금은 숨어있지요. 글 쓸 때 일어나는 격차, 많이 공감해요. 예전엔 풍부한 단어로 적확한 표현을 할 수 있었는데ㅠㅠ 부지런히 연마할 수 밖에요. 브뤼셀 가시면 아갈마님 좋아하시는 핫초코(맞죠? 아닌가?)랑 감자튀김 홍합요리 잊지마시고요. 언젠가 꼭이요.

네오 2015-06-11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조이스의 《체임버 뮤직》이라는 작품이 번역본이 있었나요? 제가 읽어보지를 않아서,,그런데 비포선라이즈,,저 장면 둘이 눈으로 사진 샷하는 거잖아요,,ㅋㅋㅋ

에이바 2015-06-11 14:25   좋아요 0 | URL
얼마 전에 아티초크 시집으로 나왔어요! 맞아요. 눈으로 사진 찍고 키스하는 장면에서 하프시코드 소리가 배경음으로~ 오랜만에 보니 두 사람 참 젊고 풋풋해요.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소설은 사르트르의 장례식으로 시작된다. 1980년 4월, “그는 영웅이었으나 학대자들을 지지했다.”는 감상으로 애도를 마친 미셸은 라스파유 대로의 보도에서 옛 친구 파벨을 만난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1959년을 회고한다. 

 

1959년, 미셸은 12세 소년이다. 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나 파리 6구 어디쯤 살고 있고, 명문 앙리 4세 중고등학교에는 턱걸이로 합격했다. 학교 공부보다는 테이블 풋볼과 로큰롤, 문학과 사진에 흥미를 느끼며 강박적인 독서를 즐긴다. 하교 후엔 단짝 니콜라와 복식조를 결성, 테이블 풋볼 경기를 하러 다닌다. 테이블 풋볼 실력자 새미가 있는 14구의 비스트로 발토. 그 곳에 걸음했다가 우연히 사르트르와 케셀이 체스를 두는 모습을 목격하고, 이 뒷방 체스 클럽에 머무는 망명자들과 친구가 된다. 

 

이 소설은 마리니 집안 사정을 통해 60년대의 프랑스를, 체스 클럽 회원들을 통해 60년대 프랑스 국외, 철의 장막의 이면을 보여준다. 사춘기를 맞이한 미셸의 관심사와 주변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역사를 반영한다. 엄청나게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글이다. 미셸이 생일을 맞이한 1959년 10월에서 1964년 7월까지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사건들... 소설의 전반부인 1권에서는 주로 프랑스 국내문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 알제리 전쟁 (알제리 독립 전쟁)

 

1959년은 드골이 대통령에 취임한지 2년째 되는 해로, 알제리 독립 전쟁이 한참이던 시기다.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했다. 지정학적 위치-군사적 목적-이 제일이었고, 지리상으로도 다른 해외 영토들보다 가까웠기 때문에 많은 프랑스인들이 건너가 살았고, 사회적 인프라도 잘 갖춰졌다. 프랑스인들의 심리상 알제리는 식민지라기 보다는 프랑스 영토 내 한 지방에 가까웠다. 점령 후, 임의적으로 해체된 부족들-인종, 종교, 그들의 문화-는 무시당한 채, 알제리는 상위 몇 프로의 유럽인과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식민지인의 계급사회로 공고화된다.

 

2차 대전이 발발한 후, 프랑스 정부는 북아프리카 연합 작전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알제리 해방을 약속한다. 많은 알제리인들은 프랑스군에 입대하는데 이들을 아르키(Harkis)라 한다. 1945년 5월 8일, 파리는 해방을 만끽하지만 알제리 독립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반발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알제리 국기를 든 소년이 총에 맞아 쓰러진다. 강경진압은 학살(세티프 학살)로 바뀌고, 이는 알제리 독립 운동을 점화하는 계기가 된다.

 

다른 식민지들의 독립은 승인되었지만 왜 알제리는 그대로 남아야 했을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알제리가 가지는 특별함 떄문이기도 했고, 식민지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달랐기 때문이다.

 

대독일 전쟁은 국가와 국가 간의 대등한 전쟁이었다. 그러나 식민지인들의 독립 전쟁은 대등한 전쟁이 아닌, 봉기이자 반란일 뿐이었다. 인권과 자유의 나라, 프랑스의 입장이 이렇다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러했다. 회복 작전(Operation Resurrection) 같은 작전명을 보라... 심지어 이 전쟁의 공식명칭은 〈알제리 사태(Evenements d'Algerie)〉였다. 1999년이 되어서야 〈알제리 전쟁(Guerre d'Algerie)〉이라는 공식명이 채택되었다. 2012년 12월, 알제리 독립 50주년 기념행사에 초대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전쟁 당시 벌어졌던 학살을 인정하며 애도했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당시, 알제리 독립을 지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60년 9월, 프랑스 지식인 121명은 성명을 발표(Manifeste des 121)하여 정부를 규탄한다. 참여한 지식인에는 모리스 블랑쇼, 로베르 앙텔므, 미셸 번스타인, 장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앙드레 브르통, 알랑 레네, 기 드보르, 마게리트 뒤라스, 앙드레 마송, 프랑수아 트뤼포, 폴 레비 등이 있다. 피에-누아(Pieds-Noirs,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였던 알베르 카뮈는 알제리 독립을 반대하고, 자치권 확대를 주장했다. 분노한 알제리인들은 알제리 내 카뮈의 흔적을 지워버린다.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의 주인공 미셸 마리니의 외삼촌, 모리스 들로네는 피에-누아 루이즈와 결혼하여 알제에 가정을 꾸린다. 알제와 오랑의 부동산을 수십 채 거느리고 살던 그들은 프랑스 우파에 의해 조직된 OAS(Organisation armee secrete, 비밀 군사 조직)를 믿고 알제를 떠나지 않는다. 외할아버지도 드골 대통령이 알제리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결과는... 독립 승인이 발표되자 신변의 위협을 느낀 피에-누아들은 프랑스로 돌아오고, 그 수는 90만에 이른다. 그들의 재산은 알제리에 그대로 남았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이들은 북아프리카 연합 작전에 참여했던 아르키들이었다. 2차 대전 당시 프랑스군에 가담하여 싸웠기 때문에 민족반역자로 몰려 납치되어 고문, 학살 당했고 그 수는 5만에서 15만명까지로 추정된다. 프랑스인의 회사와 가정에서 일하던 알제리인들도 어떠한 보장 없이 그대로 남겨졌다. 돌아온 피에-누아들로 인한 프랑스 사회의 혼란,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분열은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의 마리니와 들로네 집안을 통해 반영된다.

 

 

▶파리의 비스트로, 오베르뉴 사람들(Auvernat) 그리고 체스클럽

 

19세기, 프랑스의 중앙 산악지대(le Massif Central)에 위치한 오베르뉴(Auvergne) 출신 다수가 파리에 정착한다. 산지에서 땔감과 숯을 배달하러 왔다가 눌러앉은 이들이 대부분으로, 목욕용 물을 배달하거나 고철을 판매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숙박과 식당업에 종사하게 되는데, 파리의 비스트로 주인장들은 오베르뉴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보통 서민 동네에 자리잡았고,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에 등장하는 비스트로 발토 역시 14구 당페르 로슈로 광장에 위치한다. 보통 비스트로에서는 프랑스의 가정식을 판매하는데, 특히 오베르뉴 음식은 보양식의 이미지라 하니 여기도 집밥의 신화가... (발토의 주인 마르퀴조 내외도 출신지인 오베르뉴의 캉탈에서 들여온 식재료를 사용한.)

 

오베르뉴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파리발 고속열차(TGV)가 없다. 지방철 TER만 운행했는데 얼마 전, 파리발 클레르몽-페랑행 TGV 라인이 신설되리란 발표가 있었다! 보통 파리에서 리옹으로 TGV를 타고 갔다가, TER로 환승하여 생-테티엔을 거쳐 클레르몽-페랑에 가야만 했다. 가톨릭의 큰 딸, 프랑스에서도 특이하게 이 지역의 다수가 개신교 신자였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혀 그랬다는 말도 있다. 타이어 만드는 미슈랭이 향토 기업이다. 화산 지대인 퓌 드 돔과 먹거리로는 유제품, 꿀과 잼, 광천수 등이 유명하다. (생수 볼빅, 비쉬의 온천 등)

 

파리의 이방인이지만 후덕한 인심을 가진 마르퀴조 내외는 또다른 외부인들- 망명자 체스 클럽을 받아들인다. 체스 클럽에 대해서는 다음 리뷰에서 좀 더 얘기할 생각이다. 비스트로 발토는 라스파유 대로와 당페르 로슈로 대로 양 쪽에 면한, 광장을 보고 있는 규모가 있는 식당으로 손님들이 많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게 뒷편에 체스 클럽이 있다는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집안 내부 문제로 옆집 문제에 소홀해지는 것처럼, 프랑스 내부 문제에 신경쓰느라 냉전의 희생자들을 살피지 못한 프랑스가 연상된다. 장미셸 게나시아는 망명신청/승인 담당자를 원망하는 클럽 사람들의 입을 빌려 프랑스의 행정을 꼬집지만, 동시에 자칭 백작 볼로딘을 등장시켜 담당자의 고충을 설명한다. 하 수상한 시대, 과거를 속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의 신분을 증명할만한 서류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 이 서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웰컴, 삼바리뷰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2권에 등장하는 사샤가 핀란드로 넘어가기 전에, 챙기는 것도 그의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들이다.

 

 

▶담배: 골루아즈와 지탄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담배도 등장인물들의 속성을 반영한다. 미셸의 외할아버지, 들로네 씨가 피우는 지탄(Gitanes) 그리고 사르트르와 망명자들이 피우는 골루아즈(Gaulloise). 지탄과 골루아즈는 둘 다 프랑스의 국민 담배이다. 지탄은 주로 유산 계급- 기업가, 중간관리자들이 피웠고 골루아즈는 무산계급을 비롯한 예술가, 지식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말보로 등의 미국 담배의 상륙, 정부의 흡연 정책 등으로 골루아즈는 프랑스 국외로 공장을 옮긴다. 골루아즈의 푸른 담뱃갑은 프랑스의 낭만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는데 사르트르와 카뮈, 갱스부르가 피웠으며 파리에 잠깐 체류했던 조지 오웰도 피웠던 담배다. (《파리와 런던의 따라지 인생》에 언급된다.) 골루아즈는 골 족, 갈리아 족 여인을 뜻한다. 말 그대로 프랑스를 상징하는 골루아즈를 망명자들이, 지탄(집시)은 자본가가 피우는 아이러니...

 

 

▶문학: 계몽 그리고 기억

 

Monday burn Millay, Wednesday Whitman, Friday Faulkner, burn 'em to ashes, then burn the ashes. That's our official slogan. 월요일엔 밀레이를, 수요일엔 휘트먼을, 금요일엔 포크너를 불태워라. 재가 될 때까지 태우고 그 재도 태워라. 그게 우리 공식 표어랍니다. - 가이 몬태그의 대사,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미셸의 형, 프랑크의 친구 피에르는 혁명을 꿈꾸는 젊은이이다. 급진적인 개혁을 원하며, 생쥐스트의 사상에 감명을 받은 그는 국립행정학교(ENA)의 2차 관문 면접에서 2번의 탈락을 맛본다. 그가 이름 붙인 생쥐스트주의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바탕으로 한다. 그가 엘리트주의를 바탕으로 한 혁명을 주장하는 것은 그가 ENA 지원자이며 그의 집이 그랑 조귀스탱 대로의 으리으리한 아파트라는 점에서 수긍된다. 미셸을 존중하는 피에르는, 입대를 앞두고 어린 친구에게 로큰롤 음반을 빌려주면서 책 한 권을 건넨다. 바로 《화씨 451》이다. 몰래 파티에 참석했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께 혼이 난 미셸은 이 책을 읽고 작은 혁명(반항)을 시작한다. 피에르가 달아 둔 촌평은 '우리 모두가 몬태그?!' 였다.

 

가이 몬태그는 《화씨 451》의 주인공으로 Fireman, 방화수이다. 책이 외면당하는 시대, 정부의 금서목록에 오른 책을 찾아 태우는 직업이다. 화씨 451은 책이 불타는 온도인 것. 왜 이 책이 등장했을까? 장미셸 게나시아는 의미없는 장치를 하지 않는다. (그는 추리소설을 쓴 적도 있다.) 정부가 책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문학이 가지는 힘,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는 힘 때문이다. 분서갱유를 피하기 위한 방법은 《화씨 451》에 등장하는 현자들이 알려준다. 2권에 등장하는 진주인공 사샤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장면으로, 사샤가 미셸과 우정을 쌓으며 도움을 주는 그 무엇들은 '기억'과 연관이 있다. 가이 몬태그는 클라리사라는 소녀를 만나 계몽되는데, 태우는 불이 아닌 따뜻한 불을 만나 문학이 권력에 대항하는 힘을 알게 된다.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도 비슷하게 연출된 바 있다.

 

 

▶마리니/들로네: 프랑스의 현실

 

주인공 미셸은 폴 마리니와 엘렌 마리니(들로네)의 차남이다. 형제로는 위로 프랑크와 동생 쥘리에트가 있다. 아버지 폴은 이탈리아 출신의 이민자 3세로 마리니는 무산계급, 철도 사업에 종사하는 집안이다. 야심 많은 폴은 집을 떠나 파리로 와, 들로네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취직한다. 들로네의 딸 엘렌은 폴과 사랑에 빠져 임신하게 되는데, 폴이 징집되어 전장으로 떠난 뒤였다. 4년 후, 노동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돌아온 폴과 엘렌은 프랑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한다. 부부의 결합이 축복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결혼식 날이 들로네 가 막내의 다니엘의 전사일이라는데서 암시된다.

 

아직 어린 미셸은 12살 생일파티에서 자신의 두 가족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데, 형 프랑크(7살 차이)가 들려준 이야기에 다소 충격을 받는다. 생일 축하를 하는 자리에서 마리니 집안은 노래만 부르고, 들로네 집안은 박수만 치는 장면은 섞이기 어려운 자본주의 사회의 두 계급-프롤레타리아와 부르주아-를 상징한다. 사회적 성공과 가정의 평화를 위해 급진적인 사회당 노선을 택한 폴과 달리 장남 프랑크는 공산당을 지지하여, 들로네 집안의 눈총을 받는다. 쥘리에트는 들로네 가에 가깝고, 미셸 역시 부르주아의 아들로 컸으니 부르주아가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들로네 가는 아마도 파리 강점 시기, 비시 정부에 충성하며 부를 쌓은 것으로 보인다. 폴이 이탈리아에서 수감생활을 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누명을 벗었다는 엘렌의 외침은 공허하다. 모리스 들로네가 피에-누아 집안과 결합하여 알제 내 부동산을 불려가는 과정은 프랑스 부르주아지의 현실을 반영한다. 뼛속 깊이 마리니 집안의 아들인 프랑크는 모리스와 들로네 집안을 비난한다. 엘렌이 용납할 리 만무하다. 이는 알제리 전쟁을 두고 분열되는 프랑스의 국론을 떠오르게 한다. 크게 싸운 뒤, 25년이 넘도록 두 모자가 만나지도 대화를 하지도 않았다는 말은- 양측이 화합할 수 없음을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이 깊음을 보여준다.

 

자녀 교육과 훈육에서도 차이가 난다. 들로네 가는 미셸이 프랑크처럼 될까 봐, 뤼마니테 축제(공산당 축제)에 가는 것을 노심초사한다. 엘렌은 폴이 이탈리아어로 노래하는 것을 싫어하며, 품위를 지키고 들로네 집안이 원하는 가치에 동화되기를 바란다. 폴도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엄격하고도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자란 프랑크는,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자유로운 아버지의 가족들을 가깝게 느낀다. 미셸에게 가족사에 대해 들려줄 때도, 자신이 태어났던 시기의 부모 사이와 미셸이 태어난 시기가 다르니 고민하지 말라는 얘기를 한다. 명문 앙리 4세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부르주아의 아들 프랑크가 어찌해서 청년 공산당에 입대하고, 입영 연기를 취소하고 알제리로 떠나는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장남에 대한 부모의 태도도 차이가 난다. 프랑크를 찾기 위해 폴이 알제로 떠날 때에도, 엘렌은 회사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알제에 있는 모리스가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폴이 계좌에서 500만 프랑을 빼내 프랑크를 돕고 미셸을 다독일 때, 엘렌은 돈의 행방을 추궁하며 프랑크를 신고하려 한다. 미셸을 혼낼 때도 손찌검을 한다. (프랑스는 애들 잘 때린다...)

 

1962년, 모리스가 가족들을 이끌고 파리로 와 이들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가정부 마리아가 그만두는 등 일상이 망가진다. 프랑크 문제로 부부 사이는 소원해진 상태고, 엘렌은 어떻게든 해보려 고군분투한다. 직전에 엔조 마리니가 집을 정리하고 이탈리아로 떠날 때, 파리 집에 머물까 염려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물론 상황이 다르긴 하다.) 

 

회사(들로네 씨는 딸 엘렌에게 회사를 물려줌)에서 폴의 자리는 모리스로 대체된다. 이는 소설의 전반부에서 엘렌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누가 추천했는가를 생각할 때 이미 예견된 것이다. 엘렌 마리니는, 엘렌 들로네로서 자라왔고 그녀가 공유하는 가치는 마리니 집안과 같지 않았다. 그녀가 프랑크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이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미셸의 눈으로 바라본 마리니 가족은 연신 휘청거린다.

 

한편 이탈리아로 돌아간 엔조 마리니는 평안한 노후를 보낸다. 이민자 2세로서, 프랑스 사회에 동화되기를 바라며 이탈리아 문화를 멀리 했던 그는 가족의 고향에서 평화를 얻는다. 그의 아들, 폴 마리니가 애지중지 하는 시트로엥 DS 19 프레스티지유(Citroen DS 19 Prestigieux)는 그의 성공을 상징한다. DS, 즉 Deesse(여신)인 이 자동차는 당시 기술력의 절정과 아름다운 바디, 최고급형으로 나온 모델이었다. 프랑크가 입대하는 날 망가지는 이 자동차는 이후 미셸이 언급한 '두 아들 때문에 힘들어진 인생'을 떠오르게 한다. 계급을 배신(숙명론자 엔조의 말)하고 프렌치 드림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폴 마리니는 평화를 얻었는가?

 

너무나도 다른 두 집안, 60년대 파리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은 이 소설에서는 푸자드 주의자 장마리 르펜 또한 언급되는데 프랑스의 극우, 국민전선의 현재 득표율과 행보와 함께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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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미셸의 학교 생활, 친구들과 취미 그리고 집안 문제를 통해 프랑스의 내부 현실을 다룬다. 동시에 2권에서 드러날 체스 클럽의 망명자들- 냉전의 희생자이자 민낯- 소개 또한 진행된다. 2권의 리뷰는 동쪽에서 온 이들을 소개하고, 이 리뷰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정말 재미있고 멋진 작품, 장미셸 게나시아의 바람대로 그가 쓴 '인생소설'이니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 프랑스의 여러 문학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공쿠르 상Prix Goncourt〉이다. 같은 날 발표되는 또 다른 문학상이 있는데 바로 〈고등학생이 주는 공쿠르 상Prix Goncourt des lyceens〉이다. 2천여명의 고등학생들이 참여한 투표로 선정되는 이 상은 독서문화 장려를 위해 제정되었고, 프랑스의 교육부와 기업 프낙Fnac의 후원을 받는다. 얼마 전 출간된 실비 제르망의 《마그누스》, 필립 클로델의 《브로덱에 관한 보고서》, 그리고 이 책- 장미셸 게나시아의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등이 수상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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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15-06-0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탄이나 골루아즈 고루고루 다 태우곤 했는데_ 음 어떤 게 더 맛있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네요;; 에이바님이 좋다고 하시니 요것도 일단 장바구니에 퐁당_

에이바 2015-06-08 11:34   좋아요 0 | URL
지탄, 골루아즈 독하다는 얘긴 들었는데요. 생각보다 괜찮은가 봐요.. 제 친구들은 말아 피거나 말보로나 럭키스트라이크 피웠거든요. 요샌 전자담배가 대세라는 것 같고요. 그리고 이 책 진짜 강력 추천이에요!! 야나님 프랑스에서의 추억 소록소록 떠오르실 듯 해요.

cyrus 2015-06-08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이 선정하는 문학상. 참 좋은데요. 독자가 좋은 책을 선정하는 문학상은 많지 않은데 우리나라도 이런 공식 문학상이 있으면 좋겠어요. ^^

에이바 2015-06-09 17:04   좋아요 0 | URL
청소년들에게 현대 소설을 읽히자는 취지라고 해요. 아카데미 공쿠르에서 후보작을 추려내면, 두 달 여 심사기간을 거친대요. 심사단으로 선정된 학급의 학생들이 교사들과 함께 읽고, 작가와의 만남도 가지고요. 올해 수상작 발표는 11월 15일이네요. cyrus님 말씀대로 한국문학 부흥을 위한 청소년들이 뽑는 문학상 제정, 좋네요! 10대들에게 동시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고, 멀리 보면 문학애호가 육성의 방면이기도 하고요.

CREBBP 2015-06-09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경을 상세하게 알려주시니 더욱 재미있습니다. 읽고도 잊어버리거나 주의깊게 보지 않아 모르고 지나갈 뻔 했던 부분들을 많이 알았네요. 완전 추천!!!

에이바 2015-06-09 17:17   좋아요 1 | URL
저도 이번에 무릎을 탁 쳤어요. 특히 오베르뉴랑 비스트로요. 제가 알던 조각들을 이어본 계기가 됐어요. 이 책은 두고두고 읽을 듯 합니다. 아직 안 풀린 궁금증들도 있고요. 기네스님의 리뷰도 기다려져요!

CREBBP 2015-06-10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다 읽고 1편 앞부분을 다시 읽었는데.. 여전히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어요. 왜 프랑크와 피에로는 입대한거죠? 미룰 수 있었는데.. 그들이 공산주의자인 것과 관계가 있나요? 프랑크는 떠날때 미쉘한테 계급 운운하며 혁명때문에 입대한다고 했는데 말이 안되는 거 같아서요. 프랑스군과 알제리 독립군과 싸우는 전쟁이 아니었나요?

에이바 2015-06-10 19:12   좋아요 0 | URL
기네스님. 제가 고민하던 부분도 바로 그거였어요! 그것 때문에 다른분들 리뷰 기다리고 있었어요. 일단 제가 2권 리뷰 마지막 부분에 넣었는데요. 피에르는 입영 연기가 더 미뤄지지 않아서 입대했고요. 프랑크는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되는데 혁명 때문에 입대한게 맞는 것 같아요...

네오 2015-06-11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요? 음,,뭐,,그럴수 있겠죠? ^^ 프랑스 제국주의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러니깐 알제리뿐만 아니라,,,인도차이나 에서 벌어지는 그런 정책적인 것들,,제가 얼마전에 프랑스와 베트콩을 다룬 역사서를 읽었는데 물론 번역본 없음요,,ㅋㅋ 뭘랄까 필연적인것 그러니깐 프랑스 기질같고는 아시아에서 살아남을수 없다는 인상을 받아거든요,,,

에이바 2015-06-11 14:47   좋아요 0 | URL
프랑스식 제국주의는 프랑코포니로 계속되고 있다는게 제 생각... 옛 식민지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랑스인들 베트남 여행 많이 가더라고요~ 일하러 가기도 하고 향수를 찾는건지 뭔지 참.. 작년인가 마게리트 뒤라스 탄생 백주년인가 해서 France Culture 라디오에서 베트남 갔거든요. ˝연인˝ 특집으로.. 현지 여성이랑 불어로 인터뷰하는데 인터뷰어 짜증내더라고요. 현지 여성분이 불어를 자꾸 씹는다고 해야 하나 유창하진 않아서요. 그게 저한테는 일본인이 한국인에게 일본어로 말 걸고 왜 일본어 못해? 하는 거랑 똑같이 느껴졌어요. 아 그럼 통역을 데려가던가! 베트남어를 배우던가! 사정이 있었겠습니다만..

네오 2015-06-11 14:54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이런면이 짜증이 나더라고요,,,,베트남이 원래부터 프랑스가 아니잖아요,,막 침략해서 그렇지,,,우리한테도 좀 그런게 규장각에 있는 도서 쓸어가고 나서 뭔지고 모른 상태에서 도서관에 쳐박아 놓고,, 달라니깐 그때서야 안돼다고 하고,,,,애네들한테 한때 선진국민 맞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테베도 로비로 해서 우리한테 넘기건 생각하면 읔,,,,마게리트 뒤라스가 인도차이나에서 태어난건 다행이지만요^^

에이바 2015-06-11 15:11   좋아요 0 | URL
문화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이 대단하지요. 다양성 문화 만든것도 프랑스잖아요. 우린 문화강국이다 하는... 외규장각 도서 찾아낸 것도 한국인이었잖아요. 협조도 안해주고. 원래 고고함과 찌질함은 한 끗 차이...ㅋㅋㅋ 테제베 성공시키려고 소피 마르소까지 델꾸오고 ㅋㅋㅋ 뒤라스 멋진 작가죠^^

네오 2015-06-11 15:15   좋아요 0 | URL
에이바님 그런데,,프랑스 다양성 다양성 그러는데,,그게 뭐죠? 진짜 모르겠슴다,,,

에이바 2015-06-11 15:38   좋아요 0 | URL
이게 프랑스 문화부가 꾸준히 밀고 있는 정책인데요. 미국으로 상징되는 문화제국주의에 대항하는 개념이거든요. 물론 그 선봉 아니 리더로는 프랑스가 있고요.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장려해야 한다, 여기서 문화란 삶의 방식 등을 포괄하는 총체적 의미입니다. 우리가 후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과도 같은... 실생활에서 보자면 우리나라가 스크린쿼터제 할때 주장했고 프랑스에서 얼씨구나 지원하기도 했지요. 덕분에 다양성 영화들도 개봉하게 되었습니다만... 프랑스인들에게 문화는 공공서비스고 누구에게나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게 문화부 지침이었나 그래요. 쓰고 보니 멋있네요 ㅋㅋㅋ

네오 2015-06-11 16:02   좋아요 0 | URL
네,,알겠어요,,멋있군요,,그래서 프랑스 갔다온 분들이 느끼는 한반도에 답답하는 측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돼는군요,,,그런데,,저도,,,뭘라까,,일렬로 죽세우는 그런 것 좋아하는 아니 더 친숙하게 느껴지는 데 어떡하죠? ㅋㅋ 뭐,,저도 한국인이라도 어쩔수 없군요;; 그놈의 로케이션 본능 ㅋ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2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드골의 프랑스, 스탈린의 소련 문제를 다루면서도, 60년대 파리의 삶을 놓치지 않는 영리한 소설. 진주인공 사샤가 2권의 103쪽에서야 등장하는 놀라움. 1952년의 레닌그라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달려왔던가! 희망은 마지막 구절에서 제시된다.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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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04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가들은 결국 문장으로 말하는 것 같아요. 인용하신 마지막 구절 말입니다.

날씨는 다시 좋아졌고 여름이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아닌 문장인듯하고 평범한 듯하지만, 이 책을 읽었다면 이 문장이 확- 다르게 느껴지지 않겠어요? 저도 읽지 않았지만, 인용하신 문장에서 아, 역시 소설가는 문장이로구나! 했어요, 에이바님.

에이바 2015-06-04 13:01   좋아요 1 | URL
두 권 합치면 950쪽 가량 되는데 처음과 끝이 장례식 얘기예요. 두 장례식은 15년 정도 차이가 나는데 느낌이 아주 다릅니다. 80년 장례식이 역사의 마무리라면, 64년 장례식은 희망의 씨앗을 퍼뜨리는, 다른 계절도 아니고 여름이라 더 생동감있게 느껴져요. 육년 반 동안 쓴 글이라는데 얼마나 갈고 닦았을지... 다락방님도 시간되시면 한번 읽어보셔요. 멋진 소설이에요.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클럽 1
장미셸 게나시아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오늘 우리는 한 작가를 땅에 묻는다.> 카뮈의 유명한 첫 문장과 조응하는 사르트르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등장인물들의 열정과 이상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려주는 도입. `내 인생의 소설`을 쓰겠다던 장미셸 게나시아의 소망은 이루어졌다. 6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역사를 녹여낸 멋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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